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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해라”(시민의신문, 2005.07.04)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9 15:54
조회
290

[경찰개혁] 인권수사 사각지대 놓인 사회적약자들


편견·선입관 떨치고 시스템 개혁 절실


사회적 약자들은 경찰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받을 개연성이 높은 취약계층이다. 특히 장애인과 성적소수자들은 법적 제도적 보호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특히 성적소수자들은 자신들의 성정체성이 놀림꺼리가 되는 게 싫어 민중의 지팡이를 필요로 하는 경우조차 경찰서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특히 빈곤층은 사회 구조적으로 경찰서비스에서 상대적 박탈을 경험한다. 한국 사회가 빈곤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부치지 않는 한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유효할 것이다.

일선 수사경찰관들도 열악한 근무여건에서 고통을 받는다. 이들은 “시민인권 뿐 아니라 경찰관 인권도 생각해달라”고 외친다. 주당 100시간이 넘는 근무시간 속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해 피곤에 절어 있는 수사경찰들에게 인권친화적 수사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인지도 모른다. <편집자주>



●성적소수자= “레즈비언, 게이 등 성적소수자들은 사기를 당하고 강도를 만나도 경찰서에 가지 않으려 한다. 수사과정에서 자신의 성적 정체성이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다.”

성적소수자들은 경찰을 믿지 않는다. 신고하기도 두렵다. 한국 사회에서 성적소수자들은 형사절차의 전 과정에 걸쳐 자신의 성정체성을 매개로 한 차별을 받고 있다. 간혹 용기를 내 경찰서 문을 두드리더라도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돼 있는 것이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도 없다. 성적소수자들은 “경찰이 자신들의 고통을 부차화하고 함부로 대하며 편견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고 강조한다. 성적소수자들끼리 싸움이 일어나더라도 경찰서에 가는 것이 싫어서 서둘러 마무리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경찰서에 신고하기를 꺼린다는 점을 이용한 사기, 협박, 강간 사건도 적지 않다.

한채윤 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부대표는 “성적소수자들은 아무 잘못이 없더라도 경찰 앞에서 괜히 위축되고 조심스러워한다”며 “수사를 받으면서 이름과 주소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부터 부담스러워 한다”고 말한다. 경찰이 자신의 성적정체성을 함부로 공개했을 때 일어날 사태가 두렵기 때문이다. 그는 “성적소수자들이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강박관념이 크기 때문에 사이트를 운영하면서도 해킹 등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한 부대표는 “본인이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면 어떨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무척 힘들 것 같다. 내가 나의 성 정체성을 당당하게 여기는 것과 다른 사람이 나의 성 정체성을 어떻게 보느냐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수사과정에서 내 성 정체성이 밝혀지는 건 싫다. 그런 쪽으로 물어보는 것도 싫다.”

2003년경 강력계 형사 두 명이 성적소수자 인권단체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들은 살인사건 피의자가 동성애자일 거라는 심증이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동성애자들에 대해 알기 위해 서점에서 동성애자들이 발간하는 잡지 ‘버디’를 사기도 했다. 물론 건장한 남자 두 명이 ‘버디’를 사려 하자 서점 직원은 그들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한 부대표는 “그들은 용의자의 인상착의와 사진을 보여주며 이 사람을 아느냐고 물어봤다”며 “직접 찾아와 물어본 것은 기특하지만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깊은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동성애자들은 소유욕이 강하고 괴팍하다는 그들의 편견이 실제 수사과정에서 반영돼지나 않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한 부대표는 지난 5월 경찰청 인권보호센터 인권캠프에 강사로 참여했다. 한 부대표는 “내가 성적소수자라는 걸 밝혔을 때 경찰관들이 적잖이 당황하는 걸 봤다”며 “경찰인권교육을 자주 해서 경찰들의 편견과 선입관을 깨고 싶다”고 밝혔다. 이 강연을 계기로 인권보호센터는 8월에 발표할 예정인 인권수사준칙에 성적소수자 관련 조항을 포함하기로 했다.

●구조적 차별받는 장애인= 장애인은 공정해야할 경찰수사단계부터 구조적인 차별에 직면해 있다. 수사과정에서 가장 인권침해 가능성이 높은 이들은 정신지체장애인과 발달장애인들이다. 수사경찰이 이들의 특수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수사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일어날 확률도 높기 때문이다. 청각장애인은 수화통역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오류를 검증하기 힘든 문제가 있고 시각장애인은 조서를 본인이 확인하기 힘들다. 언어장애도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

한 지방경찰서 수사경찰은 “윤락여성을 수사한 적이 있는데 지적수준이 중학생 정도였다”며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머리가 나쁜 것”이라고 단정한다. “그 여성이 정신지체장애인일 가능성은 생각해보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는 “판단하기 힘들다. 내가 조사해서 어떻게 알겠느냐”고 대답했다. 그는 “예산도 없고 경찰 차원에서 장애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다”며 “그런 걸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있으면 우리도 좋겠다”고 말한다.

장애인단체들이 수사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가장 주력하는 부분은 바로 형사소송법 개정운동이다. ‘수사 및 재판상 장애인 인권확보를 위한 연구모임’을 중심으로 2003년부터 시작된 이 운동은 보조인을 직계가족으로 한정하지 말고 ‘피고인이나 피의자와 신뢰관계에 있는 자’로 바꾸고 보조인이 검사나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와 법원 심리에 참여해 피고인·피의자를 위해 진술하거나 진술을 조력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밖에도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 조항을 임의조항에서 의무조항으로 바꾸고 전담수화통역사제도를 두자고 주장한다. 점자, 전자음향기처럼 시각장애인이 조서를 인지할 수 있는 형태로 조서확인서비스를 실시하자고 요구한다.

박숙경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국 팀장은 “가장 큰 문제는 중증장애인이 아니라 경계급 장애인들”이라며 “경계급 장애인은 겉으로는 장애인인지 일반인인지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에 장애인이 누려야 할 사회적 배려에서 소외되기 쉽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화 ‘말아톤’을 예로 들면서 “주인공이 얼룩말을 연상하며 여자 엉덩이를 만지는 장면이 있는데 입건됐다면 십중팔구 성희롱으로 구속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팀장은 “발달장애인들은 ‘니가 했지’ 하며 윽박지르면 자기가 한 것처럼 창작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며 “수사관들은 그것을 자백으로 알고 더 이상 수사하지 않는 게 관행”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집중단속기간에는 장애인들이 표적수사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박 팀장은 “영화 ‘살인의 추억’ ‘오아시스’ 등에서 볼 수 있는 수사상 장애인 인권침해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개별 경찰의 양식에 맡길 문제가 아닌 만큼 장애인 수사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권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 경찰청은 조사 과정에서 청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이 인권침해를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수화통역전화기와 화면읽기 프로그램을 지방청별로 도입하고 있다. 경찰청 인권보호센터는 8월부터 보조인 제도를 경찰수사단계에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인권수사준칙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빈곤층은 서럽다= “사건 자체가 대부분 못사는 사람들이 걸려듭니다. 가진 자들은 경찰서에 올 일도 거의 없지요. 돈 있는 사람들이야 변호사 선임해서 보석 신청을 하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빠져나갈 수 있거든요. 못 사는 사람들은 국선변호사 선임해도 1심 재판 받고 나오면 6개월 감옥살이 해야 하구요.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 당하고 있는 사람은 빠져나갈 구멍을 아니까 빠져 나가는 겁니다.” 한 지방경찰서에 근무하는 수사경찰의 증언이다.

문성호 자치경찰연구소 소장은 “구속수사 남발보다 더 큰 문제가 바로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며 “법원 뿐 아니라 구속 여부 단계에서도 혈연 지연 학연 등으로 통해 관철되는게 현실”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경찰이 되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02년도 범죄자 생활수준별 분포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전체형법범 가운데 하류층이 차지한 비율이 68.9%에 이른다. 중류층은 29.8%, 상류층은 1.2%에 불과했다. 개별 범죄유형별로 보면 절도, 사기, 횡령, 살인, 강도, 방화, 강간, 폭행에서 하류층의 구성비가 형법범 전체 비율보다 높게 나타난다.

국선변호인제를 대폭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 서보학 경희대 교수는 “사개추위는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바로 국선변호인을 선임하도록 안을 만들었다”며 “체포 즉시 변호인을 선임하고 참여시키는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너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당장은 힘들다”고 밝혔다.

심상돈 국가인권위 인권침해조사국 1과장은 “국선변호인 변호비는 10만원 가량이어서 형식적으로 일처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체포하면서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얘기해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아쉬워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은 대개 덜 배우고 자기권리 지킬 지식도 적다”며 “국가가 그걸 메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청 인권보호센터는 오는 8월 발표할 예정인 인권수사준칙에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항을 많이 넣을 계획이다.

강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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