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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검찰청이 폐지돼도 위기는 계속된다(김규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5-11-19 11:18
조회
346
김규원/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지난 9월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설치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1987년 이후 한국의 가장 강력한 합법적 폭력 기관이었던 검찰청이 내년 9월이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검찰 개혁에 깊은 관심을 두게 된 것이 2009년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때부터였으니, 개인적으로는 16년 만의 중대한 변화였다.
그러나 지금도 전혀 안심하지 못한다. 검찰청 폐지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가운데 하나를 제거한 일에 불과하다. 검찰청 폐지 이후 곧바로 여권에서 터져 나온 ‘보완수사권’ 논란은 지속되는 위험을 잘 보여준다.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이번 검찰 개혁의 본질을 오해하고 있다. 이번 검찰 개혁은 시민에게 더 나은 형사사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에 근본적 위협을 가하는, 합법의 탈을 쓴 불법적 폭력 집단을 뿌리뽑기 위한 일이다.
따라서 이번 검찰 개혁 과정에서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준다면 검찰이라는 ‘괴물’에게 다시 민주주의를 위협할 여지를 남길 것이다. 나는 검사들이 ‘반드시’ 이 권한을 남용할 것으로 본다. 그것은 ‘관성’이란 물리 법칙이고, 강한 권한을 가진 사람이나 기관이 반복적인 역사를 통해 일반적으로 보여온 행태다. 검사들은 1987년부터 현재까지 합법적 권한을 남용해왔고, 불법적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어떻게 그들이 보완수사권을 남용하지 않겠는가. 법과 제도는 성기고, 검사가 악용할 틈은 엄청나게 넓은데 말이다.
관건은 보완수사권이 아니다
정상적인 사회에서라면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이 아니라, 수사권과 수사통제권까지 줄 수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검사들은 수사권과 수사통제권을 갖고 있다. 동시에 그 대부분의 나라에서 검사는 실제로 수사를 하지 않는다. 애초 검사에게 수사권을 준 것은 직접 수사를 하라는 뜻이 아니라, 수사관의 잘못된 수사를 통제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국의 검사들은 그 수사권을 남김없이 악용해서 국가의 최고 권력을 장악하기에 이르렀다. 어떻게 이들에게 보완수사권을 주겠는가. 이번 검찰 개혁의 제1 목표는 검사에 대한 무장(수사권) 해제여야 한다. 검사의 수사권을 100% 박탈해야 한다.
보완수사권이 없으면 검사가 수사관의 잘못된 수사를 바로잡기 어렵다는 말은 이해하기 어렵다. 중요 사건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수사관과 검사가 초기부터 협력해서 사건을 처리할 수 있다. 그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수사관과 검사가 서로 견제하는 장치를 만들면 된다. 사실 이런 문제에 대해선 이미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 협력과 일반적 수사 준칙에 관한 규정’이 만들어져 있다. 이번에 이것을 더 발전시키면 된다. 관건은 검사들이 수사관들과 사건 초기부터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고 협력할 것이냐다. 보완수사권이 아니다.
나아가 검사들이 가진 독점적이고 편의적인 기소 권한도 제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시민으로 이뤄진 기소배심(대배심)이나 민주적 구성의 기소심의위원회를 도입해야 하고, 법원에 제기하는 재정 신청도 더 활성화해야 한다. 또 검사가 기소권이나 영장 청구권을 가지고 저지른 불법 행위에 대한 수사나 징계도 강화해야 한다. 검사 범죄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나 국회의 검사 탄핵, 법무부의 검사 징계를 더 활성화해야 한다.

우리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두 가지 요소
2019년 시작된 윤석열의 검찰 쿠데타는 윤석열에 대한 탄핵과 처벌,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설치만으로 종결되지 않는다. 이 6년 동안의 쿠데타를 통해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성과 그에 대한 위협이 전면적으로 드러났다. 두 가지 핵심적 위협 세력은 권력화한 관료와 극우파 시민들이다. 이 두 세력을 적절히 통제․견제하지 못한다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상시적인 붕괴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먼저 권력화한 관료의 위험성은 윤석열의 계엄 쿠데타 과정에서 남김없이 드러났다. 행정부의 군과 경찰, 국가정보원 등 합법적 폭력 기관들은 이번 계엄 쿠데타에 가담했다. 이들은 이것이 불법 행위라는 것을 알고도 협력했다. 쿠데타를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한덕수와 최상목을 비롯한 관료 출신들은 협조하지 않았다. 사법부와 검찰은 윤석열을 풀어주고 이재명을 날리려고 했다. 사법부에서 오직 헌법재판소만 진통 끝에 민주주의의 손을 들었다.
결국 한국 정부의 3부인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 가운데 입법부만 쿠데타에 저항했다. 행정부는 쿠데타에 가담했고, 사법부는 오락가락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시민 대표성의 차이라고 본다. 입법부는 시민의 대표가 주도하고, 행정부는 시민 대표가 극소수이고, 사법부엔 시민 대표가 없다. 따라서 시민 다수가 반대하는 쿠데타가 일어나도 행정부와 사법부는 시민 다수의 뜻이 아니라, 권력자의 뜻에 따른다. 이 구조를 깨지 못하면 이번처럼 권력자가 관료들을 동원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일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행정부의 고위직을 직업 공무원이 아니라, 선출직․임명직 공무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구조로 바꿔나가야 한다. 또 연합정부(연정)를 적극 도입해 내각을 여러 정당이 함께 구성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구성도 대통령이 전원이나 다수를 임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회의 의석수에 따라 각 정당이 추천․임명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에 따라 헌재와 대법원의 판단이 극단적으로 널뛰기하는 위험을 배제할 수 있다.
더 큰 도전에 직면한 민주주의
가장 본질적인 위험은 한국의 시민 가운데 20~25%가량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에 동조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윤석열의 계엄 쿠데타를 옹호했고, 윤석열의 탄핵에 반대했고, 윤석열의 쿠데타에 동조한 정당을 일관되게 지지하고 있다. 2019~2025년 윤석열의 쿠데타는 이런 ‘극우파’라는 괴물을 무대 위로 불러냈다.
이 괴물은 반북한주의, 반공주의, 친일주의, 친미주의, 영남 패권주의, 보수 개신교 신앙, 세대간 증오 등 다양한 요소로 이뤄져 있다. 이들은 앞으로도 검찰 등 권력화한 관료의 쿠데타와 집권, 민주주의와 인권의 파괴에 동조할 수 있다. 아마도 이 괴물에 맞설 가장 강력한 무기는 더 많은, 더 강한 민주주의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도 당장 이 괴물을 제압할 순 없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