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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호] 버닝썬-여/성 착취에 기생하는 산업구조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9-04-18 15:21
조회
61

신하영옥/ 여성운동연구활동가네트워크 ‘젠더고물상’


 지난해 한 남성의 고발과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드러나게 된 ‘버닝썬 물뽕사건’은 2015년 소라넷의 실시간 강간 동영상 촬영과 유포, 양진호 사건으로 드러난 불법촬영물 유포 사이트와 피해자에게 돈을 받고 동영상을 삭제하는 기관이 같다는 것. 17년 동안 소라넷에 대한 조치는 미루고, 몇 년 안 된 워마드의 홍대촬영은 즉각 조치하는 남성 경찰과 검찰, 사법부의 관점이라는 프레임의 연장선에 있다. 그것은 여성들의 몸은 남성들의 관음과 성/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과 실천의 장으로 존재하지만 남성의 몸은 여성에게 그렇게 될 수 없다는 이중 잣대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8년 혜화동 불법촬영 근절 시위에서 10만이 넘는 여성들이 ‘나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를 외치며 불법촬영의 예방과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할 때 많은 남성들은 ‘과격하다!’ 고 했다. “모든 남성이 그런 것은 아니”라고, 모든 남성을 적으로 모는 여성운동은 옳지 않은 거라며 훈계하거나 가르치려고 했었다. 경찰은 이러한 여성들의 분노에 대통령까지 나서자 강력대응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몰카 판매 금지’ 같은 가장 중요한 대응책은 나오지 않았다. 강력처벌의 수준도 기대 이하였다. 남자들은 그 피해가 자신의 아내, 누나, 여동생, 딸일 때는 피해자 여성보다 더 분노하는데 그 이유는 본인 소유물에 대한 침해라는 관점에서의 분노일 때가 많다. 그리고 대다수 남자들은 곧이어 아내, 딸 등의 행실을 따지며 피해자에게 분노한다. 여성의 몸에 대한 착취가 이미 거대한 구조로 정착되었고, 일상화되었으며, 자신도 타인의 여자에게는 그런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구조이기 때문에 일상화된 사건에 개인의 저항이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남자들은 구조에 분노하기보다는 피해자에 분노하고 낙인을 찍으면서 더욱 더 견고하게 남성연대를 구축하고 있다. 삶이 팍팍하다고 느껴질수록, 항상 자신에게 종속되어 있어야 하는 여성들의 존재가 커질수록, 음침한 남성연대는 여성의 몸과 성을 훑고 착취하고 갈취하고 있는 것이다.


 소라넷, 양진호의 사이트 외 수많은 불법사이트들이 존재하고 떼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남성연대, 카르텔이 있기 때문이다. ‘찍는 놈, 올리는 놈, 보는 놈’ 모두가 여성폭력, 여성착취라는 카르텔을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소라넷의 실시간 강간 동영상이 올라왔을 때 경찰은 ‘장난’이라고 했다. 온라인이니까. 불법촬영물 사이트도 마찬가지로 대응했다. 안이하게. 온라인이라 현실이 아닐 수 있다고 말이다. 버닝썬은 어떤가? 온라인은 결론일 뿐이다. 동영상은 결론이고 서론, 본론은 오프라인에서 발생한다. 버닝썬은 그 과정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물뽕을 술에 타서 여성을 심신불가능 상태로 만들고 바로 위층의 호텔로 끌어가 성폭행하고 그 장면을 촬영해서 사이트에 올리고, 그걸 보는 남성들은 ‘학습’한 후 실습에 돌입한다. 한 좌석에 수십에서 수백씩 하는 돈을 뿌려가며 여성을 낚고 약을 먹이고 싫다면 폭력을 행사하기까지 한다. 여성은 이들에게 무엇일까? 누군가 나를 인간이하로 취급할 때, 그 누군가가 권력/힘을 가지고 있고 또 집단이라면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할까? 개인적으로는 저항하다가 위압을 당할 것이고, 피해자임에도 숨을 죽일 것이다. 그러나 나와 비슷한 피해자이거나 될 가능성이 있는 동질의 집단이 있다면? 피억압자 정체성을 극복 했는가 아닌가에 따라 대응은 달라질 것이다.


 여성들은 그동안 너무도 개인적으로 집단적으로 억압과 착취를 당해왔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착취를 버젓이 자랑 질하고 전시함으로써 여성들을 집단적으로 위협하면서 더욱더 침묵하고 순응하라고 강요한다. “안 그러면 너도 이렇게 될 거야.” 라고. 순응하는 존재로서의 여성은 아름다워야 하고, 순결하면서 섹시해야 하고, 여성성을 갖춰야 하며, 남자가 부를 때는 언제든 ‘네’를 말해야 하는 존재이다. 여기에는 화장품, 옷, 구두, 가방, 여성교양 및 취미, 과학적 모성(수유방법, 영재만들기...) 및 가사노동( 인테리어, 청소, 위생, 요리, 수납...), 클럽, 호텔, 성매매 등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 이 모든 것이 여성에 대한 착취를 기반으로 존재하는 산업들인 것이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제조업이든 사무직이든 여성은 남성의 63%의 임금밖에 못 받으며 노동하고 있다. 이 역시 여성착취에 기반 한 산업이다. 여성은 집 안과 밖에서 평생을 노동하고 있다. 심지어 국민과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것도 여성의 몫이지만, 사회와 국가는, 이데올로기와 관습은 여성의 노동을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들어 착취를 은폐하고 있다. 그래서 여성에 대한 착취는 ‘구조’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남성들의 ‘행위’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둘은 상호구성하면서 여성착취를 강화시켜 나가고 있는 주범이다. 때문에 “과격하다”, “모든 남자가 그런 것은 아니”라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 착취의 은폐성을 각성한 여성들은 분노하는 것이 당연하고 남자들은 구조로서의 가부장적 남성연대에 저항하지 않음으로써 여성착취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 MBC


 버닝썬이 문을 닫았다는 기사에는 아쉽다는 표현, 그립다는 표현, 꼭 부활하자는 댓글들이 달려있었다. 이건 과감한 자기주장이 아니다. 아주 무식한, 무사유한 결과의 표현이다. 범죄를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고 성찰하지 못하는 자의 자의식일 뿐이다.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을 주장했다. 악은 악하고자 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사고하지 않음으로써, 집단적으로는 시시비비를 논하는 의사결정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결과라는 것이다. 여성착취는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를 사고 없이, 논의 없이 실천하는 수많은 이들, 특히 남성들에 의해 재생산되고 있고, 가부장제 산업구조는 여성에 대한 착취를 토대로 존재하고 있다. 자본주의 가부장제에서 여성들은 남성들에게 자본의 원시적축적의 진원지인 것이다. 여자 친구를 성매매로 몰고 돈을 갈취하는 남자들은 그저 그러한 진실을 실천하고 있는 중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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