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군대 알몸 사진’ 공개에 대해

 오늘(6월 29일)자 연합뉴스는 저희 단체가 “군대 내 병사의 알몸사진을 무더기로 공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가 나가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이 기사를 싣자, 많은 네티즌이 저희 단체 홈페이지를 방문하기도 하였습니다.

 저희의 추측으로는 저희 단체의 홈페이지를 방문한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저희가 ‘공개’했다는 사진을 보려고 했던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 단체의 홈페이지를 방문하신 분들께서 확인하셨던 것처럼 저희 홈페이지에는 문제의 ‘알몸 사진’은 전혀 공개되어 있지 않습니다. 저희의 ‘공개’는 기자회견을 통해서나 보도자료의 배포 또는 홈페이지 게시 등을 통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저희는 문제의 사진을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공개’의 방식으로 ‘공개’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저희는 최근 어떤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88장의 사진을 전달받았고, 이 사진을 통해 군대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혹행위의 정도가 이미 상식을 넘은 상태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이처럼 명백한 인권침해와 범죄가 자행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장병들이나 군의 책임있는 지휘관들이 이 문제에 대해 별다른 경각심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 사진을 마침 저희 단체를 방문한 연합뉴스 기자에게 전달하였고, 연합뉴스 기자는 지난주에 공개된 한두장의 사진만이 아니라, 무척 많은 사진이 있다는 사실을 기사화하였습니다. 그러나 기사가 다룬 내용 자체가 ‘알몸’ 등 선정적인 것이어서 인터넷 공간에서 많은 네티즌들의 불필요한 호기심을 자극하였던 것 같습니다.

 저희는 이번 사진을 연합뉴스에 전달하면서, 일반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려거나 또는 사진에 등장하는 장병들의 얼굴을 공개하면서 그들의 초상권, 프라이버시 등 인격권을 침해하려는 의도를 전혀 갖고 있지 않았고, 사진을 전달받은 연합뉴스도 프라이버시 등 인격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얼굴에 대한 모자이크 처리를 하였습니다. 그것은 평소 프라이버시 등 인격권에 대해 강조해왔던 인권단체로서 당연한 태도였습니다.

 그러나 ‘알몸’이란 단어만으로 불필요한 호기심을 자극한 측면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비록 저희가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 자극적인 표현으로 문제의 사진 몇장과 기사가 실리게 되고 이 때문에 보고 싶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이 기사와 사진을 접하게 되신 많은 분들께도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희는 최근 심각한 사회적 의제로 제기되는 ‘알몸 사진’ 논란 등, 군인권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가 보다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 군에 간 젊은이들이 더 이상 노골적인 인권침해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군인권이 개선되고, 특히 지휘관을 비롯한 책임있는 군당국의 인권의식이 개선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부디 군당국이 더 이상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를 그저 ‘통과의례’니 ‘별 것 아닌 일’ 정도로 치부하고 지금까지처럼 미온적인 대처로만 일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또한 사회적 비난이 쏟아진다고 해서 충분한 검토없이 즉흥적으로 군형법을 개정하여 처벌의 강도를 높이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는 단순한 생각에서도 벗어났으면 합니다. 처벌이 능사가 아니고,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이런 바람의 일환으로 오는 7월 5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군 인권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국회인권포럼과 공동으로 주최합니다. 더 이상 군이 이런 부끄러운 모습으로 국민들께 걱정을 끼치지 않고, 군대도 사람이 살만한 곳, 군대도 사람이 갈만한 곳으로 바뀔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