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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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책’이 쉽게 출간되지 못하고, 출간 된다 해도 독자들을 만나기 힘든 상황입니다. ‘인권 책’이 단 한권이라도 더 출간되고, 단 한명의 독자라도 더 만날 수 있게 된다면 세상이 지금보다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요. 독자들이 보다 자주,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인권책’을 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나눌 만한 책을 소개해주실 각계의 연구자, 선생님, 언론인을 모셨습니다.
‘인권-책 위원회’에는 강대중(서울대 교수), 김상미(너머북스 대표), 김종진(삼인출판사 편집장), 김진규(초등교사), 방효신(초등교사), 서유석(호원대 교수), 손하담(중등교사), 안혜초(중등교사), 은종복(서점 ‘풀무질’), 이광조(CBS 피디), 이제이(방송작가), 장의훈(중등교사), 정상용(초등교사), 주윤아(중등교사), 최보길(중등교사), 홍성수(숙명여대 교수)님이 함께 해 주십니다.
<조효제 교수의 인권 오디세이> 조효제 지음 - 최보길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3 15:31
조회
1750
「조효제 교수의 인권 오디세이」조효제 글/ 교양인(2015)
강화도 시골 사람과 ‘인권’
강화도는 서울에 비해 한적하다. 군(郡) 행정의 중심지인 군청 앞에서 시위하는 모습을 본 적도 드물고, 그렇다고 군청 주변에 다양한 요구들이 담긴 현수막을 본 기억도 없다. 그렇게 되면 사회 문제를 바라보면서 한걸음 정도의 간격이 생기게 되는데 그 간격이라는 것이 사고의 객관성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생각하는 것에 대한 불감증을 유발하게 된다. 때문에 신문을 읽을 때는 꼼꼼하게 읽고, 또 일을 보러 서울의 시청이나 국가인권위원회 앞을 지날 때는 어떤 일들과 어떤 목소리가 울리고 있는지 두리번거리며 담배 한 대로 걸음의 속도를 조절하곤 한다. 아마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강화도에 사는 사람에게는 ‘함께 살자는 인간미’가 ‘강화의 자연미’에 밀려 넋을 놓아 버릴지도 모른다.
사실 ‘인권’이라는 사람이 만든 추상적인 개념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본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으로서 또 사람을 위해서 필요한 사회적인 기본 장치라는 생각은 막연히 하고 살았다. 또 이 땅에 존재하는 다른 생명들과 사람이 구별되는 기준이라는 생각도 하고 살았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개념이 인간의 역사와 맞물려 꾸준히 투쟁해 오면서 발전해 온 과정과 그 과정이 현실이 되기까지 여러 나라, 혹은 여러 지역에서 지금도 투쟁하고 있는 상황 등에 대해서는 공부가 그리 깊지 않았다.
겨울 방학을 마치고 신학기가 시작되었을 때 여러 가지 사연을 통해 내 손에 쥐어진 “인권 오디세이”는 집요하게 내게 말을 건낸다. 덕분에 ‘서평’이 될지 ‘독후감’이 될지 모르는 이 글의 운명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자극으로 온전하게 내게 남았고 이 책은 스스로 하는 인권학습에 길잡이로 충분한 역할을 해주었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 그 당연한 명제를 만나며
‘인권’이라는 개념은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진 개념이다. 생명에게는 없고 오직 사람사회에만 존재하는 것이기에 한 사회의 인권 상황을 본다는 것은 그 사회가 어떠한 모습인지를 알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서문에서 만난 조효제 교수의 ‘최저기준의 원칙’의 시각으로 만나면, 인권은 그 사회의 성숙함을 나타내는 척도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인권에 대한 관심과 인권의 보장은 사람이 사는 ‘혜택과 권리’라는 개념을 넘어서는, 사람이라는 존재의 의미를 만나게 한다. 따라서 지금 ‘내’ 자리만이 아닌 우리 사회 최저의 자리를 보는 것은 ‘나’를 포함한 ‘우리’의 성숙함을 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권감수성은 사회발전의 필요한 요소이고 교육의 현장에서 길러져야 할 매우 중요한 ‘사회적 본능’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서문을 지나면 인권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맞이하게 된다. 서양과 동양이 어떻게 인권을 바라보고 있는지 에서 출발하여 <세계 인권 선언>, 민족 자결권, 평화와 인권, 혁명권, 여성의 문제에 까지 오늘날의 인권개념 속에 포함된 여러 개념의 발자취를 찾아본다. 한마디로 인권개념의 뿌리를 찾는 과정이다. 나무도 사람도 뿌리가 튼튼하고 땅과 조화를 이루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더디고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작업이지만, 인권 개념의 뿌리를 찾는 것은 인권공부의 걸음마를 배우는 이에게는 중요한 발견이다.
아우슈비츠에서 코스타리카까지 조효제 교수의 발이 내딛었던 길을 따라 다양한 인권공부의 여정을 만난다. 어느새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지키지 못하고 제작자의 의도와 표현을 잘 느끼기 위해 혹은 서양 중심의 세계화시대에 부응하겠다는 명분으로 ‘어륀지(Orange)’ 발음과 외화더빙을 무감각하게 받아들인 우리에게 외화더빙 문제 속에서 인권을 떠올린 저자의 인권감수성부터, 일본의 헌법 9조(평화헌법)를 지키기 위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군대 비슷한 것도 없고 군사력 유지를 위해 쓰는 예산이 아닌 교육, 보건 의료, 환경, 문화에 예산을 투입하는 군대 없는 나라인 코스타리카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인권의식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인간의 세계가 어디까지일까’하는 기대가 솟는다. 이 밖에도 우리는 라틴 아메리카식 대학의 사회 참여, 특권 없는 독일의 국회의원 등 감탄의 여정을 함께 걷는다.
여기까지가 딛어왔거나 딛고 있는 길이라면 ‘21세기 인권의 확장’에서는 내딛을 길을 만난다. 모어의 유창성보다 외국어의 유창성이 지배적 권력이 되고 그런 상층으로의 지향이 사회적 불평등과 그것의 대물림까지 이어지는 사회에 대한 비판은 곧 우리말의 유창성보다 영어의 유창성을 사회적으로 더욱 요구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을 만나게 하고, 선거를 통한 집단적 의사결정권이 사람의 당연한 권리이며 이를 위해 국가는 투명하고 명확한 준비를 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명쾌하게 확인해 준다. 지난 해 ‘세월호’를 바라보며 마음 아파했던 우리에게 ‘안전’은 국가의 의무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각인하게 하고 인권보장을 위해 경제적 불평등의 해소가 매우 중요함을 알리는 등의 생각 꺼리를 자세히 안내해주는 길이다. ‘21세기 인권의 확장’은 우리 사회가 내딛어야할 발걸음의 좌표를 안내해 준다.
책의 후반부에 만나는 ‘인권 공화국으로 가는 길’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곳의 이야기이다. 인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오해와 편견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상황 아래서 부딪히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 사회를 만들기 위한 좌․우를 뛰어넘는 인권의 보편성과 인권의 정치 도구화에 대한 문제의식도 만나게 한다. 경제적 불평등을 뛰어넘지 않고서는 만들 수 없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진보없이 만날 수 없는 민주주의 등으로 놓여진 ‘인권 공화국으로 가는 길’은 우리 사회가 ‘사람답게 사는 사회’로 가는 길 위에 내딛는 우리 발걸음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인권의 확장에 있어 비강대국, 비주류의 시각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지 기억한다. 그 시각은 주류 사회에 대한 반기가 아니라 함께 사는 우리 사회를 더욱 성숙한 사회로 이어가게 하는 건강성이다. 그 건강성을 살필 수 있는 “인권 오디세이”가 우리 발걸음에 여럿이 함께하는 무게를 실어주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인권 오디세이
최보길/ 중등교사
강화도 시골 사람과 ‘인권’
강화도는 서울에 비해 한적하다. 군(郡) 행정의 중심지인 군청 앞에서 시위하는 모습을 본 적도 드물고, 그렇다고 군청 주변에 다양한 요구들이 담긴 현수막을 본 기억도 없다. 그렇게 되면 사회 문제를 바라보면서 한걸음 정도의 간격이 생기게 되는데 그 간격이라는 것이 사고의 객관성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생각하는 것에 대한 불감증을 유발하게 된다. 때문에 신문을 읽을 때는 꼼꼼하게 읽고, 또 일을 보러 서울의 시청이나 국가인권위원회 앞을 지날 때는 어떤 일들과 어떤 목소리가 울리고 있는지 두리번거리며 담배 한 대로 걸음의 속도를 조절하곤 한다. 아마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강화도에 사는 사람에게는 ‘함께 살자는 인간미’가 ‘강화의 자연미’에 밀려 넋을 놓아 버릴지도 모른다.
사실 ‘인권’이라는 사람이 만든 추상적인 개념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본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으로서 또 사람을 위해서 필요한 사회적인 기본 장치라는 생각은 막연히 하고 살았다. 또 이 땅에 존재하는 다른 생명들과 사람이 구별되는 기준이라는 생각도 하고 살았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개념이 인간의 역사와 맞물려 꾸준히 투쟁해 오면서 발전해 온 과정과 그 과정이 현실이 되기까지 여러 나라, 혹은 여러 지역에서 지금도 투쟁하고 있는 상황 등에 대해서는 공부가 그리 깊지 않았다.
겨울 방학을 마치고 신학기가 시작되었을 때 여러 가지 사연을 통해 내 손에 쥐어진 “인권 오디세이”는 집요하게 내게 말을 건낸다. 덕분에 ‘서평’이 될지 ‘독후감’이 될지 모르는 이 글의 운명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자극으로 온전하게 내게 남았고 이 책은 스스로 하는 인권학습에 길잡이로 충분한 역할을 해주었다.
사진 출처 - yes24
‘인간답게 산다는 것’ 그 당연한 명제를 만나며
‘인권’이라는 개념은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진 개념이다. 생명에게는 없고 오직 사람사회에만 존재하는 것이기에 한 사회의 인권 상황을 본다는 것은 그 사회가 어떠한 모습인지를 알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서문에서 만난 조효제 교수의 ‘최저기준의 원칙’의 시각으로 만나면, 인권은 그 사회의 성숙함을 나타내는 척도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인권에 대한 관심과 인권의 보장은 사람이 사는 ‘혜택과 권리’라는 개념을 넘어서는, 사람이라는 존재의 의미를 만나게 한다. 따라서 지금 ‘내’ 자리만이 아닌 우리 사회 최저의 자리를 보는 것은 ‘나’를 포함한 ‘우리’의 성숙함을 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권감수성은 사회발전의 필요한 요소이고 교육의 현장에서 길러져야 할 매우 중요한 ‘사회적 본능’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서문을 지나면 인권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맞이하게 된다. 서양과 동양이 어떻게 인권을 바라보고 있는지 에서 출발하여 <세계 인권 선언>, 민족 자결권, 평화와 인권, 혁명권, 여성의 문제에 까지 오늘날의 인권개념 속에 포함된 여러 개념의 발자취를 찾아본다. 한마디로 인권개념의 뿌리를 찾는 과정이다. 나무도 사람도 뿌리가 튼튼하고 땅과 조화를 이루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더디고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작업이지만, 인권 개념의 뿌리를 찾는 것은 인권공부의 걸음마를 배우는 이에게는 중요한 발견이다.
아우슈비츠에서 코스타리카까지 조효제 교수의 발이 내딛었던 길을 따라 다양한 인권공부의 여정을 만난다. 어느새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지키지 못하고 제작자의 의도와 표현을 잘 느끼기 위해 혹은 서양 중심의 세계화시대에 부응하겠다는 명분으로 ‘어륀지(Orange)’ 발음과 외화더빙을 무감각하게 받아들인 우리에게 외화더빙 문제 속에서 인권을 떠올린 저자의 인권감수성부터, 일본의 헌법 9조(평화헌법)를 지키기 위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군대 비슷한 것도 없고 군사력 유지를 위해 쓰는 예산이 아닌 교육, 보건 의료, 환경, 문화에 예산을 투입하는 군대 없는 나라인 코스타리카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인권의식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인간의 세계가 어디까지일까’하는 기대가 솟는다. 이 밖에도 우리는 라틴 아메리카식 대학의 사회 참여, 특권 없는 독일의 국회의원 등 감탄의 여정을 함께 걷는다.
여기까지가 딛어왔거나 딛고 있는 길이라면 ‘21세기 인권의 확장’에서는 내딛을 길을 만난다. 모어의 유창성보다 외국어의 유창성이 지배적 권력이 되고 그런 상층으로의 지향이 사회적 불평등과 그것의 대물림까지 이어지는 사회에 대한 비판은 곧 우리말의 유창성보다 영어의 유창성을 사회적으로 더욱 요구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을 만나게 하고, 선거를 통한 집단적 의사결정권이 사람의 당연한 권리이며 이를 위해 국가는 투명하고 명확한 준비를 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명쾌하게 확인해 준다. 지난 해 ‘세월호’를 바라보며 마음 아파했던 우리에게 ‘안전’은 국가의 의무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각인하게 하고 인권보장을 위해 경제적 불평등의 해소가 매우 중요함을 알리는 등의 생각 꺼리를 자세히 안내해주는 길이다. ‘21세기 인권의 확장’은 우리 사회가 내딛어야할 발걸음의 좌표를 안내해 준다.
책의 후반부에 만나는 ‘인권 공화국으로 가는 길’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곳의 이야기이다. 인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오해와 편견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상황 아래서 부딪히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 사회를 만들기 위한 좌․우를 뛰어넘는 인권의 보편성과 인권의 정치 도구화에 대한 문제의식도 만나게 한다. 경제적 불평등을 뛰어넘지 않고서는 만들 수 없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진보없이 만날 수 없는 민주주의 등으로 놓여진 ‘인권 공화국으로 가는 길’은 우리 사회가 ‘사람답게 사는 사회’로 가는 길 위에 내딛는 우리 발걸음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인권의 확장에 있어 비강대국, 비주류의 시각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지 기억한다. 그 시각은 주류 사회에 대한 반기가 아니라 함께 사는 우리 사회를 더욱 성숙한 사회로 이어가게 하는 건강성이다. 그 건강성을 살필 수 있는 “인권 오디세이”가 우리 발걸음에 여럿이 함께하는 무게를 실어주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