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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 김창국위원장 인터뷰 "불법점거사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참여사회 11월호)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10 11:08
조회
125

이글은 참여연대가 발행하는 월간 [참여사회]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이 글을
통해 김창국위원장의 생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그대로 싣습니다. -
운영자 -


김창국 국가인권위원장 "불법점거사태는 되풀이 되지 말아야"
장애인이동권연대 인권위 점거농성 그 후

장애인이동권연대의 국가인권위원회 장기 점거 농성이 끝난 뒤 본지는 10월 15일
김창국 국가 인권위원장을 만나 사건의 전말과 장애인 인권향상을 위한 방안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대담_김호기 편집위원·연세대 사회학과 교수kimhoki@unitel.co.kr
정리_황지희 본지 기자 nabts@pspd.org


문> 장애인이동권연대의 인권위원회 점거농성으로 진통을 겪었다. 장애인단체와의
간담회를 통해 장애인 차별 방지를 위한 법적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들었는데, 인권위원회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답> 간담회는 이동권연대가 인권위에서 농성을 하기 한 달 전에 있었다. 각
장애인단체 대표 15명을 만났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전반적인 인권 문제다. 그
중에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인권 문제의 일환으로 시민단체 대표들을 만난다.
이동권연대가 인권위에서 농성을 시작한 때는 내가 가족들과 휴가를 떠났을
때였다. 휴가 내내 불안해서 혼났다. 나는 법조인으로 살아와서 그런지 이야기를
듣고 맨 먼저 생각나는 게 법적인 관점이었다. 우리가 당사자도 아니고, 잘못한
것도 없는데 들어온 건 불법행위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러나 끝까지 얘기를
들으니까 심정이 이해됐다. 그 사람들도 한번 들어왔다 나가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니까. 결국 39일 만에 끝났다. 결과는 참 잘됐다. 인권위도, 이동권연대도 서로
잘 됐다. 중재 과정에서 보니 서울시가 참 무책임했던 것 같다. 서울시가
사과하면 나가겠다고 했는데, 서울시는 안 했다. 법적 책임을 질까봐 그런
것이다. 죄송하다는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해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표현으로
바꿔 결국 시인하게 만들었다. 이동권연대 측은 농성을 끝내면서 고맙다는 말을
했다. 인권위 사무실에 들어와 목표는 달성한 것이다. 결과는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하지만 불법 점거 사태는 다시는 있어선 안 된다.

문> 최근 이주노동자들의 가족 이주가 증가하면서 자녀들의 교육 문제도
심각하다. 부모가 돈 벌러 나간 사이 하루종일 집안에 갇혀 지내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이주노동자 자녀들의 교육권에 대해 인권위는 어떤 입장인가.

답> 인권위는 이주노동자들의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최근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진정이 인권위에 접수됐고 관계당국에 긴급구제
조치를 권고한 적도 있다. 그러나 가족들이 그렇게 많이 들어와 있는지,
교육문제에까지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는 몰랐다. 거기까지 신경을 쓰지 못했다.
인권위가 특별 기획사업으로 선택한 게 버려지는 아동과 학대받는 노인 문제다.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문제다. 복지 시설에 수용된 아동이 2000년도 자료를 보면
1만7000여 명이다. 복지시설에 수용된 어린이들과 집 안에 버려진 어린이들에
대해 실태조사를 시작했다. 이주노동자 가족문제에는 생각이 못 미쳤는데
버림받은 아동 실태조사를 하면서 함께 해 보도록 하겠다.

문> 심미선 신효순 양 사망사건, 박승주 사건 등 주한미군에 의한 인권침해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인권위가 문제 제기 혹은 입장 발표를 했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답> 미군 문제는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있어 대한변협 회장시절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개정에 대해 특별히 운동을 하고 의견을 내기도 했다.
마침 장갑차 사건 취재 도중 인터넷 방송 기자들이 다쳤고 진정서를 접수했다.
이에 주한미군에 자료 제출 및 서면조사서 답변을 요구했는데 답변을 안 했다.
답변은 외교 경로를 통해 해달라고 했다. 인권위는 법에 의한 조사업무라고
했지만 답을 안 했다. 우린 법대로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러나 납부하지 않고
있다. 주한미군에 독촉장도 보냈다. 미국과 조금이라도 마찰을 일으키는 일은 안
하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우리는 법대로 하겠다는 입장이고 과태료를 부과한
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사건을 계기로 SOFA 문제도 다시 보게 되었는데
점진적으로 개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권 차원 뿐만 아니라 정치
외교적으로 복합적인 문제이므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문> 백혈병 등 희귀병으로 시달리는 환자들의 건강권 문제도 심각하다. 특히
노바티스사 등 다국적 기업의 약가 인하는 사회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 인권위는 어떤 활동을 펼치고 있는가.

답> 건강권은 헌법 10조에 있는 행복추구권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행복추구권의 범위가 넓다. 사회권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별히 건강권을 다루는
것은 없지만 인권위에 진정 들어온 사건들이 있다. 구치소 의료시설에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나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가격이 차별 행위라고 진정
들어온 게 있다. 조사를 하고 있다.

문>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 문제가 꾸준히 쟁점이 되고 있다. 인권위는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가.

답> 이 문제에 관해서는 아직 인권위가 공식적으로 정한 입장이 없다. 다만
여호와의 증인 신자로서 구치소에 수용되어 있는 사람들이 교도소 내 종교집회를
거부당하고 있는 문제가 있었는데 그건 우리가 어제(10월 14일) 결정했다. 수용된
사람들이 기독교, 천주교, 불교 신자들처럼 종교집회를 갖지 못하는 건
차별행위이므로 집회를 허용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병역거부나 대체복무에
관해서도 개인적 소견은 있지만 인권위의 공식적인 견해가 없어서 다음에
밝히겠다.

문> 지난 4월 이후 ‘반인도적 국가범죄 공소시효 배제운동 사회단체협의체’는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없애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인권위도 이에
동의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으나 정부와 국회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인권위는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가.

답> 이에 동의하는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그러나 인권위 주관으로
공소시효배제입법 토론회를 연 적은 있다. 국회에서 정식으로 발의하고 NGO에서도
의견을 내어 구체적으로 논의가 시작되면 우리 의견을 내려고 한다. 반인도적
범죄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하는 기술적인 문제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문> 8월말 현재 인권위 진정 건수는 2500건이 넘지만 처리 건수는 많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가.

답> 9월말 현재 2700여 건 접수됐다. 81.2%가 인권침해, 4.6%가 차별행위다. 상담
및 안내로 끝난 사건까지 포함하면 1만 2000건이다. 지난해 11월 26일 업무를
시작했지만 직원 모집 및 채용을 거쳐 올 4월에야 실제로 업무를 시작했다.
그래서 사건이 많이 밀려 있다. 인력 부족 때문이다. 알다시피 인권위 업무가
진정 사건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중요한 업무의 하나가 각종 제도에 대해
의견표명, 개선, 권고를 하는 일이다. 테러방지법 제정 저지를 예로 든다면, 그런
걸 하나 내더라도 경우에 따라 청문회, 토론회도 하면서 일을 진행하다 보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인권실태조사는 26개 과제 중에서 외부용역을 주어
선택적으로 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인권교육, 국제인권단체 워크숍을 하고 있다.
사실 인권위에 진정된 사건들은 대부분 민원사건들이라 인권위가 제대로 해줘야
하는데 역량부족으로 잘 못하고 있다. 진정해오는 사람들은 인권위에 큰 기대를
하고 오는데 실제 조사해 보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있어 실망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문> 자유게시판의 실명제 전환, 전자출입증 도입 등으로 인해 인권위가
관료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인권운동진영에 있는데.

답> 관료화라는 말을 너무 쉽게 쓴다. 나 같은 사람도 그럴 것이다. 여기 와서
전과 같은 행동을 해도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다. 나는 인권위가 관료화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민간인과 관료 출신이 반반이다. 이런 조직은 국가기관 중
처음이다. 여성 대 남성의 비율도 4대 6으로 여성부 말고는 여성이 제일 많다.
공무원 사회에선 혁명적이다. 전자출입증은 이동권연대의 점거농성이 계기가
되었지만 엠네스티 인터내셔널 런던본부 같은 곳도 그런 확인절차를 세 번 거쳐야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조사업무에 대한 보안도 그렇고, 안전문제도 있으니까
전자출입증을 두고 무조건 관료화라고 하면 곤란하다. 민원인들이 출입하는 7층은
전자출입증을 도입하지 않았다. 자유게시판 문제는 게시판에 인권문제와 관련
없는 개인에 대한 비난이 올라오고 비난당한 사람은 인권위가 왜 명예훼손을 두고
보냐며 항의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불거졌다. 그런 문제 때문에 실명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현재 홈페이지를 여러 면에서 개선하려고 하고 있으니 그
문제를 검토해서 자연스러운 방법을 찾아보겠다. 의견을 듣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고, 인권위를 비난하는 소리가 들어와서 그런 것도 아니다.

문> 인권위원회는 NGO의 노력으로 마련된 국가기구인 만큼 가장 NGO방식으로
운영돼야 할 것 같다. 혹시 내부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게 있다면.

답> NGO식이라는게 뭔지 모르겠다. 밖에서도 듣지만 인권위는 성격상 정부와
시민단체의 중간이다. 제일 중요한 우리의 업무는 국가 공권력이 인권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예방하는 것이다. 인권위는 정부와 NGO사이에서 건강한
긴장관계를 갖는 게 바람직하다. 일을 처리하면서 누구의 눈치를 본 적은 없다.
어떤 사람은 넥타이 매지 말자고 얘기하기도 한다. 그게 비관료화, NGO식인가?
의문이다. 내 스스로 토요일은 넥타이를 안 매고 조금 편한 차림으로 다녔더니
상당수 직원들이 토요일은 넥타이 안 매고 출근한다. 자랑처럼 들리지만 일반
관료들이 우리 월례회의를 보고 놀란다. 한 직원이 회식 때, 공무원 사회에서는
월례회의를 시작할 때 국민의례를 하든지, 국기에 대한 경례라도 하는데,
인권위도최소한 애국가 1절은 부르는 게 옳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래서 직원들의
의견을 묻게 했다. 결국 국민의례 없이 월례회의를 시작한다. 그것도 NGO식
운영이라고 한다면 할 수 있을 듯하다. 적어도 다른 기관 공무원들이 볼 때는
다르다고 생각할것이다. 스스로 체질을 변화시켜가고 있다. 민간 출신들이
따라가는 게 아니라 관료 출신들이 변하고 있는 걸 발견한다. 의식이 조화를
이루어 가는 가운데 사소한 갈등도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국가 기관치고는
NGO적이라고 본다.

문> 인권단체와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해결책은 없나.

답> 스스로 인권단체라고 지칭하는 곳이 수십 곳이다. 인권위가 100% 지지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인권단체가 비판하는) 내용은 수긍 못할 게
많지만 그런 단체가 일부 있다는 게 자극을 준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런 단체도 있어야 한다. 모두 다 인권위 잘한다고 할 수는 없다.
시각차가 있는 거니까.

문> 민주주의를 연구하는 사회학자들은 인권위를 사회진보의 상징으로 생각한다.
인권위원장으로서 인권위의 방향과 전망을 말해 달라.

답> 인권이란 사람이면 누구나 갖는 보편적이고 천부적인 권리이다. 그러나
우리의 인권쟁취 역사는 그렇지 않다. 투쟁해서 얻은 것이다. 인권위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다. 더 구체적으로,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살펴 주는 곳이다. 소수자,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길러주는 게
인권위다. 그것을 인권 감수성이라고 표현한다. 인권감수성 평가방법의 개발을
전문가에게 의뢰했다. 그게 되면 우리 사회 곳곳의 인권감수성 지수를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부패지수를 매기는 것처럼 말이다.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것이 우리
사회 인권 수준을 높이는 것이고 그걸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인권위의 몫이다. 정권
말기가 되니까 공무원들이 줄서기를 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아마도 인권위는
정권교체 이후에도 누구의 눈치도 볼 염려가 없는 유일한 국가기관일 것이다.
내가 여기 온지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그만두는 날까지 괜찮은 국가기구의 기틀을
세웠다는 말을 듣고 싶고, 인권위가 하는 일이라면 세금 내도 아깝지 않다는 말을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