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호] 자애와 진실이 마주 서로 만나고,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리라(시편 85, 11).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이 가득 내리시길 기원합니다.

 저는 인권연대가 2015년부터 운영해온 장발장은행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죄질이 나빠서가 아니라, 오로지 벌금을 낼 경제적 여력이 없어 교도소에 갇히는 것은 당사자뿐 아니라 그 가족들에게도 너무나 가혹한 일입니다. 장발장 은행은 이런 현대판 장발장들을 위해 무담보, 무이자로 벌금을 빌려줌으로써,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사랑의 나눔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많은 은인들의 나눔으로 현대판 장발장들에게 재기의 기회가 주어지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바로 ‘재산비례 벌금제’(일수벌금제)의 도입입니다.

 형집행에서의 불공정성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더 나아가 금고의 위기에 처한 현대판 장발장들이 희망을 놓지 않도록 소득과 재산에 따라 각기 다른 액수의 벌금을 내는 ‘재산비례 벌금제’가 도입된다면, 가난한 사람들이 당하는 이중의 고통은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

 마침 국회에서 존경하는 소병철 의원님을 중심으로 재산비례 벌금제 도입을 위한 법률안이 발의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기쁜 일입니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일어선 그들이 다시 한번 ‘정의롭고 행복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사랑과 관심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의원님들의 참여와 지원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큰 부담을 느껴야 하는 차별적 제도를 바꿀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합니다. 부디 여러분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과 자비의 마음을 북돋아 주십시오. 여러 의원님들께서 함께 해주신다면 따뜻한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의원님들의 가정과 하시는 일에 주님의 축복이 함께하시길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2월 22일
추기경 염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