언론에 비친 인권연대
> 활동소식 > 언론에 비친 인권연대
[유레카] 오월 걸상 / 안영춘 (한겨레, 2020.05.17)
“걸터앉는 기구. 가로로 길게 생겨서 여러 사람이 늘어앉을 수 있는 거상(踞床)과 한 사람이 앉는 의자로 크게 나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걸상’의 뜻풀이다. 언중은 흔히 걸상과 ‘의자’를 섞어서 쓰지만, 국립국어원은 걸상의 범주가 의자의 범주를 안으로 품는다고 정의한다.
<고흐의 의자>와 <고갱의 의자>는 빈센트 반 고흐가 프랑스 아를에 살 때 그린 작품이다. 평자들은 두 그림 모두 의자 주인의 인격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말한다. 반 고흐가 자신의 방을 그린 <아를의 침실>에도 의자 두개가 나오는데, <고흐의 의자>와 모양에 느낌마저 똑같다. 걸상은 본디 주인의 정령을 품는다는 듯이.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라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이정록의 ‘의자’는 시 전체가 걸상에 관한 환유다. 모든 힘든 존재가 걸터앉고 기대는 것이 걸상이다.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수원 경기도청과 남양주 마석 모란묘지에 ‘오월 걸상’이 들어섰다. 경기도청 걸상은 민중미술 작가 홍성담의 판화 <횃불 행진>이 새겨졌고, 모란묘지 걸상은 ‘4·3의 섬’ 제주 출신 조각가 이승수의 작품이다. 앞서 2018년 부산과 전남 목포, 지난해 서울 명동성당에도 오월 걸상이 설치됐다.
오월 걸상들은 작가도, 모양도 다 다르다. 어느 것은 거상이고 어느 것은 의자다. 다만 재료는 모두 돌이다. 돌도 걸상도 원래는 말이 없으나, 오월 걸상은 ‘말 없음’보다는 ‘말 줄임’이다. 소박한 걸상에는 ‘오월 걸상’이라는 이름과 피의 항쟁 기간(5월18일~27일)만 겨우 글로 새겨져 있는데, 행간은 여느 웅장한 5·18 조형물에서도 볼 수 없는 환유로 가득하다.
“우리는 모두 5·18의 희생과 헌신과 나눔에 걸터앉고 기대어 있다. 그러나 40년 전 광주가 고립됐듯이, 오늘의 5·18도 광주에 머물러 있다. 광주로 보면 과잉이고, 전국으로 보면 과소다. 오월 걸상에는 말을 넘어서고 지역을 넘어서고자 하는 뜻이 담겼다.”(오창익 오월걸상위원회 실행위원)
안영춘 논설위원 jona@hani.co.kr
번호 | 제목 | 작성자 | 작성일 | 조회 |
3982 |
[연합뉴스] 광주에 제주4·3 조형물 세워진다…"육지에 첫 설치"
hrights
|
2024.03.27
|
|
조회 42
|
hrights | 2024.03.27 | 42 |
3981 |
[뉴시스] 오월걸상위원회, 내달 광주에 제주4·3 기억 조형물 건립
hrights
|
2024.03.26
|
|
조회 44
|
hrights | 2024.03.26 | 44 |
3980 |
[제주의 소리] 제주 아닌 지역 최초 ‘5.18’ 광주에 4.3 조형물 설치된다!
hrights
|
2024.03.26
|
|
조회 40
|
hrights | 2024.03.26 | 40 |
3979 |
[뉴스버스] 스마트폰 정보 통째 저장 등 위법 압수 "책임 추궁있어야"
hrights
|
2024.03.25
|
|
조회 37
|
hrights | 2024.03.25 | 37 |
3978 |
[한겨레] ‘증거의 왕’ 스마트폰 통째 압수에 “사전 심문제도 필요”
hrights
|
2024.03.25
|
|
조회 35
|
hrights | 2024.03.25 | 35 |
3977 |
[동아일보] 종량봉투 주웠다가 절도 벌금 30만원… 낼돈 없어 ‘장발장은행’ 북적
hrights
|
2024.03.21
|
|
조회 73
|
hrights | 2024.03.21 | 73 |
3976 |
[cpbc뉴스]벌금 낼 돈 없어 감옥행...현대판 장발장 고통 여전
hrights
|
2024.03.13
|
|
조회 68
|
hrights | 2024.03.13 | 68 |
3975 |
'장발장은행' 아홉 해…돈 없어 감옥가는 현실 여전
hrights
|
2024.02.29
|
|
조회 126
|
hrights | 2024.02.29 | 126 |
3974 |
[서울의소리] 박영식의 일레븐 '이상민 행안부 장관, 불난 집에서 웃어?'(24.01.25)
hrights
|
2024.01.26
|
|
조회 313
|
hrights | 2024.01.26 | 313 |
3973 |
[김어준의 뉴스공장/겸손은 힘들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24.01.25)
hrights
|
2024.01.26
|
|
조회 269
|
hrights | 2024.01.26 | 26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