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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호] 인권현장 이런 저런 이야기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30 14:43
조회
219

인권연대 편집부


 외국인보호소 참사, 우리 모두 공범이다.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로 9명의 죄 없는 목숨이 희생되었다. 가족을 위해 돈을 벌겠다고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희생되었다. 화재 직후 보호소 직원들의 대응은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허둥지둥 대다 희생은 더 커졌고, 소화기 3대 말고는 화재를 진압할 아무런 방책도 없었다.


 우리는 지난 9월 이 지면을 통해 과천의 송전탑 화재로 서울구치소 외곽초소 등이 불타는 일이 있었음을 기억하며, 다수인 보호시설에서 화재사건이 발생한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라고 경고 한 바 있다.(월간 [인권연대] 2006년 10월호)


 이번 외국인보호소의 경우에도 그렇지만, 구금을 목적으로 하는 다수인 시설은 언제나 화재에 취약하다. 언제나 몇 겹의 잠금장치를 해놓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자칫하면 서울구치소에까지 참화가 미칠 뻔했던 지난 9월의 과천 송전탑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교훈이 되었어야 했다.


외국인보호소든, 교정시설이든 그 시설의 책임은 모두 법무부에 있다. 장관이 나서 안전대책을 강구하고, 직원들도 화재 시 방화대책을 모두 몸에 익히고 있었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죽지 않았을 것이다. 흔히 말하는 것처럼, 이번 외국인보호소 화재사건은 천재가 아닌 인재였기 때문이다.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는 정부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하는 중요한 징표다.


 이 사건의 책임은 누가 뭐래도 법무부장관에게 있다. 그가 마땅히 했어야 할 일을 제대로 했다면 참화는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그렇지만, 법무부장관이나 법무부 관계자들 말고도, 우리 자신에게도 그 책임의 일단이 있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보다 강력한 목소리를 내었더라면, 단지 비합법 체류자라는 이유만으로 구금시설에 갇혀야 하는 외국인의 문제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외국인보호소의 실태 개선을 위해 좀 더 많은 실천을 기울였더라면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가슴 아픈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그것은 교훈을 제대로 받아들인 사회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전·의경제 폐지, 그 동안도 중요하다


 전·의경제가 드디어 폐지된다. 아직 만 5년을 더 기다려야 하지만, 내년부터 매년 20%씩 순차적으로 줄여 나가 2012년에는 완전 폐지시킨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경찰은 전·의경 폐지가 곧 치안공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상당한 수의 경찰관을 더 채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과연 경찰관이 더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적정한 수는 얼마큼인지는 경찰이 아닌 객관적인 부처와 시민사회가 함께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막연하게 경찰관 수를 더 늘릴 것이 아니라, 경찰 내의 구조조정이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경찰의 구조조정은 누차 강조했던 것처럼 보안, 경비, 정보 등 시민의 안전과 무관하게 정권의 안전만을 위해 활동했던 분야를 포함해 불필요한 기획부서까지 광범위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경찰인력 증원을 둘러싼 무리한 주장을 합리적으로 푸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전·의경 인력이 줄어드는 내년부터 완전 폐지 때까지 5년 동안 해야 할 일도 만만치 않다.


 현재 전·의경의 정원은 5만 4천 명이지만, 실제 근무 인원은 3만 8천 명 정도다. 임무는 그대로인데 인력이 줄었다면, 임무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경찰은 모자라는 인원만큼 더 과도한 근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고 있다.


 서울경찰청 기동단의 경우 휴일 없이 매일 평균 13시간 동안 출동해야 한다. 여기에 한 달에 4일쯤 되는 진압훈련 일정과 부대와 개인 정비를 위한 시간, 각종 교육시간, 휴가와 외출, 외박까지 포함하면 그야말로 전·의경들이 근무 내내 혹사당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처럼 지금의 과도한 근무도 해결하지 않고 있는 경찰인데, 여기서 인력이 더 줄게 되는 내년부터 그 혹사의 정도가 얼마나 더 강화될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문제를 처음부터 제대로 풀지 않으면, 폐지 전까지 전·의경으로 살아야 하는 젊은이들은 이전보다 훨씬 가혹한 처지에 내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치안공백 어쩌구 하는 경찰의 볼멘소리와 달리, 사실 문제는 쉽게 풀 수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집회, 시위에 대한 경찰의 대응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언제나 집회 참가자의 수를 훨씬 넘어서는 많은 경찰력을 현장에 투입하는 관행, 그것도 모자라 집회 개최 시간 훨씬 전부터 전·의경으로 길거리를 도배하다시피 해놓는 관행 등이 바뀌어야 한다.


 요구하지도 않은 경비를 해주거나, 수익자가 당연히 부담해야 하는 영리 목적의 행사에까지 경비인력을 파견하는 일, 경찰관서의 보초 서는 일 등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굳이 전·의경들을 고생시키지 않아도 될 일은 많다.


 여태까지 전·의경들에게 온갖 잡일을 시킨 덕분에 직업 경찰관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었지만, 어차피 그럴 수 있는 시간이 그리 오래 남은 것이 아니라면, 지금부터라도 업무 혁신을 통해 불필요한 인력소요를 과감히 줄여나가야 한다.


 합리적으로 일하지 않는 조직, 치안수요를 과장하며 더 많은 인력과 예산만 쫓는 조직에 매년 1,2조원씩 더 쏟아 부어도 좋을 만큼 우리 시민들의 인심이 넉넉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도대체 염치도 없는 특별사면


 대통령 취임 4주년과 3.1절을 기념한 특별사면이 있었다. 어쩌면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사면이 될지도 모르는 뜻 깊은 정치 이벤트였지만, 노무현 정권의 성격만 노골적으로 확인시켜준 전형적인 ‘그들만의 잔치’였다.


 특별사면을 통해 혜택을 받은 사람들은 김영삼, 김대중 두 명의 전직 대통령들의 측근인 김현철, 권노갑, 박지원 등 흘러간 옛 정치인들과 비리를 저지른 부패기업인들이 전부였다.


 내세운 건 국민화합이지만, 그들이 염두에 둔 국민은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는 많이 가진 사람들, 많이 가진 것도 모자라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불법행위를 자행한 사람들이었다.


 양심을 지키고자 병역 대신 구금을 선택한 사람들,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다 갇힌 사람들, 정부 정책에 반대하다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잡혀 온 사람들은 이번 사면에 단 한명도 끼지 못했다.


 꼭 양심수가 아니라도 특별히 행형성적이 좋거나 누구보다 재활 의지가 강한 일반 재소자들의 경우도 이번 사면의 혜택을 받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박정희 정권 이래 지금까지 여러 정권이 진행한 특별사면 중에서 가장 나쁜 사면이었다.


 대통령은 자신이 가진 권한을 이렇게 함부로 쓰고, 오로지 자신의 입맛에만 맞는 사람들, 자신과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의 정치적 입지만을 생각해 사면을 남발하고 있다. 그러니 아예 대통령의 사면권 자체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 있게 제기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문신 있는 사람은 목욕탕 출입도 안 된다고?


 부산경찰청은 최근 전신 문신을 한 사람이 목욕탕에 출입하는 경우에는 경찰관이 출동해 경범죄 처벌법상 ‘불안감 조성’을 이유로 범칙금 5만원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범죄처벌법 자체도 시대착오적인 악법이라 지탄받고 있지만, 경범죄처벌법의 ‘불안감 조성’조항은 “공공장소에서 고의로 험악한 문신을 노출시켜 타인에게 혐오감을 준 사람”을 처벌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목욕을 하기 위해 옷을 벗은 사람과 고의로 혐오감을 주기 위해 문신을 노출시키는 사람은 전혀 맥락이 다르다. 개인의 취향에 불과한 문신에 대한 시대착오적 오해도 우습지만, 공중목욕탕에까지 경찰관을 출동시키겠다는 발상은 더 어처구니가 없다.


 시민의 개입 요구가 빗발치는 가정폭력, 게임장 운영, 어린이 교통안전 대책 등에서는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던 경찰이 개인의 내밀한 부분까지 구태의연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웃음이 아쉬운 각박한 세태지만, 이런 일로는 웃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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