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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 촉법소년 겁주기(윤동호)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6-03-10 13:56
조회
473
윤동호/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촉법소년이 현 정부에서 또 소환됐다. 법무부가 촉법소년 연령의 상한을 13세에서 12세로 낮추겠다는 정책을 세웠다. 지난 정부에서도 법무부 업무보고 때 담겼던 내용인데, 당시 대통령은 비상계엄으로 탄핵당했고, 큰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는 국무회의에서 다루어지고 있고, 대통령도 “압도적 다수 국민이 찬성한다”라면서 실천 의지를 드러냈다. 대통령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지금 정부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크다.
촉법소년(觸法少年)이란 ‘형벌 법령에 저촉(抵觸)되는 행위를 한 10세-13세 소년’을 말한다. 범죄를 저지른 소년을 이렇게 부르는 이유는 이들이 형사미성년자에 해당하여 형벌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범죄는 예컨대 절도, 강도, 강간 등을 말한다. 형벌은 예컨대 사형, 징역, 벌금 등을 말한다. 형법이 범죄와 형벌을 규정한 대표적인 법률이지만, 이 밖에도 형벌 법령은 많다.
촉법소년은 형벌을 받을 수 없다. 그렇다고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소년법이 정한 예컨대 소년원 수용, 사회봉사명령, 수강명령, 보호관찰 등을 받을 수 있다. 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처분이라는 점을 주목하여 흔히 보호처분이라고 부르지만, 엄밀히 말하면 사회의 안전을 위한 처분이다. 보안처분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 본질에 부합한다.
보호처분이라고 부르니 촉법소년의 범죄로 피해를 본 사람은 물론 촉법소년 자신도 처벌받지 않는다고 오해하는 것 같다. 보호처분이 아니라 보안처분으로 부를 필요가 있다. 그런데 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서 형사미성년자가 아닌 소년도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을 흔히 범죄소년이라고 부른다. 범죄를 지은 14세 이상 19세 미만 소년을 말한다. 범죄소년은 보호처분을 받을 수도 있지만, 형벌을 받을 수도 있다.
촉법소년 연령의 상한을 12세로 낮추자는 것은 범죄를 저지른 13세 소년은 보호처분만 받을 수 있는 촉법소년이 아니라 형벌도 받을 수 있는 범죄소년으로 변경하자는 것이다. 형법과 소년법을 개정하여 13세 촉법소년에게도 형벌을 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 이유는 촉법소년의 급증과 흉포화이다. 형법(1953년)과 소년법(1958년)이 제정될 때 13세와 현재의 13세는 다르다는 것이다. 지적‧신체적 능력이 훨씬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극소수의 살인, 강도를 두고 촉법소년의 흉포화를 말하는 것은 성급하다. 1963년에 소년법을 개정할 때도 소년범죄의 저연령화·흉포화와 함께 강경책이 제시됐다. 그런 소년들이 성장하여 어른이 된 것인데, 같은 말을 우리 아이들에게 하는 것이다. 소년과 그 소년이 처한 상황과 환경을 떠나서 행위만 놓고 이를 본보기로 삼아 손쉬운 엄벌을 주장하기에 앞서 촉법소년 급증의 원인 분석과 이에 맞춘 정책이 우선이다.
형벌과 보호처분 모두 형사제재이다. 다만 형벌은 행위에 비중을 두는 것인 반면, 보호처분은 행위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보호처분 중 소년원 수용은 최대 2년까지 가능하다. 소년원은 징역형을 받아서 수용되는 소년교도소와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왜 13세 촉법소년에게도 형벌을 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일까. 그 이유는 2년 이상 징역을 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범죄소년 중 과연 몇 명이나 징역형을 실제로 받을까. 2024년에 범죄소년 61,729명 중 약 1%인 649명이 징역의 실형을 받았다. 2024년에 촉법소년이 20,814명이었는데, 이 중 13세는 나머지 인원의 4배 정도로 추정되므로 13세는 약 16,600명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촉법소년 연령의 상한을 12세로 낮추면 13세 촉법소년 약 16,600명 중 약 1%인 166명이 징역의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2024년에 소년원 처분을 받은 13세 촉법소년은 83명이었다. 징역의 실형을 받을 13세 촉법소년은 83명보다 적게 나타날 수 있다. 촉법소년 연령 상한 13세로 인하 정책은 고작 100여 명을 겨냥하고 있다.
촉법소년 연령 인하 정책의 숨은 의도는 형벌은 전과기록으로 남으나, 소년원은 전과로 남지 않아 아이들이 크게 두려워하지 않으니, 낙인이 되는 형벌에 대한 두려움을 아이들에게 줘서 범죄를 억제해 보려는 것이다. 일종의 겁주기다. 그러나 겁주기의 범죄예방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 전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효력이 없어지고, 더욱이 소년법은 형벌로 인한 공무담임권 등의 자격에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의 촉법소년 연령 인하 정책은 검찰권 강화를 의미한다. 형벌은 형사법원이 주고, 보호처분은 소년법원이 주는 것인데, 범죄소년을 형사법원으로 보낼지, 아니면 소년법원으로 보낼지 판단을 검사가 한다. 반면에 촉법소년은 검사가 개입할 수 없고, 경찰서장이 소년법원에 보낼 수 있다. 따라서 촉법소년이 범죄소년으로 바뀌면, 검사가 개입해서 소년법원에 보낼지, 형사법원에 보낼지, 아니면 아예 기소유예하거나 불기소할지 등을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검찰권 강화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어긋난다.

EBS 뉴스 갈무리
현재 촉법소년과 범죄소년을 구별해서 처리하고 있다. 촉법소년은 경찰과 소년법원의 이원적 체계지만, 범죄소년은 경찰과 검찰 및 법원의 3원적 체계이다. 단순히 촉법소년 연령 인하 논의를 앵무새처럼 반복할 것이 아니라 법원 중심으로 소년범죄 처리 체계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 촉법소년과 범죄소년을 구별하지 않고, 경찰이 조사한 후 모두 법원으로 송치하고 법원이 소년보호사건으로 처리할지, 아니면 소년형사사건으로 처리할지 판단하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를 흔히 법원선의(先議)주의라고 한다.
소년은 어른이 설계한 환경에 종속되어 있다. 소년의 범행은 어른의 범행과 다르지 않지만, 소년은 어른과 다르다. 불공정한 교육 환경 아래 디지털시대 불법·유해 정보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대학 서열화를 배경으로 한 입시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이 오롯이 범죄의 책임지도록 하는 것은 어른답지 않다. 촉법소년에게 의미 있고 합리적인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 어른의 책임이 더 크다.
소년범죄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일까. 사람보다 돈(자본)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선택의 순간에 돈을 추구하는 가정과 사회의 탐욕이 아닐까. 그러니 교육도 탐욕을 채우는 수단으로 변질됐고, 아이는 인간 중심, 과정 중심, 본질 탐구형 교육이 아니라 자본 중심, 결과 중심, 보여주기식 교육에 길들었다. 타인을 존중하며 협력하기보다 경쟁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물적 대상화하고, 자기 이외의 사람은 마치 물건처럼 취급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른이 아이에게 야단치고 벌주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범죄를 저지른 소년의 마음에 상처가 있다. 가정이 없거나 해체되어 공감과 지지를 받고 칭찬을 들어본 일이 없을 것이다. 겁이 나지만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그런 소년을 처벌하고 야단치는 건 쉽지만, 설득하고 교육을 하는 것은 어렵다. 일단 시간에 쫓기지 않고 그들의 얘기에 귀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소년범죄 처리는 그랬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문제인가 아니면 우리 어른이 문제인가 따져보지 않고 힘없는 아이들만 겁주고 야단치고 비난하지 말자. 어리다고 함부로 하지 말자.
※ 촉법소년 연령 인하 정책은 검찰권 강화로서 현 정부의 기조에 반함
법원 중심으로 소년범죄 처리 체계 전환 필요
소년에게는 비난과 처벌이 아니라 공감과 지지가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