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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의 지속가능성(이재환)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6-08-25 09:35
조회
284

이재환/ 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


이솝우화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생각해 본다. 지금 지역화폐가 가는 길이 혹시 그 길이 아닌가 싶어서다.

지역화폐는 불편한 돈이다. 해당 지역 외에서는 쓸 수 없다.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 연 매출 30억 원 이상의 가게에서도 사용할 수 없다. 이렇게 불편한 돈을 자꾸 활성화하려는 것은 소비의 부가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 내 골목상권에 돌게 하기 위함이다. 지역화폐의 지역순환 경제효과를 노린 것이다. 그래서 사용자인 지역민에게 혜택을 주고 사용을 권한다. 지역화폐 구매 시 인센티브를 주는 형태다.

지역화폐 인센티브 제공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주로 많이 하는 방식이 지역화폐 구매 시 먼저 할인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할인율 10%를 가정하고, 9만 원을 내면 10만 원 가치의 지역화폐를 취하는 형태다. ‘선할인’이라고 불린다.

두 번째로 많은 방식은 10만 원을 내고 1만 원이 추가된 11만 원의 지역화폐를 취하는 형태다. ‘캐시백’ 또는 ‘추가 할인’이라고 불린다.

세 번째는 10만 원을 내고 지역화폐를 취한 뒤, 이를 지역화폐 가맹점에서 결제할 때 1만 원까지 덧붙여 주는 ‘후 캐시백’ 또는 ‘사용 할인’이 있다. 사기업이 하는 ‘OK캐쉬백’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지역화폐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인센티브는 중앙정부 예산과 도·시·군 지방정부 예산이 함께 들어간다.

현재 전국 198개 지방정부의 지역화폐 할인율은 수도권 8%, 비수도권 10%, 인구감소 지역 12%로 세분화했다. 이중 지방비 부담은 지역 구분 없이 5%로 고정이다. 대신 국비지원 비율이 수도권 3%, 비수도권 5%, 인구감소 지역 7%로 다시 세분화했다.

이 같은 방침은 재정 여건이 좋은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높은 할인율을, 반대인 지자체에는 낮은 할인율을 적용하여 지역 간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와 지적에서 나왔다. 실제로 일부 시군에서 20%까지 할인율을 적용하여 인근 시군 시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한 적이 있기도 했다.



지역사랑상품권법의 목적에 명시된 ‘지역 균형 발전 기여’에도 부합하는 지침이지만, 문제는 고정 할인율과 지방비 부담률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 이전까지 지역화폐의 할인율은 2~6% 수준이었다. 지방비가 전체를 차지하였지만, 지역화폐 발행 규모가 지금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어서 감당할 만했다.

그러다 2019년 정부의 골목상권 살리기 정책으로 지역화폐 활성화 방침이 세워지며 처음으로 중앙정부 할인 예산 지원이 이뤄졌고, 2020년 코로나 시국에서 정부 지원 규모는 더 커졌다.

코로나 시국 당시 전국 지역화폐 할인율은 10%로 급증했다. 그중 8%가 중앙정부, 2%가 지방비로 충당되었다. 이때까지도 지자체의 부담은 크지 않았다.

3년간의 코로나 비상시국이 지나며 할인율은 7~10%가 됐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중앙정부의 지원 비율은 크게 줄고 지역화폐의 발행 규모는 엄청나게 커져 버렸다. 발행 규모 확대는 예산 증가와 정비례했다. 일부 재정이 좋은 지방정부를 제외하고 대다수 지방정부는 점점 지역화폐 할인 예산을 충당할 여력을 잃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26년 올해 들어 지역화폐 할인 발행 중단을 선언한 지방정부가 나타나고, 연중 할인을 진행하던 많은 지방정부가 월 단위 선착순 발행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월 단위 선착순 발행으로 전환한 경기도 시군 대부분은 할인 발행 종료를 하루도 넘기지 못하는 상황이 매달 벌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선할인이 아니라 후 캐시백하면 충전 경쟁을 하지 않아 월 단위 할인 발행 조기 종료를 극복할 수 있다는 대안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충전 경쟁이 결제 경쟁으로 대체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무엇보다 근본 대책은 아니다.

 


사진 출처


 

전 세계 지역화폐 중 우리나라처럼 관이 주도하는 운영 사례를 찾기가 힘들다. 그 바탕에는 점점 켜져 갔던 인센티브가 있었다. 덕분에 우리나라 지역화폐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성공적으로 정착했으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풍선처럼 불안했던 게 사실이다.

높아진 할인율을 다시 줄이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시민들의 기대를 그만큼 저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화폐가 지속 가능한 발전과 또 다른 가능성을 펼치기 위해서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 활성화와 재정 부담의 역설을 근본적으로 풀기 위해 과감하게 고정 할인율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현재 수도권 8%를 6%, 비수도권 10%를 8%, 인구감소 지역 12%를 10%로 일괄 2% 정도 하향 조정하는 게 적당할 것이다. 할인율이 높을수록 빈도가 높아지는 부정유통의 감소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이러다 시민들이 지역화폐를 외면하는 건 아닌지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하향 조정해도 여전히 지역을 생각하면서 가계에도 충분히 보탬이 될만한 정도로 인정받을 만한 수준이다. 발행 규모는 크게 줄지 않을 것이다.

지역화폐가 정책의 안정성과 신뢰를 유지하고, 할인율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지역 경제 활성화 및 공동체 강화를 위한 자발성의 바탕 위에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할인율이 중요하다. 그래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