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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자의 사회적 권리를 넘어(조효제교수 인터넷한겨레 2004.03.05)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8 17:20
조회
453

이주자의 사회적 권리를 넘어


그저께 <한겨레>의 토론공간 ‘왜냐면’에 대단히 의미심장한 글이 실렸다. 민주노총 평등노조의 샤말 타파씨가 여수 외국인보호소에서 보낸 편지였다. 그는 네팔출신의 이주노동자다. 이십대 나이에 이 땅을 밟아 벌써 10년이 지났다고 한다.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하며 이주노동권을 주장하던 그는 지난달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납치’되어 여수에까지 끌려오게 되었다. 우리 대부분이 편하게 휴일을 즐기고 있을 내일이면 그가 단식농성을 시작한 지 20일이 된다. 그가 무슨 죄를 지었나 ‘오랫동안 한국경제를 위해 피땀 흘리면서 일해 온’ 죄, 그리고 단속추방 저지,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사업장 이동의 자유와 같은 괘씸한 요구를 한 죄다. 전세계에 걸쳐 수백만명의 한민족 디아스포라를 가진 우리 역사를 생각하면 참으로 믿기 어려운 죄다. 왜 우리는 잊는가, 노동력을 부르면 인간이 온다는 단순한 진리를 시민사회가 이주노동자를 생각하는 관점은 다음과 같이 확고하다.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서 그들의 생존권과 인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경제논리와 주권논리를 떠나 이것은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에 속하는 문제다. 지금까지 이주노동자를 둘러싼 논쟁은 이처럼 그들의 노동조건과 법적 권리에 관한 것이었다.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이 현 단계의 절실한 과제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우리 시민사회가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식의 전환, 즉 한 단계 높은 논쟁선을 쳐야 할 시점이 왔다. 다음의 두 가지 주장이 가능하다. 하나는 지구화 시대를 맞아 신축성 있는 시민권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점, 또 하나는 그것이 바로 우리 자신을 위하는 길이라는 점이다. 정치 공동체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은 더 이상 어떤 선험적인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혈연과 실용적 필요성과 귀속의식과 사회 기여도에 대한 보상이 뒤섞인 지극히 사회 구성적인 문제일 뿐이다. 한국이라는 정치 공동체에 사회·경제적으로 공헌을 했고 본인이 원한다면 당연히 영주권과 시민권을 부여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이주노동자의 문제는 사회적 권리의 문제일 뿐 아니라 정치적 권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여기서 우리는 통상 정치적 권리에서 사회적 권리로 확장되어 왔던 인권 개념이 그 반대의 방향으로도 진화할 수 있음을 본다.


그런데 이것이 왜 이주노동자들을 위한다기보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란 말인가 바로 우리 스스로의 보편적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다. 우리 경제가 지난 40년 간 국제화를 통해 성장했고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를 이루기 위해 그렇게 애썼지만 결과는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깊은 예속, 친미 일변도, 영어 열풍 등 기형적인 개방화였을 뿐이다. 그래서 단순한 외적 확대가 아닌 일종의 내포적 다양성을 통해 질적으로 우리 보편성을 심화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 이주자들의 다양한 능력, 문화, 세계관을 우리 사회에 이식하도록 모색하면 어떨까 한다. 그것이 바로 현실적인 국제연대이자 반지구화운동과 국내문제 간의 접점을 찾는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다. <한겨레>에 편지가 실리기 하루 전 우리 대학신문에 타파씨의 인터뷰가 실렸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한국의 대학생들에게 이주노동자뿐만 아니라 한국의 노동자, 농민, 빈민들에 대한 관심도 계속 기울여 주기를 당부했다. 그 글을 읽고 나는 타파씨가 한국에 정착해 참정권을 얻어 우리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나오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다. 그 편이 인종은 같지만 차떼기나 하는 저질의 동포 정치인들보다 백배천배 낫겠다고 생각했다. 이주자로서 큰 학자가 되었던 스튜어트 홀이나 랄프 밀리밴드처럼 우리 강의실에서도 이주노동자 출신의 학생들이 학문적으로 대성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우리 시민사회가 이러한 꿈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이주 과학노동자이자 사회주의자였던 아인슈타인도 말하지 않았던가. ‘법 앞에 모든 사람의 평등이 보장되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꿈 말이다.


조효제/성공회대 엔지오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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