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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산책’에는 박록삼(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박상경(인권연대 회원), 서보학(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윤(경찰관), 이재환(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 황문규(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봄은 온다(윤요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2-03-16 16:12
조회
512

윤요왕/ 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장


 봄비가 내리는 산골의 밤이다. 안방 침대에 누워 창문을 여니 일찍 잠에서 깬 앞 논의 개구리들이 수줍은 듯 구슬픈 듯 우는 소리가 들린다. 봄이 오는구나. 매년 어김없이 봄비와 개구리 울음소리로 봄이 찾아온다. 아무리 혹독한 겨울이었을지라도 봄은 어김없이 겨울을 이기고 찾아온다. 이것이 자연의 이치요 우주의 섭리다.


 전쟁 같은 하룻밤을 보낸 듯하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상할 게 없어 보였던 선거였고 작은 소도시 춘천의 인구만큼도 안 되는 박빙의 표차로 20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나보다는 훨씬 절박했을 많은 사람들의 웃음소리, 울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대선과 지방선거가 겹친 올해는 활발한 활동을 하기에 어려운 시기임이 분명하다. 분위기는 어수선하고 온갖 매체를 통해 쏟아지는 선거소식에 사업의 이슈도 선점하기 어렵다. 선거결과에 따라 조직과 사업이 불투명해지는 불안감에 일도 잘 손에 잡히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여전히 정치 권력의 집중과 권한의 절대성으로 인해 국민들의 삶이 급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어찌 보면 4년, 5년의 대리인일 뿐인데 너무나 많은 절대권력으로 흘러가는 국가운영이 소모적이고 비효율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선거가 끝나고 내가 바라든 바라지 않든 결과가 나오면 박수쳐 주고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품게 하는 선거문화를 바라는 것은 헛된 꿈인 것일까? 선거국면에서 후보자들이 그토록 간절하게 목이 터져라 외쳐대던 국민을 섬기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국가와 국민의 행복과 번영을 위해 국민 통합을 이루겠다는 목소리들이 실현되는 건 불가능한 일인지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은 과거 불법과 탈법, 관권선거로 점철된 권위주의 정권 시절과는 달라진 세상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시민들은 깨어있는가 하는 의문점은 남는다. 검증되지 않은 수없이 많은 각종 미디어 천국인 세상에서 바른 정보를 골라내고 선택할 수 있는 우리들의 민주 의식과 정의에 대한 주체적 관점은 얼마나 성장했는지 곰곰이 돌아봐야 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주민자치, 마을공동체 관련 강의, 컨설팅, 간담회를 다니다 보면 “마을 의제를 제안하는 것과 민원을 이야기하는 것의 차이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종종 듣게 된다. 이거 해결해 주세요~ 저거는 왜 안 해주나요? 이런 건 민원이다. 이런저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요런조런 방법으로 해보자~ 이런 건 마을의 자치의제이다. 직접민주주의의 현실적 가능성을 마을공동체와 주민자치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지방분권, 지방자치를 넘어선 ‘시민이 주인인 도시’ ‘국민이 주인인 나라’의 현실적 실현은 시간과 경험과 노력이 필요함에는 틀림없다. 이런 풀뿌리 민주주의를 통해 선거에 자유로울 수 있는 근본적인 체제전환과 문화혁신이 필요하다. 선거가 어떻게 되든지 상관없다는 말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민들이 각자의 마을에서, 지역에서 스스로 행복한 마을주민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뭐 해주세요라는 ‘민원’이 아니라 우리가 자치적 방식으로 직접민주주의를 우리 마을에서부터 실천해 나갈 수 있는 시민력과 자치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통령, 시장/군수가 바뀐다고 우리의 삶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되어서는 안 되지 않은가. 정치 권력의 중요성만큼이나 우리 시민들 스스로의 노력과 힘이 점점 더 큰 흐름으로 자리 잡고 흔들리지 않는 민주주의의 뿌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진 출처 - pixabay


 봄은 반드시 온다.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든 농부님들은 이제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는 희망과 생산의 봄맞이를 시작한다. 바야흐로 생명의 시작을 알리는 ‘봄’인 것이다. 어머니의 품 같은 대지 위에 그리고 우리들의 마음속에 따스하고 포근한 봄이 찾아오길 기대한다.


봄은 으쓱으쓱
                                       박노해


겨울은 위로부터 으슬으슬 내려왔지만
봄은 아래로부터 으쓱으쓱 밀어옵니다


겨울은 얇은 자에게 먼저 몰아쳐 왔지만
봄은 많이 떨고 견딘 자에게 먼저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