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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사회와 지역화폐-(1)(이재환)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6-04-20 14:56
조회
167

이재환/ 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


 

‘기본사회’가 이재명 정부의 간판 정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7월 국정운영 5개년 계획 수립을 위한 10개의 TF 중 기본사회TF를 구성했다. 같은 해 11월 행정안전부는 범부처 기본사회 추진체계 마련, 기본사회위원회 지원 업무를 담당할 ‘기본사회정책과’를 신설했다. 올해 1월에는 대통령령으로 「기본사회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이 공포되었고, 마침내 지난 4월 15일 대통령 직속 기본사회위원회가 공식 출범하여 정책은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사실 대통령의 기본사회 정책 구상은 갑작스럽지 않다. 2010년대 중반 성남시장 시절 ‘청년 배당’을 통해 기본사회의 앞선 버전인 ‘기본소득’ 실험을 시작했고, 2020년 9월 경기도지사 시절에는 ‘기본소득 지방정부협의회’를 출범시킨 바 있다.

대선 후보 시절인 2022년 3월에는 기본소득보다 포괄적인 개념인 ‘기본사회’를 공식 정치의제로 전면에 내세웠다. 당내에 기본사회 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직접 위원장을 맡으면서 기본사회가 대통령 당선 이후 향후 핵심 국정 철학임을 예고한 것이다.

그 철학의 뿌리는 헌법에 닿아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과 제34조제1항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바탕으로 기본소득, 기본사회로 이어지는 대통령의 생각을 간명하게 정리하자면 ‘국민의 기본적 삶을 국가가 보장하는 사회’이다. 조금 더 부연하자면 ‘우리의 미래는 최소한의 삶을 지원받는 사회가 아니라 기본적 삶을 보장받는 기본사회여야 한다’(2022.9.28.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라는 것이다.

기본사회의 시대정신과 마스터플랜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산업화 30년, 민주화 30년을 넘어 기본사회 30년을 준비할 때’이며 ‘소득, 주거, 금융, 의료, 복지, 에너지, 통신 등 모든 영역에서 국민의 삶이 보장되도록 사회시스템을 바꿔가야 한다’(2022.9.28.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라고 강조한다.

 

기본사회의 필요성은 인간의 업무를 대신하는 AI가 우리 삶 곳곳에 급격히 자리 잡으며 취업 등 경제적인 측면에서 서서히 인정받고 있다. 한 연예인이 글로벌 기업의 광고 출연 제안을 받고 촬영 일정을 기다렸으나 실제 촬영을 대신한 것은 연기자도 촬영팀, 편집팀도 아닌 AI였고, 본인은 초상권만 제공했다는 현실이 한 사례이다. 인간의 노동력이 AI로 급격히 대체되는 상황은 일자리 상실, 소득의 부재, 소비의 하락, 돈이 돌지 않음에 따른 경제 전반의 위기로 이어진다. 이 같은 기술의 진보에 따른 시대 변화에 국가가 대응하여 위기를 극복한 사례를 우리는 알고 있다. 바로 ‘복지국가’ 정책이다.

지난 20세기 초 산업혁명과 제국주의 전쟁 국면에서 급속히 진행된 노동시장의 변화와 경제위기에 직면한 영국과 독일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내세우며 실업급여, 건강보험, 기초연금 등 오늘날 사회복지의 근간이 되는 정책을 전면적으로 시행했다.

대통령 직속 기본사회위원회 강남훈 부위원장은 ‘기본사회는 복지국가의 이념을 현대적 상황에 맞게 구현하는 것’이라고 밝힌다. 복지국가는 기초연금, 실업급여 등 소득 재분배와 사회보험 중심의 ‘위험이 발생한 이후의 지원 정책’이었다면 기본사회는 ‘위험 발생 이전부터 구조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선제적 정책’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기본사회위원회가 갓 출범한 상황에서 아직 구체적인 로드맵과 실행계획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추진 방향은 크게 세 가지 정도이다.

우선 ‘기본소득’이다. 모든 시민 또는 청년, 농민, 노동 등 일부에게 정기적으로 현금 또는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방향이다.

다음은 ‘기본서비스’이다. 모든 시민 또는 일부에게 교육, 돌봄, 금융, 의료, 주거, 교통, 환경, 통신, 에너지, 문화 등 시민들이 최소한의 서비스를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방향이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경제’이다. 기본소득과 기본서비스가 잘 정착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역 내 순환 시스템을 지원하는 경제 정책, 사회적 경제 사업, 경제 거버넌스, 일자리 사업 등이다. 지속가능경제는 ‘복지국가를 뛰어넘는 기본사회의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란 질문의 답을 마련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기본사회위원회 강남훈 부위원장은 공유부(공유재)를 재원으로 삼을 것을 제안하고 있다. 사회와 자연이 만들어 낸 부를 일부가 과점하지 않고 공유하여 이를 기본사회를 만드는 데 써야 한다는 설명이다.

사회적 공유부(공유재)에 기초한 기본소득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부의 재분배, 사회 환원의 방법으로 떠오르는 탄소세(탄소배당), 금융거래세 등이 손꼽힌다. ‘인공지능의 아버지’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허버트 사이먼의 ‘조세형 기본소득’ 아이디어이다. 정부가 모든 회사의 지분 50%를 소유하고 배당받아 기본소득으로 분배하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미드의 ‘배당형 기본소득’도 있다(강남훈 기본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강연 자료 참조).

태양과 지구가 만들어 준 자연 공유부(공유재)를 활용하는 방법은 국내에서 이미 실현되고 있다. 전남 신안군은 군민의 직접 투자, 협동조합 방식의 사업으로 해상풍력, 태양광 사업을 펼쳐 현재 군민 28%에게 1인당 연간 40만원~240만원을 주고 있다. 2030년에는 전체 군민에게 매월 50만원~10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처럼 기본사회를 떠받치는 지속가능경제의 방향성과 구체 정책은 사회적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담대하게 실천할 때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20여 년 전 복지국가 정책 전환기 당시 용기 있는 실천으로 지금까지의 자본주의 사회를 지탱했듯 말이다.

 

기본사회의 또 다른 축인 기본서비스는 기본사회 실천 전략의 중심에 있다.

교육, 돌봄, 금융, 의료, 주거, 교통, 에너지, 통신, 문화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혁신을 담고 있다. 사회적 합의와 정부의 의지가 핵심인 부분이다. 30년 후를 기약하며 지금부터 차근차근 각근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시흥시정연구원 보도자료 갈무리


 

기본사회의 가장 가까운 실천 방향은 기본소득이 될 것 같다. 그중에서도 지역화폐를 활용하는 정책들이다.

기본사회의 전신 격인 기본소득은 이미 다양하게 구현되고 있다. 농어민 기본소득, 청년기본소득, 경기도 기후행동 기회소득 등 시흥시 지역화폐인 ‘시흥화폐 시루’로 지급되는 각종 복지비 또는 정책 참여 보상비 종류만 60여 건이 넘는다. 당장 정부가 추진하는 고유가피해지원금 역시 지역화폐로 지급된다.

 

사회 및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재정정책을 지역화폐 지급으로 풀어가는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다. 돈을 풀되(재정정책) 지역에서만 쓸 수 있는 돈(지역화폐)으로 소비의 부가 한곳에 집중되지 않고 지역에서 머물며 지역경제 활성화로 돌아오는(지역순환경제) 방식은 우리나라에서 이미 검증을 마친 상태이다.

 

경기 시흥시의 구체 사례 결과를 들어보자면, 올해 2월 시흥시정연구원이 발표한 ‘시흥화폐 시루 성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사용자 52.6%가 ‘시루 사용 후 소비 증가’, 87.2%가 ’대형마트·온라인 대신 관내 가맹점 이용‘, 19.8%가 ‘관외 소비를 시흥시로 전환’, 가맹점 평균 매출 25.6% 추가 증가, 슈퍼마켓 등 유통업 매출 37.8% 증가 등 확실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증명했다.

지역화폐는 기본사회 정책의 세 가지 축인 기본소득, 기본서비스, 지속가능경제 모든 영역에서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사회의 근본 지향은 결국 기술혁신 등에 따른 부의 극심한 집중으로부터 사회·경제 시스템의 변화를 통해 국민의 삶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여기에 ‘순환’의 역할을 지역화폐가 담당할 수 있다.

국민의 삶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재정이 다시 지역과 공동체 안에서 순환하는 구조. 기본사회가 거대한 국가 비전이라면 지역화폐는 비전을 현장에서 구현하고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는, 이미 작동하여 성과를 증명한 가장 현실적 도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