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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보건법 보호대상의 확대 방안(도재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5-12-31 10:44
조회
111
도재형/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일하는 사람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근본이다. 경제, 조세, 사회보장, 교육 심지어 대출도 일하는 사람을 전제하여 설계되어 있다. 산업안전 시스템의 구축은 일하는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걸 방지한다는 점에서 사회의 근본을 지키는 일이다. 그런데 산재 사고는 일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따지지 않는다. 잠재된 위험이 사고로 현실화될 때, 그 사고는 피해자가 원청 소속 근로자인지 아니면 하청 근로자인지, 해당 기업과 거래하는 특고(특수형태 고용) 또는 프리랜서, 자영업자인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난다. 따라서 산업안전 시스템은 특정 범위의 사람만을 보호하면 안 되고, 그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을 보호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산업안전에선 전체를 보호할 때, 부분도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태안화력 김용균 씨 사고를 계기로, 2019년 전부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보호대상을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확대하였다(제1조). 그리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부터 노무를 제공받는 자로 하여금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재 예방을 위해 필요한 안전․보건조치와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아울러 이륜자동차 배달종사자의 산재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조치 실시 의무도 규정하였다.
보호대상을 모든 일하는 사람으로 확대한다고 밝힌 점에서 2019년 개정은 산업안전 법제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다만, 그 법률이 실제로 모든 일하는 사람을 보호할 수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볼 때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미흡하였다. 왜냐하면 위와 같이 보호대상을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확대한다고 하면서도, 관련 정의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채 그중 ‘특수형태근로종사자’만 매우 협소하게 정의하였기 때문이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대상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 ② 주로 하나의 사업에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전속성), ③ 노무를 제공할 때 타인을 사용하지 아니할 것(비대체성) 등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사람이다(제77조). 그 보호 직종은 2019년 개정 당시 산재보험법과 동일하게 보험모집인,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등 9개 직종을 한정하여 규정하였다.
이렇게 산재보험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직종에 맞춰 산업안전보건법상 보호대상을 입법하는 방식에 대해선, 위 9개 직종보다 더 위험한 직종이 있을 수 있고 또 새롭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 산재보험법이 보호 직종을 추가할 때마다 산업안전보건법도 개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 우려는 현실화되었다. 2019년 개정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 직종은 위 9개 외에 대여 제품 방문 점검원, 소프트웨어 기술자 등 5개 직종이 추가되어 14개 직종으로 확대되긴 했으나, 현행 산재보험법의 보호대상보다 4개 직종이 적다.

산업안전과 관련된 타 법령과의 정합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이다. 산재보험법은 2023년 개정을 통해 종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개념을 ‘노무제공자’로 대체하고 구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개념의 전속성, 계속성, 비대체성 요소를 폐지하는 등 보호 범위를 넓혔으나, 산업안전보건법은 여전히 협소한 정의 규정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2021년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은 보호대상을 원․하청을 불문하고 근로자뿐만 아니라 “도급, 용역, 위탁 등 계약의 형식과 관계없이 그 사업의 수행을 위하여 대가를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산업안전보건법은 이것과도 어긋난다.
2019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이유는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하여 이 법의 보호대상을 다양한 고용형태의 노무제공자가 포함될 수 있도록 넓히”고자 한다는 것이고, 법 제1조(목적)도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 노무를 제공하는 자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일부 직종으로 보호 범위를 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이 보편적 보호 범위를 채택한 이후에도, 산업안전보건법이 여전히 보호의 사각지대를 남겨두고 있는 점은 그 입법 목적을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산재 사망사고 발생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로서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로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안전한 나라’를 제시하고 그 정책 방안으로서 ‘종사자(특고, 플랫폼, 프리랜서)별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확대’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2019년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위험에 노출되는 일하는 모든 사람을 보호한다’고 선언했으나,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의 정의 규정을 도입하지 못한 채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중 일부만을 보호하는 데 그쳤다는 점에서, 위 국정과제는 미완의 과제를 완성한다는 의의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편, 지난 9월 고용노동부는 「노동안전 종합대책」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직종(현 14개 직종) 및 적용되는 규정 확대 등 보호조치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 작업은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산재보험법과의 보호 직종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필요하다. 즉 산재보험법과 산업안전보건법 간 직종의 불일치로 인해 산업재해에 대한 사후 보상은 가능하나 사전 예방은 할 수 없는 모순을 고치는 것이다. 다만, 이 조치만으론 산업안전 관리 체계의 빈틈을 메울 순 없고 여전히 사업주는 피해자의 종사상 지위 등을 거론하며 책임을 회피하려 할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산업안전보건법상 보호대상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종사자’ 개념과 마찬가지로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 일반을 지킬 수 있도록 개편되어야 한다. 법령을 한 번에 고치기 어렵다면, 단계적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입법은 보험 재정적 고려가 필요한 산재보험을 추종하기보다는, 산업안전 시스템의 본래 취지에 맞는 일반조항을 마련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