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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자존심](시민의신문 '운동의 현장'-신치호간사)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8 16:25
조회
654

아시아의 자존심


아침 9시. 출근전쟁이 막 끝난 시청앞 거리는 한산하고 예뻤다. 여러 상념이 얽혀선지 아님 밤새 잠을 설쳐서 그런지 머리끝이 마치 볼펜꼭지로 찔러 대는 것처럼 아파온다. 어느 새 국가인권위가 있는 금세기빌딩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은 ‘동아시아 법학생 연합회’라는 학생단체와 인권이야기를 나누기로 한 날이다.


“인권위 벌써 관료주의”


‘동아시아 법학생 연합회’는 해마다 이맘때면 우리단체를 방문해 인권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단다. 아시아 8개국에서 오는 외국 학생들을 상대로 행사를 준비하면서 이제 활동한 지 겨우 1년여 밖에 되지 않은 나로서는 여간 걱정된 것이 아니었다. 밤새 잠을 설친 이유도 사실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물론, 약간의 두근거림(다른 나라의 인권현실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도 있었지만.


시간이 벌써 9시 반. 가슴이 쿵쾅 쿵쾅. 심장이 요동을 쳐대기 시작한다. 빨리 장소확인하고 자리배치하고 음향시설 확인하고 해야 할텐데, 어라 담당자가 휴가를 갔단다. 눈앞이 아찔했다. 결국 사정사정해 평소 개방하지 않는다는 배움터 회의실을 얻는데 성공했다.


“여러분이 앉아 있는 이 자리는 수많은 인권운동가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오랜 세월 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바쳐 민주화를 진척시켰고, 그 오랜 투쟁의 발판 위에 우리는 국가 인권위원회를 얻어내었습니다. 여러분들의 나라 중에는 아직 국가 인권위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실제로 행사에 참가한 한국,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싱가폴, 홍콩 중에 인권위가 존재하는 나라는 태국과 우리나라뿐이다) 낮지만, 특유의 힘이 느껴지는 오창익 사무국장의 말이다.


인권현안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때쯤 국내협력과 주무과장이 상의할 일이 있단다. 행사 끝에 13층에서 단식농성중인 ‘장애인 이동권 연대’를 방문하는 일정이 있었는데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입맛이 쓰다. 지난 1월 ‘장애인 이동권’에 관한 진정을 받고 별다른 노력이 없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판에 한술 더 떠 공공연히 “공권력 투입을 할 수도 없고”를 연발하며 반협박 해대는 모습에서 슬픔을 넘어 분노가 치밀었다. 벌써 관료집단의 흉내를 내려는 것일까?


배움터 행사가 끝나고 농성장으로 가려는데 어디선가 자신을 ‘국장’이라고 소개하는 사람이 나타나 가로막는다. 오창익 사무국장은 “왜 안되냐”고 묻자, 그 국장은 “무조건 안된다”고 되풀이한다. 이쯤 되니 오 사무국장의 음성이 커진다.


“무조건 안 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공식적인 방문은 안 된다.”
“그럼, 학생들을 데리고 건물 밖으로 나갔다가 비공식적으로 다시 들어오겠다.”


그제서야 국장이하 직원들이 불만스러운 표정을 하고는 물러갔다. 처음에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해 하던 학생들도 이제는 무언가 알 것 같다는 듯이 나를 바라본다. 그런 학생들의 눈빛 앞에서 나는 좀 전의 뿌듯하던 가슴이 한없이 쪼그라들었다.


드디어 13층 ‘장애인 이동권 연대’의 농성장. 갑자기 많은 질문들이 터져 나온다. ‘농성의 이유가 무엇이냐’, ‘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농성하느냐’  등등. 박경석 대표의 “장애인도 일반인처럼 누구의 도움도 없이 거리를 다닐 수 있도록 해달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서울시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는 학생들은 저마다 자신의 모국어로 방문록에 지지 서명을 했고, 그 중 일본에서 온 한 학생은 카툰까지 그려 박 대표에게 전달한다.


국가인권위를 나오면서 문득 ‘아시아의 자존심’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우리가 진짜 아시아의 자존심이려면 사회 낮은 곳에서 들려 오는 작은 목소리들을 소중히 듣고 사회적 약자에게 진심어린 배려를 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학생들은 앞서 이야기했던 수많은 이야기들보다 13층 농성장에서 오간 몇마디 대화가 더욱 인권에 대해서 많은 것을 고민하게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상담센터 찾는이 줄었다?


국가인권위가 현판을 달던 날, 많은 인권피해자들이 모여든 것을 나는 두 눈으로 목격했다. 그러나 채 일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고급스럽게 꾸며놓은 국가인권위 상담센터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하다.


‘귤이 회수(淮水)를 넘어 탱자가 되었다’고 했던가. 국가인권위에 들어가 보다 좋은 인권환경을 만들겠다던 적지 않은 인권운동가들은 어디 가고 복지부동한 공무원들만 보이는가. 내년 이맘 때엔 ‘동아시아 법학생 연합회’ 학생들 앞에서 진정한 인권기구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다.


/신치호(인권실천시민연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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