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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정책 초안 낸 법무부, '성소수자는 어디에?'(경향신문, 2020.05.01)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0-05-04 09:48
조회
64
유엔 질의에 답변 형식 보고서

차별 대응 조치 등 묻자 ‘무응답’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여부엔

“종합적으로 검토” 원론적 답변

유엔 제출 전 여론 수렴하기로

법무부가 1일 인권정책을 종합 정리한 ‘유엔 자유권규약 5차 국가보고서’ 초안을 공개했다. 그러나 성소수자를 상대로 한 혐오표현과 ‘전환치료’(강제로 성적 지향성을 변경) 선전 행위 등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았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사형제 폐지 여부는 향후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입 입장을 내놓는 데 그쳤다.

법무부는 이날 보고서 초안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온라인 공청회’ 형식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유엔 자유권위원회가 지난해 8월 보낸 질의 사항에 정부가 답변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유엔이 4차 보고서를 심의한 2015년 이후 5년간의 인권정책 현황이 담겼다.


정부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제정, 디지털 성범죄 엄단을 위한 수사기관의 대책 및 법률 마련,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 등을 성과로 들었다. 또 낙태죄 폐지, 인신매매 처벌 및 피해자 보고, 고문방지 및 피해자 구제를 위한 법률 제정 추진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건과 함께 재발방지 대책도 소개했다.


그러나 성소수자 문제 등 일부 사안을 두고는 뚜렷한 답변을 하지 않거나 소극적이고 원론적인 입장 표명에 머물렀다. ‘공식 행사 등에서 LGBTI(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혐오표현,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한 조치, 전환치료 선전에 대응하기 위해 취한 조치’를 묻는 질의에는 답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국회의원이 주관하는 토론회에서조차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발언이 난무하거나, 전환치료를 주장하는 행사가 개최된다.


보고서는 대신 성소수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편견이 확산되지 않도록 방송 프로그램 내용을 심의·제재하고 있다고 썼다. 동성애자 병사의 인권보호 조치, 교정시설에서의 성소수자 차별 예방을 위한 조치 등도 기술했다.


군인의 동성애를 처벌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군형법 92조의 6(추행) 조항은 건전한 군생활과 군기강 유지를 위한 것이라며 “헌법재판소도 수차례 합헌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추행죄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지 않고,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요소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최근 헌재에서 다시 위헌법률심판이 진행 중”이라며 헌재 결정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했다.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국가보안법 7조(찬양·고무)를 두고는 “헌재와 대법원은 이 조항의 합헌성과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적었다. 아울러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사례에 한해 엄격히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여부를 묻는 질의에는 “각계 의견을 수렴해 효과적인 차별금지 법제 정비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사형제 폐지 여부를 두고도 “국민의 의견과 사형의 형사정책적 기능, 해외 추세, 국제기구의 관련 권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만 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으로 국가의 수준이 높다는 점을 자랑하지만, 유엔 차원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인권 분야에서는 부족하다는 걸 스스로 자인하는 수준”이라며 “정책적 의지를 가지고 해당 문제들을 의식적으로 고치지 않고서는 국제적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는 오는 29일까지 의견을 접수받은 뒤, 수정 절차를 거쳐 최종 보고서를 유엔 자유권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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