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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사회, 닫힌 경찰(시민의신문, 2005.05.23)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9 15:27
조회
279

열린 사회 닫힌 경찰


[경찰개혁] 보안4과, 관련규칙폐지불구 버젓이 활동


21세기 패러다임 적응 못해


법치행정원리, 행정공개원리 무시 일쑤


경찰청 보안국 관계자들은 “지금도 간첩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간첩과 좌익사범이 시민단체, 정치권, 학계, 언론 등 곳곳에 암약하며 한국의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한다는 것이다. 보안수사대 소속 한 경찰관은 청와대도 미심쩍은 눈으로 본다. 또다른 보안수사대 요원은 “과거 남파간첩이 찾아왔을 때 반갑게 맞이하며 도움을 줬던 의원들이 7명이나 있다”며 국회도 의심스러워 한다.

간첩 많은데 할 일은 없다?

이들의 말과 신념이 사실이라면 보안경찰들은 지금껏 무엇을 한 것인가. 간첩과 좌익사범이 판치는데 보안경찰은 왜 ‘가출청소년’과 다름없는 한총련 학생들만 그것도 가물에 콩나듯 잡아들이는 것인가. 보안경찰이 심각한 직무유기를 하고 있거나 간첩·좌익사범 세력이 너무 커서 보안경찰이 감당을 못하거나 둘 중 하나로 보인다.

국회정보위원회의 형식적 통제만 받는 보안경찰은 현재 2천6백여명, 1년 공식예산만 85억원 가량을 사용한다. 이들이 지난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한 사람은 모두 37명. 모두 대학생들이었다. 보안경찰 71명이 1년 동안 대학생 한 명을 구속한 셈이다. 그 중 7명이 보석으로 석방됐고 집행유예는 25명이었다. 경찰 1인당 사건 처리 건수를 비교해 보면 강력반은 6.5건, 조사계는 20.4건인데 비해 보안경찰은 0.0002건에 불과하다. 극우세력한테서 “좌익운동권이 보안경찰을 장악했다”는 주장이 안 나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보안경찰의 주장에 따르면 국가안보는 백척간두에 섰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현재 보안경찰들은 개점휴업상태다. 한 지방경찰청 보안과 관계자에 따르면 “국가보안법 논쟁 등으로 인해 언론에 나올만한 일은 만들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지춘경 경찰청 보안국 보안4과 2계장은 “국가보안법이 국회 계류중이기 때문에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논의가 마무리될 때까지 사건 수사를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안보를 다룬다는 경찰청 보안국. 국가보안법 관련 수사와 검거를 도맡는 보안경찰은 그동안 인권침해 논란의 표적이었다. 경찰청 과거사청산위원회가 선정한 우선조사 대상 10가지 사건은 모두 보안분야에서 나왔다. 1987년 6월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씨 고문치사사건은 현 보안3과 비밀청사인 ‘남영동 분실’에서 일어난 일이다.

조금씩 공개하다 보면 국가안보 무너진다

인권침해는 상당부분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라는 보안경찰의 속성에서 나온다. 지 계장은 “보안경찰은 발가벗었다”며 “더 이상 감출래야 감출 게 없다”고 말한다. 유동열 공안문제연구소 연구관도 “건전한 비판은 조직에 활력이 된다”며 “열린 보안”을 역설했다. 그러나 한 경찰청 보안국 보안1과 관계자는 “정보를 하나씩 하나씩 공개하다 보면 국가안보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자하 보안국 보안1과 1계장은 지난 9일 취재요청을 거부하면서 “모든 것이 보안이다, 아무 것도 말해줄 수 없다, 알아서 쓰라”고 말했다.

보안경찰의 폐쇄성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공포와 폭압정치의 상징을 유지하는데 그치지 않고 법치행정원리와 국민들의 상식마저 무너뜨린다. 대표적인 기관이 경찰청 보안국 보안4과, 일명 ‘홍제동 분실’이다. 1999년 직제시행규칙 개정으로 공식적으로는 폐지된 보안4과는 지금도 버젓이 남아 활동하고 있다. 보안4과에 연행, 구속된 사람도 있다.

“보안부서는 경찰관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아 경쟁률도 높습니다. 다른 경찰부서에 비해 보수가 좋기 때문이지요. 보안부서 근무자는 월급 말고도 외근비, 정보비, 정보원비 같은 여러 수당을 받습니다. 민원인과 부딪칠 일도 없고 발생사건을 수사하는 게 아니라 인지수사만 하면 되거든요.”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경찰간부는 “보안부서는 왠만한 빽 아니면 못들어간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그 관계자는 “경찰관들은 보안부서를 ‘쉬러 가는 부서’로 부른다”고 말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보안부서는 경로당”이라고 일러줬다. “나이 많은 경찰관들이 많고 하는 일도 별로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춘경 계장은 “보안과가 경로당 소리를 듣는 것을 우리도 반성하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나이가 많은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업무 자체가 추상적 위험을 취급하고 목적범을 상대하기 때문에 연륜을 필요로 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보안국은 경로당?

‘경로당’이라는 보안국에서도 ‘원로원’ 같은 존재가 있다. 바로 퇴직한 보안경찰 가운데 우수요원들로 재임용하는 보안지도관이다. 신분증도 발급받고 활동비도 지급받으면서 사실상 보안경찰과 같은 일을 한다. 1991년 경찰청 훈령으로 시작된 보안지도관 자격조건을 보면 ‘재직중 보안업무를 수행하면서 과실에 의해 파면,해임된 자는 임용될 수 있다’는 황당한 규정이 있다. 경찰 혁신기획단 관계자조차 이 조항이 문제있다고 인정했다.

베일에 싸인 경찰청 보안국. 이들이 경찰 창설 이래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시민단체가 주최한 정책토론회에. 경찰청 보안 관계자들은 <시민의신문>과 인권실천시민연대가 공동주최해 지난 18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남북화해시대 보안경찰의 역할과 방향’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적극적으로 논쟁에 참여했다.

한 보안국 관계자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며 “앞으로 시민단체와 보안경찰이 오해도 풀고 협력할 것은 협력했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표시했다. 지난 18일 토론회가 보안경찰 변화의 신호탄이 될 것인지 기대된다.

강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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