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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마지막까지 염치 잃지 않은 자유인” (한겨레, 2020.12.03)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0-12-03 11:18
조회
581

리영희 10주기: 다시 돌아보는 삶과 정신


지식인·언론인들이 기억하는 리영희


새로운 우상과의 싸움…‘또 하나의 리영희’를


내 삶의 균형추인 선생이 비판한 우상은 반공 냉전체제이다. 지금은 이 우상이 한층 더 정서화된 진영논리로서 우리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위력을 발휘한다. 게다가 이는 소셜미디어 등의 영향으로 증폭돼 자기확증 편향을 강화하며 진실 추구를 어렵게 만든다. 새로운 양상의 오랜 우상과의 싸움이 더 어려워졌지만, 선생의 정신과 삶의 현재적 의미를 찾는 ‘또 하나의 리영희’들에서 희망을 본다. 얼마 전 한국해양대학이 주관한 선생의 10주기 추념 독후감 시상식에서 만난 다양한 세대의 수상자들이 그런 분들이다. 그들은 우리 시대의 ‘우상’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묻는다. 앎과 삶을 일치시켜온 치열함과 ‘생각하고 저항하는’ 자유인의 자세를 되새겨 볼 일이다.


백영서 연세대 명예교수, 리영희재단 이사장



“패거리 만들지 않겠다”  염치, 지식인의 기본


“뜻이 맞는 벗들과 함께 교유하는 것은 더할 수 없는 즐거움이나 그것과 패거리를 만들어 자신들끼리만 어울리는 것은 자칫하면 종이 한 장 차이가 된다. 나는 절대 그런 패거리를 만들고 싶지 않다.”
팔순 잔치를 열자는 제안에 리영희 선생이 손사래를 치며 했던 말씀이다. ‘성문과정(聲聞過情) 군자치지(君子恥之)’ 곧 명성이 실제보다 지나치게 알려지는 것을 군자는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맹자 말씀도 덧붙였다. ‘사상의 은사’는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었지만, 패거리를 만드는 건 아닌지 조심하고 또 살폈다. 추하게 늙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자기가 누군지 아냐며 큰소리를 내고, 마치 완성된 존재인 양 공부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선생이 뵙고 싶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관성에 굴복하지 않는 ‘정직한 인간애’


리영희 선생님이 전주를 방문하신 적이 있다. 선생님의 애제자인 고 김승수 교수와 자리를 같이했었는데, 그때의 한 장면이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김 교수를 바라보는 선생님의 눈빛이 어찌나 따뜻하고 인자한지 김 교수가 부러울 지경이었다. 선생님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상의 은사’로 불렸지만, 내겐 ‘정직한 인간애’의 대명사다. 1991년 강연 형식으로 발표한 ‘사회주의 실패를 보는 한 지식인의 고민과 갈등’은 많은 진보 지식인들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지만, 나는 그때 “리영희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집단적 관성에 굴복하지 않고 내내 성찰하며 따뜻한 인간애를 실천하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 늘 용기가 모자랄 때마다 선생님을 생각하곤 한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념 넘어선 ‘진실규명’ 그에겐 상식이었다


리영희는 상식인이고 자유인이었다. 전쟁, 분단, 민족문제에 일생 동안 천착했으나, 민족주의자는 아니었고 단순한 반미, 반일주의자도 아니었다. 그의 비평들과 논문들은 ‘본능적 진실규명 정신’에 인도되고 있으며, 그의 학문방법론은 해양대학에서 배운 기계설계학을 적용한 것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도 접근할 수 있는 각종 수치와 일차 자료를 철저하게 검증하고 해석하여, 1970~80년대를 지배했던 반공, 반북 등 냉전의 우상들과 맞서서 사태의 진실에 도달하려 하였다. 도그마를 파괴하려는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그의 모든 작업, 그가 겪은 고난과 고통은 그 시대의 청년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융합자율학부 교수



세상이라는 감옥 두드려 깨운 자유인


나는 선생을 딱 한 번 뵈었을 뿐이다. 그때 선생의 목소리와 표정이 앞에 계신 듯 선하지만, 그래도 내가 기억하는 리영희란 실상 내가 읽은 리영희에 다름 아니다. 내 생각에 선생의 모든 글은 한마디로 상고이유서다. 세상이 감옥이라는 걸 자각한 사람이 쓰는 글은 그럴 수밖에 없다. 그는 왜 썼는가. 무죄방면을 기대해서가 아니다. 그건 기질이다. 자유인은 가둬두면 그렇게 철창을 흔들고 벽을 두드려대는 것이다. 그것이 그의 글이다. 그런 글로 곁에서 단잠을 자는 사람들의 몸을 뒤척이게 만들었다. 그나저나 그는 왜 그렇게 빨리 깨어났던가. 어느 시인의 말처럼 그는 땅의 미세한 진동을 빨리 알아채는 촉수 많은 작은 벌레였던 건가. 선생이 쇳소리를 내며 웃을 것만 같다.


고병권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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