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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슈-흔들리는 경찰](세계일보 2003.10.16)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8 16:47
조회
654

[오늘의 이슈]흔들리는 경찰


‘동네북’된 공권력


오는 21일로 제58주년 경찰의 날을 맞는 ‘민중의 지팡이’의 모습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참여’를 기치로 탈(脫)권위주의 행보를 가속하는 가운데 사회 곳곳에서 자기 주장을 펼치는 목소리가 커져 이에 대응하는 경찰은 이래저래 시달리고 있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 ‘정권의 지팡이’에서 이제는 ‘힘없는 공권력’으로 전락하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그래도 경찰은 나름대로 각종 혁신방안을 제시하며 경찰 위상을 제대로 잡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김지영씨는 청와대 제안마당에 ‘부안핵폐기장 문제로 인한 경찰의 노고’란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김씨는 세살-한돌 된 아이 엄마이자 서울 한 기동대에서 근무하다 최근 부안에 파견된 경찰관 아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김씨는 글에서 “아이들이 아빠가 일주일 만에 집에 돌아오면 머뭇거린다. 어색해서인지 아빠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는다”고 했다.
김씨는 “지금은 한달에 한번 부안에 내려가 일주일 동안 근무하고 돌아와 그래도 나은 상황”이라면서 “앞으로는 이마저도 3주에 한번으로 단축된다고 하더라”고 하소연을 쏟아냈다.
김씨는 또 경찰관 부인으로서 “남편이 (부안에) 내려가면 폐교나 체육관에서 자면서 도시락으로 겨우 끼니를 때워야 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됐는지…”라며 안타까워했다.


◆우울한경찰상=사회갈등의 현장에서 경찰이 각종 집회와 시위로 몸살을 앓은 지 오래됐다. 경찰 수뇌부에서 최일선 전-의경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되는 집회와 시위에 시달려 녹초가 되고 만다.
날로 각계 요구가 거세지면서 상황은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재신임 정국이라는 초유 상황과 맞물려 보-혁대결과 농민대회, 노동단체 집회 등 연말까지 1만∼50만명이 모이는 대형 집회만 6개가 예정돼 있다.
공권력을 우습게 여기는 시민들의 의식으로 경찰은 ‘동네북’이 되기 일쑤다. 옛 파출소에서 술취한 시민에게 경찰관이 얻어맞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경찰 처분에 불만을 품고 차를 몰고 돌진하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이에 대해 임상호 경찰청 차장은 “공권력이 무너지면 경찰 사기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시민의 피해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경찰서 박한수 경무과장은 “경찰서나 파출소가 화풀이 장소로 변해 버렸다”며 씁쓸해했다.
시민들과 자주 부딪치는 형사-조사분야가 경찰내에서 ‘3D’업종으로 전락한 지는 오래됐다. 경찰 형사분야의 고위관계자는 “예전보다 형사분야를 지원하는 경찰관이 줄고 질도 저하돼 특진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민원인들의 고소-고발사건을 맡는 조사계는 각종 민원에 시달리다 보니 3년 만 적당히 채우다 가는 자리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이른바 ‘선수’로 통하는 형사과 베테랑이 줄어들고 있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했다.


◆개혁은 공허한 메아리=그동안 경찰 지도부가 바뀌면 으레 개혁이라는 화두를 꺼냈지만 수장 스타일에 따라 ‘요란했느냐 조용했느냐’의 차이만 있었을 뿐 기대에 못 미쳤던 게 사실이다.
올해 초 출범한 ‘최기문 호’도 경찰혁신단을 꾸려 수사제도 개선과 업무혁신, 자치경찰제 등 연구작업에 나섰고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을 참여시키는 혁신위원회를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와 발맞춰 각 부처들도 각종 개선안들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경찰 안팎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윗선에서 시작되는 개혁은 현장이 변하지 않는 한 공염불에 그친다는 얘기다.
서울 S경찰서 중간 간부는 “시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벌어지는 불심검문이나 시위대처 등에서 경찰이 변할 때 제대로 된 개혁이 시작된다”며 “윗선에서 바꾸자고 말한다고 바꿔지는 게 아니다”고 했다. 또 다른 중간 간부는 “며칠 전 사건 축소은폐하지 말라는 공문이 왔는데…”라고 말끝을 흐린 뒤 “언제까지 못 잡으면 다음 인사때 불이익을 주겠다는 으름장에 불과한 현실성 없는 지시일 뿐”이라고 했다.
경찰청이 야심적으로 추진한 ‘순찰지구대’ 문제에 대해서도 “제도 자체 성패를 떠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은 채 밀어붙인 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도 있다.
이처럼 개혁이 일선에서부터 탄력을 받지 못하고 도중에 흐지부지되는 것은 구심점이 되어야 할 경찰 간부들이 잇따른 비리에 연루되거나 정치권 외풍(外風)에 쉽게 흔들리기 때문이다. 각종 게이트에 단골처럼 경찰관 뇌물수수가 드러나는가 하면 정치권의 부적절한 요구에 편승하다가 시련을 겪어온 고위간부들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결국 경찰 개혁은 경찰 스스로 깨끗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경찰 구성원이 공감하는 개혁안을 만들어 실행해야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시민단체와 경찰 전문가들은 “민생과 직결되는 경찰이 ‘클린’이미지로 국민들 뇌리속에 각인돼야 개혁이 성공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천종-김수미기자 skylee@segye.com


"박봉에 격무 … 우리도 할말 있다"


경찰의 목소리


연일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경찰관들도 나름대로 할말이 많았다. 취재팀이 만난 경찰관들은 경찰의 자화상과 문제점, 개선방안 등에 대해 격정적으로 말을 쏟아냈다.
�서울 방배서 김인옥 서장=스포츠 경기나 콘서트 등 각종 민간 행사에 경찰이 동원되고 있다. 이젠 우리도 스포츠나 문화행사에 전문 민간경비업체를 적절히 활용해 치안공백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경찰청 이동선 형사과장=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 때문에 형사계와 수사계가 기피 부서로 전락, 베테랑이 줄고 수사능력이 저하되고 있다. 당장 인력과 예산을 늘리는 게 힘들다면 특진 등 적절하게 사기를 높여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경찰청 A경사(여)=최근 여경 비율이 많이 늘었으나 탁아소 등 여경 활동을 지원할 만한 시설을 없는데 문제다. 여군과 마찬가지로 여성들의 유산율도 매우 높은 것으로 안다.
경찰청 윤재국 수사과장=승진도 어렵고 민원인들 사이에서 이래저래 고생하는 탓에 조사계는 기피 부서였다. 조사과도 내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직접 가서 민원사건을 수사하고 결과가 좋으면 실적에 반영, 특진할 기회를 줘야 한다.
서울 종로서 송민헌 수사과장=갈수록 지능화-전문화하는 범죄에 맞서 경찰인력을 전문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선발 때부터 수사, 경비, 법의학 전공 등 분야를 나눠 전문인력을 뽑아 양성해야 한다.
서울 모경찰서 C경사=경찰이 수사분야에 있기보다 지구대(파출소)에 있길 선호한다. 봉급은 같은데 생활수준이 차이가 나 형사계 직원들의 의욕이 떨어지고 있다.
서울 서대문서 최문용 정보과장=주5일제가 대세인데 같은 공무원으로서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나. 합당한 보상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정권시녀 아닌 국민의 권력 돼야”


시민단체 제언


시민들은 경찰이 따뜻하고 든든하며 깨끗한 경찰로 거듭나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가 되기 위해서는 ‘정권이 아닌 국민의 경찰’로서 시민의 인권과 안전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목소리로 강조한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전북 부안에 1만 단위 병력이 상주하는 등 경찰은 국민보다는 대통령과 정부가 신경쓰는 부분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국민보다 권력을 위한 공권력 행사가 참여정부 들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 국장은 “국민이 경찰에 가장 크게 요구하는 것은 안전한 생활보장”이라며 “이를 위해 비효율적인 현행 인력시스템을 민생치안 위주로 다시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 고계현 정책실장은 “많이 개선됐지만 인권시비가 여전한 수사관행이 많이 남아 있다”며 “인권의식 등 의식개혁을 통해 신뢰감을 주는 경찰 행정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경찰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과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도 많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하태훈(고려대 법대교수) 실행위원은 “경찰이 워낙 수가 많다 보니 업무수행 과정에서 간혹 인권침해나 부패연루 사건이 일어나는데, 이로써 경찰의 부정적 이미지가 고착화하고 있다”며 “국민과 직접 대면해 법을 집행하는 경찰업무 특성상 취약해지기 쉬운 부패 유혹을 차단해 국민 신뢰를 얻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정부입장에만 치우쳐 효율성과 편의성만 앞세우지 말고 국민 기본권 보장을 위해 힘쓸 때 추락한 신뢰는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강은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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