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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 51호] 테러방지법이 아닌 국정원개혁을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17 17:41
조회
260

이계수/ 울산대 법대교수


2001년 11월 처음 국가정보원에 의해 제안된 테러방지법안은 9․11 테러 직후 국민들 사이에 만연한, 테러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을 이용하는 한편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 대비라는 명분을 내세웠기 때문에 당시에는 일사천리로 통과될 듯이 보였다. 그러나 테러방지법 제정에 대한 시민사회 내부의 저항이 워낙 컸기 때문에 2002년 5월을 기점으로 법안에 대한 국회심의는 중단되었다. 그러나 금년 8월이래 법제정이 재차 시도되고 있으며 현재는 제2차 수정안까지 나와 있다. 특히 지난 11월 10일자로 나온 ‘테러방지법에 대한 제2차 수정안’은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 민주당 함승희 의원, 열린우리당 김덕규 국회정보위원장의 공동발의로 제출되어 이른바 ‘3당연합안’으로 부를 만 하다. 이 안은 지난 8월에 제안된 제1차 수정안에 대한 국회공청회(11. 3일) 뒤에 3당 합의로 제출되었으므로 정보위원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따라서 끝까지 이 법안에 대해 반대하는 시민사회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에 와있다. 11월 3일 국회에서 있었던 테러방지법 공청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들었겠지만,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북한의 테러위협을 상정하지 않는 테러방지법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수 차 강조하였다. 정형근 의원의 그러한 주장을 받아 이번 ‘3당 연합안’의 수정이유에서는 북한을 국내외 테러위협의 선두주자로 내세우고 있다. 필자는 이미 제1차 법안에 대한 비판에서 테러와 북한을 연계 짓는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하며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노력이 가장 확실한 테러방지대책임을 지적한 바 있다. 남과 북의 경제․문화적 교류가 늘어나면서 대다수 국민들조차 북한=테러지원국이라는 낡은 등식을 버리고 있는 이 때에 북한을 테러위협세력으로 직접 거론하는 법률을 만들고, 그런 법률에 근거하여 국정원을 ‘재무장’시키는 것이 한반도의 안보환경에 과연 득이 될 것인지 의심스럽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전후좌우야 어찌되었건 국제사회가 테러방지를 ‘거의’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는 마당에 우리라고 해서 손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다가 정말 테러가 일어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질 것이다. 테러는 일어나서는 안 되며, 테러방지를 위한 국제적 협력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세계 각국에서,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테러방지대책논의’가 그 출발점에서부터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도 인식해야 한다. 오늘 자(11월 11일) 신문에는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의 발언이 올라와 있다. 그는 “전 세계가 반테러 안보 조처에 대한 편집증에 사로잡힌 나머지 오히려 테러공격보다 더 큰 피해가 초래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는 그러한 피해로 ‘관광업의 손실과 항공사들의 도산’을 거론했지만 피해는 단지 그러한 경제적인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자유를 팔아 안전을 구매하려는 일부 세력의 시도 때문에 전 세계는 지금 자유와 인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최근 유엔 고등난민판무관실이, 한국의 테러방지법안이 난민 및 외국인의 지위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은 것은 바로 그러한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이 기구의 우려는 “어떠한 대테러대책도 인권과 난민의 지위, 인도주의적 국제법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2002년 유엔 총회의 결의(A/RES/57/219)를 일깨워준다. 유엔 총회의 결의는 권고적 효력밖에 없으나, 유엔안보리 결의 1373호를 이용하여 공안․정보권력을 강화하고 있는 국가들에게는 중대한 경고의 의미를 갖고 있다. 그것은 또한 무엇을 테러라고 정의 할 것인지에 대해 국제사회가 여전히 합의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반인권적 반테러조치만이 횡행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가 테러방지법의 제정 필요성과 관련하여 자주 끌어들이는 유엔안보리 결의 1373호는 한국을 비롯하여 각국 정부가 추진하였거나 하고 있는 ‘반인권적·자유침해적 반테러조치’에 대한 백지위임장이 결코 아니다. 동 결의는 9·11 테러 직후 발표된 것이기는 하나, 테러리즘에 반대하는 국제사회의 지속적 노력의 연장선에서 있고, 반테러대책과 관련하여 현재 가장 중요한 요소로 제시되고 있는 테러자금차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아가 동 결의는 ‘테러자금조달의 억제를 위한 국제협약’ 등에 가입하는 것이 유엔 회원국의 선택이 아니라 의무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테러방지법의 제정필요성을 제시하는 정부측 논리도 이제는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유엔회원국인 대한민국도 안보리 결의 1373에 ‘구속되므로’ 현재의 초안대로 테러방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에는 결의 1373호가 여러 군데에서 ‘법적으로 가능한 모든 수단’, ‘국제법 및 국내법에 합치하는 방식’으로 반테러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한 사실이 빠져있다. 여기서 말하는 법적으로 가능한 수단이란 국제법과 국내법(헌법을 포함)에 합치하는 수단을 의미한다. 국민들의 사생활과 통신의 자유, 그리고 난민의 지위가 점차 침해되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을 고려한다면, 테러방지를 위해 법적으로 가능한 조치란 결국 헌법과 국제인권법이 인정하는 조치로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들이 통과를 공언하고 있는 현행 법안의 내용은 어떤가? 법안은 국가정보원에 대테러센터를 두어 국정원으로 하여금 테러업무에서의 “기획 및 조정”(원래 기획·지도 및 조정으로 되어있었으나 법무부, 국방부 등 정부기관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있자 “지도” 부분이 삭제되었다)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고 국가시설 등을 “테러로부터 보호하기 어려운 경우”(그러나 어떤 경우가 이에 해당하는 지는 지극히 모호하다)에는 평상시에도 군대를 동원할 수 있게 했다. 국회는 물론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각국 비밀정보수사기관간 정보교류를(말이 정보교류이지 자국민의 사적 정보를 타국에 넘겨주는 형태가 될 것이다) 승인하는 것은 물론, 법원의 허가 없이 대통령의 승인만으로도 감청(도청)을 할 수 있는 대상을 확대했다―테러행위와 무관한 나와는 아무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안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진짜 테러 때문에 감청(도청)을 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동남아시아, 이슬람권 출신자들은 앞으로 “테러단체의 구성원으로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외국인” 취급을 받게 될 공산이 크다.


‘테러위협’이 국제인권법과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대한민국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포함)의 기본적 인권까지 무력화시키는 전가의 보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처럼 통신제한조치에 대한 사후통보제도(한국의 경우는 통신비밀보호법 제9조의 2 참조)를 두고 있는 독일에서도 실제로 사후통보가 이루어지는 비율은 27%에 불과하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73%의 사람들은 법규정에도 불구하고 통신제한조치에 대한 통보를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의 막스 플랑크 국제형사법연구소의 2003년 보고서 참고). 이것이 감청을 행하는 수사기관, ‘정보수사기관’의 현실이다. 국민들이 테러방지법의 제정을 두려워하고, 그것에 반대하는 데는 분명 합리적인 이유가 있음을 국회와 정부는 인식하기 바란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했던가. 그러나 테러리스트를 이길 힘은 그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싸우는 데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방식은 이미 자유주의적 법치국가를 지향하는 우리 헌법에 다 나와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는 바로 이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사실도 무시하는 테러방지법안의 심의를 즉각 중단하고, 지난 대선때부터 약속한 국정원 개혁부터 발벗고 나서라.


테러방지법 본회의에서 막아야 합니다.


이 원고는 11월 11일에 전달받은 것인데, 14일 국회 정보위원회는 기습적으로 테러방지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말았습니다. 아직 본회의가 남아있는 상황이니, 이 법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회원님의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주변의 국회의원들에게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인권단체들은 물론이고, 국가인권위와 변협도 반대하고 있고, 법무부, 국방부, 경찰까지 반대하는 상황에서도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국가정보원과 국회 정보위원회는 지난해에는 월드컵 때문이라더니, 올해는 이라크전 파병으로 인해 아랍권 테러세력의 표적이 될 것이라며, 테러방지법을 제정하였습니다.


테러방지법 제정의 책임자들은 고영구(국정원장), 서동만(국정원 기조실장), 김덕규(국회 정보위원장, 열린우리당), 함승희(국회 정보위, 민주당), 홍준표(국회 정보위, 한나라당)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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