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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수사권, 그렇게까지 필요한가(이윤)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6-07-06 12:54
조회
3638
이윤/ 경찰관
올해 10월 2일이면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한다. 나는 ‘이제 검사는 수사권을 내려놓고 본래 역할인 공소 제기와 유지에 집중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물론 어떻게든 수사권 일부라도 유지하려는 검찰의 노력과 그 중요한 수단 중 하나인 ‘경찰 붙잡고 늘어지기 전략(25. 7. 14. 「검찰개혁, 불안과 기대」 참조)’ 사용은 예상했었다. 그런데 최근까지도 언론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보완수사권 필요’ 기사를 보며 새삼 느끼고 있다. 참 끈질기면서도 포기를 모르는, 불꽃 같은 조직이구나. 도대체 보완수사권이 무엇이기에 이렇게까지 집착하는 것일까.
보완수사권 필요성 검토
현행법상 경찰은 수사를 종결하면서 범죄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할 뿐 아니라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불송치 사건’도 검사에게 송부하여 검토받는다. 송치 사건에 대해 검사는 기소 전에 직접 보완수사할 수도 있고,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를 할 수도 있다. 불송치 사건 역시 검사가 검토한 뒤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불송치 사건에 대해 고소인이 이의신청하면 경찰은 사건을 검사에게 바로 송치하여 수사하게 해야 한다.
이름은 달라졌지만 결국 모든 사건이 여전히 검사를 거쳐 간다. 제도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국민으로서는 “전건 송치하던 예전과 뭐가 달라졌지?”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 현행법상 흐름도이며 10월 2일 이후는 달라질 수 있음(AI 생성 이미지)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있다. 검찰은 보완수사권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직접 보완수사하기보다 보완수사 요구를 훨씬 더 선호하는 듯 보인다. 기사에 따르면 검사의 보완수사로 경찰 판단이 뒤집어진 사례는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2023년 11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전국적으로 경찰 송치 사건 가운데 검사가 보완수사 요구한 비율은 13.4%에 달했다. 물론 직접 수사하는 것보다 경찰에 추가 확인을 요청하는 게 더 쉽고 효율적일 수 있다. 문제는 그 내용이다.
내가 근무하는 지역의 사례를 보면 전체 보완수사 요구 가운데 실제 수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관계자 진술 및 증거 추가 확인’은 절반 정도였다. 나머지는 ‘범죄사실 누락 수정’, ‘오기 정정’, ‘범죄일람표 수정’, ‘자료 보완’, ‘사건 병합·분리’, ‘기록목록 정정’, ‘적용 법조 및 판례 재검토’ 등이었다.
여기서 문득 궁금해진다. 정말 이런 것까지 ‘수사’일까? 오탈자를 수정하고, 빠진 범죄사실을 정리하고, 적용 법조를 다시 검토하는 일은 오히려 공소 제기를 준비하는 법률 전문가가 당연히 해야 할 기본 업무에 가깝다. 굳이 수사권이라는 거대한 제도적 장치를 유지해야 가능한 일은 아니다. 특히 '적용 법조 및 판례 재검토'는 수사라기보다 법률적 검토에 가깝다. 그것까지 경찰에게 요구한다면, 원래 당연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검사가 경찰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고소인의 이의신청 사건도 비슷하다. 고소인은 “검사가 직접 다시 살펴봐 달라”는 기대를 하고 이의신청을 한다. 그런데 상당수 사건에서 검사는 송치된 사건에 대해 직접 재검토하기보다 다시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를 한다. 물론 절차상 문제는 없다. 다만 고소인으로서는 “결국 다시 경찰에게 돌아갔네?”라는 허탈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런 현실을 보면 의문은 더 커진다. 실제 업무에서는 보완수사를 잘 안 하면서 왜 제도적으로는 보완수사권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혹시 다른 이유는 없을까?
보완수사권을 원하는 다른 이유
여기서부터는 내 성품처럼 조금은 쪼잔한 상상이다. 보완수사권을 원하는 이유가 거창한 국가 운영 철학이나 형사사법 체계의 완성 때문이 아니라, 개인 이익과 조직 운영의 현실적 문제 때문일 수도 있겠다고 상상했다. 수사권이 있으면 수사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특수활동비 같은 봉급 외 수익을 챙길 알뜰한 명분이 생긴다(사실 이게 가장 큰 이유일 수 있다). 이걸 뺏기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수사를 위해 필요한 인력과 조직, 시설도 유지할 수 있다.
반대로 보완수사권마저 사라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수사비도 받지 못하고, 수사를 담당하던 조직과 인력을 유지할 필요성도 약해진다. 압수수색과 체포, 구속영장 집행을 지원하던 인력은 필요 없어지며, 녹화조사실, 디지털포렌식센터, 심리분석실 같은 시설 역시 규모 조정 논의가 불가피해진다. 조직 측면에서 보면 이는 단순한 권한 문제가 아니다. 예산과 인력, 조직 규모가 걸린 문제다.
어쩌면 보완수사권은 수사를 위해 필요한 권한이라기보다, 소득과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명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다 중수청에 새로 추가될 인력과 기능까지 합하면 오히려 지금보다 전체 덩치는 훨씬 커진다. 쪼개고 나누면 더 작아져야 하는데, 결과는 그 반대가 될 수 있다. 검찰이 가졌던 기소+수사를 나누어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나누었더니 다시 공소청에 수사권을 달라고 하는 건 참 억지다. 이건 국가적으로도 낭비다. 차라리 경찰 수사에 투자하면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겠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설이다. 하지만 “반드시 직접 수사를 해야 하므로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라는 주장과 실무에서 보완수사 요구를 선호하는 행동 사이에 보이는 이격만큼 가능성이 충분한 가설이다.
2020년 이전 검찰은 수사권과 수사지휘권, 기소권 모두를 가지고 있었다. 당시에도 검찰에 접수된 많은 사건을 경찰에 보내 수사하게 했다. 쉽게 말하면 공사를 수주한 원청이 하청 업체에 공사를 맡겨 놓고 감리와 준공 승인은 자신이 하는 구조와 비슷했다. 그런데 이제 하청 업체가 직접 발주처와 계약하게 되었고, 자신들은 앞으로 공사하지 못하고 준공 승인만 하게 되었다. 그러자 하청 업체가 공사를 마친 후에 하자보수만큼은 자신이 직접 한 후, 준공 승인까지 하겠다고 한다. 다 된 밥에 숟가락 얹어 생색내기도 참 잘한다.
지금까지 검찰의 직접 수사가 ‘정(正)’이었다면, 이제는 검사에게 수사권을 주지 않는 ‘반(反)’의 단계로 가는 게 자연스러운 변증법적 흐름이다. 그 과정에 문제가 드러나면 다시 조정하고 보완하면 된다. 그것이 ‘합(合)’이다. 아직 시행하지도 않은 제도를 두고 발생 여부조차 불확실한 문제를 계속 가정하며 예외를 만들기 시작하면 개혁은 영원히 출발선에 서 있게 된다. 보완수사권이 정말 국민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언젠가 다시 논의될 것이다. 그러나 단지 조직의 예산과 인력, 권한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면 굳이 지금부터 부여할 이유는 전혀 없다. 보완수사권을 향한 검찰의 이 끈질긴 애정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조직과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잊지 않았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