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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부터 인권감수성 가져야(시민의신문, 2005.04.19)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9 15:02
조회
361

"기자들부터 인권감수성 가져야"


인권강좌 두번째, 오창익 인권연대 국장


<시민의신문>은 인권실천시민연대와 공동으로 진보매체 기자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인권강좌를 개최합니다. 11일 부터 매주 월요일 6시에 진행될 이번 인권 강좌는 수강생들에게 인권의 의미와 함께 인권에 기반한 언론정립을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다음 기사는 18일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의 강좌 내용을 지상 중계한 것입니다. 25일에는 김희수 변호사가 '형사사법절차와 인권'이라는 주제로 강의합니다. 장소는 시민의신문 회의실이며, 수강료는 없습니다. (관련문의: 766-8891~5 시민의신문 편집국) <편집자 주>


일상적으로 인권을 다루는 언론은 인권문제에서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인권문제는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해결 방법을 찾아나간다. 하지만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막상 인권을 다루는 언론인들은 인권과 상당히 먼 거리에 있는 것 같다”고 꼬집는다.

무엇보다도 그가 지적하는 것은 “언론은 매일처럼 인권 관련 기사를 취재, 작성, 데스킹, 보도하지만 대부분 여러 기관, 단체에서 보내는 보도자료에 의지해 ‘기사가 되는’ 기사를 작성한다”고 비판했다.


언론과 인권, 언론인과 인권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www.hrights.or.kr
오늘 이 자리가 인권에 대해 알고, 이해하고, 나아가 실천하기 위한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소망해본다. 바로 지금부터 진행하려는 인권교육을 통해서이다.



인권교육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인권을 알고 이해하고 나아가 실천하기 위해서는 인권에 대한 단순한 지식정보를 전달하기 보다는 ‘인권감수성’을 나누어야 한다고 한다. 내게도 가장 큰 화두는 ‘감수성’이다. 그런데 이 감수성이란 것이 이렇게 일방적인 강의를 통해 길러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여전한 감동으로 남아있는 어떤 시(詩) 한편이 있다고 치자. 한편의 시가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여전히 우리 마음에 남아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제도교육에서 배운 시의 형식이나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여성편향적이라는 식의 주입 때문이 아니라, 그 시가 내가 처한 상황과 맞아 떨어졌다든지 하는 이유 때문일 게다.

우리의 마음에 남아 있는 시는 좋은 시이기보다는 내게 맞는 시이고,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나의 마음속에 있는 무엇을 끄집어낸 시이다. 시와 나의 감수성이 만날 때, 시는 살아 움직이며 나에게 힘을 주고 나를 울게 만들기도 한다.

‘활동가’라는 말을 자주 쓴다. 우리 단체는 이 ‘활동가’라는 표현이 전업으로 운동하는 사람과 대중을 나누고, 무언가 배타적인 어감이 배어있고, “나는 대중보다 우월하고 도덕적이다”라는 생각이 깔려있기 쉽기 때문에 거의 쓰지 않는다. 90년에 나는 교회 계통의 지역운동을 하면서 이 활동가를 대체하는 표현으로 ‘활성가’라는 말을 만났다. 이 표현은 활동가와 대중의 배타적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 활성가는 단순한 활동을 넘어 대중(이 표현밖에 쓸 수 없는 나의 빈곤한 상상력이 원망스럽다)의 마음속에 있는 하느님의 영을 끄집어낼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활성가는 대중이 스스로 갖고 있는 답을 스스로 끄집어내도록 돕기만하고, 말이나 행동은 대중이 스스로 하게 되는 것이다.

인권교육은 감수성과 활성가의 의미가 딱 맞아 떨어지는 영역이다. 답은 모두 우리 마음속에 있기에 교육을 진행하는 사람은 단지 우리 마음속에 있는 답을 끄집어 낼 수 있도록 돕는 역할만 하면 된다.

그렇지만 내게 주어진 겨우 두 시간 동안 내가 무슨 재주로 나와 만나기 위해 이곳에 오신 분들의 마음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낼 수 있겠는가. 다만 노력을 해볼 뿐이다.

오늘 나는 언론과 인권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언론은 일상적으로 인권을 다루고 있다. 또한 인권문제는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해결의 방법을 찾아나간다. 인권피해자들은 주로 언론을 향해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인권은 언론에 의해 다뤄지며, 언론을 통해 유의미해지는 속성을 갖고 있다.

언론이 인권을 다루는 것은 분명하지만, 막상 인권을 다루는 언론인들은 인권과 상당히 먼 거리에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기사의 기획, 취재, 기사작성과 데스킹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물론이고, 언론인 개개인의 인권의식마저도 인권을 다루는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로서는 적합하지 않을 정도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인권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인권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데 있어서도 부족하기만 하고,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지도 부족해 보이는 경우를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물론 이는 언론인들만의 탓은 결코 아니다. 우리 모두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고 국가주의의 강요된 주입을 받은 적은 있지만, 제도교육에서 단 한번도 인권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인권감수성을 기를 수 있도록 배려를 받은 적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사회의 반영이듯, 기자들도 우리 사회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인권운동을 직업으로 갖고 있는 나도 ‘장애 감수성’이나, ‘성적 소수자 감수성’에 대해서는 부족하기만 하다. 초등학교 시절 내 친구들 중에는 장애인이 한명도 없었고, 성적 소수자도 없었다. 나는 지금도 장애인이나 성적 소수자 친구들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무심해야 하는지, 배려해야 하는지부터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까지 나는 온통 모르는 것투성이인 사람이다.

너와 내가 다르지 않음에도 굳이 ‘언론인의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언론인이 인권을 다루고 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언론은 매일처럼 인권 관련 기사를 취재, 작성, 데스킹, 보도하고 있다. 생각을 모으고 또 모아서 기획취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여러 기관, 단체에서 보내는 보도자료에 의지해 ‘기사가 되는’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꼭 자신들의 이야기를 기사화하고 싶어하는 기관이나 단체는 기자들이 배껴쓰기 쉽게 ‘기사형’으로 보도자료를 만들어 보내고 있고, 기자의 눈에 쏙 들어가는 보도자료를 잘 만드는 홍보(공보) 담당자는 일을 잘하는 담당자로 인식된다.

보도자료와 기자회견을 통한 취재와 기사작성은 이른바 ‘야마’가 해당 기관이나 단체의 입맛대로 꾸며지는 속성을 갖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공정하거나 진실한 게임은 아니다. 보도자료를 통한 언론보도의 매커니즘은 보도자료를 만들 능력이 없는 소수자, 보도자료를 만들어도 어디로 보내야 할지 알 수 없거나 기껏 보도자료를 보내봐야 ‘참여연대 등00개 단체’로 치부되는 ‘등 00개 단체’ 등의 소수자(단체)들이 언론과 만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 기사는 대부분 관급 기사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시민단체 관련보도도 ‘관급’의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중요한 기사재료가 중요하게 보도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또는 기관)의 보도자료가 중요하게 보도되는 관행을 낳는다. 이렇게 되면 인권이 숨쉬고 자리할 공간은 더욱 좁아지게 된다. 언론에 다수의 목소리가 아닌 소수의 목소리가 반영될 공간이 보장될 때, 인권은 숨쉴 수 있게 된다. 시민의신문이 시민단체 공동신문으로서 다수가 아닌 소수의 목소리를 보장하는 기능을 ‘비교적’ 훌륭하게 수행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지만, 주류적, 다수지향적 경향 또한 주류언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은 유감스럽다.

보도자료를 접한 언론인은 대체로 ‘껀’이 되는지를 먼저 살피는 것 같다. 이전에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는지, 수용자의 반응을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 등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취재관행은 대체로 매체의 특성이나 성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한결같은 경우가 많다.

매체가 다르고 기자가 다르고 기자와 매체의 지향도 다를 텐데, 왜 우리는 한결같은 기사를 보아야만 하는 것일까? 그것은 언론사마다 면면히 이어져오는 똑같은 방식의 기자 채용과 똑같은 방식의 도제식 기자 양성 프로그램(이것을 프로그램이라 이름 붙여도 좋은지 모르겠다 또한 이것을 ‘양성’이라고 해도 좋은지 모르겠다. 양성을 하자는 것인지 그저 손쉽게 부려먹자는 것인지 나는 도무지 분간할 수가 없다) 때문일 게다. 같은 방식으로 길러진 기자들은 똑같거나 최소한 비슷한 생각을 갖게 되고 이들이 취재와 기사작성도 같은 사건을 같은 시각으로 다루는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영철 사건을 한번 살펴보자. 언론마다 유영철의 입만 쳐다보면서, 그 입에서 나오는(그것도 경찰이나 검찰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지는) 엽기적인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보도를 했다. 그중에는 근거(구체적으로는 증거)도 없는 ‘인육을 먹었다’는 식의 전혀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까지 포함되었다. ‘인육을 먹었다’는 사실(증거는 없는)이 ‘새로운’ 또한 ‘끔찍한’ 사실이라는 것 말고, 어떻게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한다는지, 또한 공익을 위해 꼭 필요한 보도라든지, 뭐든 근사한 이유가 따르지는 않는다. 혹시 언론인들이 새디스트가 아닌지 의심이 들 지경이다.

유씨 사건을 두고 들여다 볼 수 있는, 즉 기사화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너무도 많다. 유영철의 수감기간이 적지 않은데, 우리나라의 교정시설에서의 교정교화는 도대체 어떻게 진행되기에 이렇게 끔찍한 범죄자 양성소처럼 전락하게 되었는지, 왜 우리나라의 재범율이 이렇게 유독 높은지를 살필 수도 있으며, 범죄가 다른 누구도 아닌 여성,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겨냥한 악랄한 범죄라는 적극적인 고발을 할 수도 있으며, 국가가 여성, 노인 등 스스로를 지킬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국민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배려나 보호대책을 전혀 갖고 있지 않고 있다든지, 경찰이 왜 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지, 경찰 수사의 메커니즘은 어떻게 되는지,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치안환경을 위해서 언론이 적극적으로 치고 들어가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얼마든지 계속될 수 있다.

유영철 같은 파렴치한 흉악범이야 잡아가둬야겠지만, 죄를 진 사람들을 지금처럼 부지런히 잡아 가두는 것이 과연 우리 사회를 안전하게 하는 것인지 따위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일부 언론이 약간씩 고민의 일단을 보여주기는 하였지만, 현상을 쫓는 것 말고 의제를 제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이아무개에 의해 경찰관 2명이 살해당한 사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범인을 검거하려던 경찰관이 범인의 칼부림에 죽었다는 단순한 사실과 이에 따르는 유족의 표정, 동료경찰관의 반응 등 뻔한 기사들 말고, 정말 경찰관들이 그렇게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접근은 별로 진행되지 않았다.

왜 전과 10범의 강간사건 용의자를 검거하려고 출동한 경찰관이 2명뿐이었는지, 이미 경찰서마다 보급된 방검복(防劍服)만 착용했어도 목숨을 잃지 않을 수 있었는데 왜 착용하지 않았는지, 범인을 검거할 때의 기본인 체포술을 왜 현장에서 응용하지 않았는지, 범인의 도주를 방지하기 위한 지구대 등과의 공조는 왜 진행되지 않았는지, 일부 경찰의 ‘총기 사용 규제 완화’ 운운하는 것처럼 왜 총기를 휴대하지는 않았는지 등 역시 물을 것 따질 것 투성이었으나, 제대로 기사화된 것은 없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제시대 이래 계속되는 사스나와리(署廻) 식의 기자 인력 운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상당한 시간을 경찰서 기자실에서 보내는 기자들이 막상 형사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른바 형사정책적 접근에는 취약하기만 하다. 모두가 경찰이 보내준 보도자료에 의존하여 ‘껀’이 되는 기사만을 쫓으며, 제대로 된 기자 양성을 하지 않은 탓이다.

가령 지난해 경찰이 내놓은 ‘공권력 확립 대책’에 의해 문제가 불거진 ‘불심검문’의 경우만 하여도 그렇다. 거의 모든 언론이 늘 쓰던 습관대로 ‘논란’ 등의 가치중립적 표현을 쓰고 있는데, 언론사 내부에서 단한명이라도 불심검문에 대한 약간의 이해를 갖고 있는 인력이 있었다면 이런 식의 전형적 양비론적 기사는 작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불심검문은 ‘경찰관직무집행법(경직법)’을 근거로 하고 있고, 경직법은 전형적인 경찰행정활동을 규정한 법률이다. 경찰행정과 형사소추를 목적으로 한 ‘수사’와는 전혀 그 성질이 다르고, 형사소추를 목적으로 한 일체의 절차는 형사소송법에 관련 규정을 두고 있다. 검문이 수사가 아닌 행정업무이기 때문에, 또한 헌법에 의해 대한민국 국민은 긴급체포, 현행범 체포의 경우가 아니고서는 법원의 영장없이 체포되지 않을 권리를 지니고 있기에 불심검문을 거부한다고 해서, 신원확인을 위한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해서, 벌금, 과료, 과태료 20만원을 부과하려고 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것은 너무나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경찰마저도 표현을 벌금, 과료, 과태료로 서로 다르게 표현하고 있는데서 볼 수 있듯이 경찰이 매기고 싶은 것은 벌금이지만, 형사적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표현은 과태료가 맞다. 이런 혼란에 대해서 지적하고 있는 언론도 없었다.

경찰이 해외 입법례로 소개하고 있는 것도 대부분 외국의 형사소송법상 규정을 빌려 온 것이거나, 미국의 이미 번복된 판례를 빌려온 것인데도 이에 대한 문제제기도 없다. 관련기사를 읽다보면, 기자의 생각이나 매체의 입장보다는 오히려 출입처의 생각과 입장이 매체를 통해 그저 단순하게 전달되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에 불심검문 강화처럼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잘못된, 그리고 출입처의 이해만을 대변하고 있음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관련 기사는 많이 쓰는데, 관련 공부는 거의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드러나는 모습이다. 또한 처리해야 할 일도 많고, 쫓아가야할 사안도 많고, 저녁에는 술자리도 많고, 회의도 많고, 이곳저곳에서 보내주는 보도자료도 많으니 짬도 낼 수 없는 탓일 게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해됨직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이건 무슨 악순환을 보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이기에 앞서 소개한 [대책]의 경우에도 대부분이 이미 다른 사건이 있었을 때, 보도자료로 내었던 것을 토씨조차 바꾸지 않고 재탕, 삼탕, 사탕째 내놓은 것인데도 그런지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기사는 쓰는데 안목은 없고, 언론인의 안목 없음은 기사로 고스란히 드러나고, 우리 사회의 진전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고 있다.

평소 언론에 불만이 많은 사람의 푸념쯤으로 들어도 좋다. 그러나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이 뜻한 바 있어서 시민의신문의 문을 두드렸고, 또 이곳에서 동료들과 함께 부지런히 자기실현과 공동체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 뛰고 있는데, 이런 분들이 그렇게 무슨 틀로 짠 것처럼 똑같은 기자가 되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권해드리고 싶은 것은, 일단 인권에 대한 기초적인 공부를 하셨으면 한다.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인권연대가 진행하는 각종 교육에 참여하셔도 좋다. 인권의 몇 가지 중요한 원칙만, 그것도 헌법상 보장된 원칙만 확인하셨으면 한다. 원칙을 확인하면, 나머지는 원칙을 적용하는 과정만 밟으면 상대적으로 쉬워지니까 원칙을 공부하는 데 약간이라도 시간을 할애하셨으면 한다. 헌법(기본권)과 세계인권선언만 읽어보셔도 절반은 하셨다고 편하게 생각하셨으면 좋겠다.

만약 형사사법 절차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최소한 형법, 형사소송법, 경찰관직무집행법은 읽어보시길 권한다. 일단 한번 통독을 하고, 가능하면 쉬운 해설서를 찾아서 함께 읽어보셔도 좋다. 전체적인 흐름을 한번 머리에 집어넣고 정리해놓으면, 구체적인 사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부지런히 관점을 가진 전문가 그룹을 활용하시길 바란다. 나도 그렇지만 한국의 전문가들은 대체로 언론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 평소에 연락하지 않고 사안이 생길 때만 연락하는 것이 기자들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으니 부담가질 이유도 없지 않은가. 꼭 기사 작성시 필요한 멘트를 따기 위해서만 아니라, 평소 이 사안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자주 물었으면 한다.

자꾸 잔소리가 많아지는데, 기자들끼리만 놀고 술 먹지 말고, 1인 1단체 가입의 방식이든 어떻든, 주기적으로 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는 안정적 공간을 만드셨으면 좋겠다. 기자가 기자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나, 같은 사람들끼리 배울 수 있는 것의 한계는 명확할 것이다.


오 국장은 “보도자료와 기자회견을 통한 취재와 기사작성은 이른바 ‘야마’가 해당 기관이나 단체의 입맛대로 꾸며지는 속성이 있다”며 “보도자료를 통한 언론 보도 매커니즘은 보도자료를 만들 능력이 없는 소수자, 보도자료를 만들어도 어디로 보내야 할 지 모르거나 기껏해야 ‘등 단체’로 치부되는 소수자(단체)들이 언론과 만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왜 매체 지향과 인적구성이 판이한데도 불구하고 기사는 대동소이한가. 오 국장은 “기자 양성 프로그램”을 문제 삼는다. “그것이 양성인지도 잘 모르겠다”는 오 국장은 “양성을 하자는 것인지 그저 손쉽게 부려먹자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그는 “같은 방식으로 길러진 기자들은 똑같거나 최소한 비슷한 생각을 갖게 되고 이들이 취재와 기사작성도 같은 사건을 같은 시각으로 다루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영국에서 아주 엽기적인 사건이 있었다. 집으로 손님을 초대해서 죽이고는 시멘트칠을 벽에 해놓아 숨겼다. 이 사건이 드러나자 런던 경시청은 그 집을 천막으로 둘러쳤다. 영국 국민에게는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인권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과 한국의 유영철 사건을 다루는 한국을 비교해보자.”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영철 사건에서 언론은 유영철의 입만 쳐다보다가 엽기적인 이야기를 보도하기 바빴다. 심지어 ‘인육을 먹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오 국장은 “유씨의 수감기간이 적지 않은데 교정시설 교화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왜 교정시설이 범죄자 양성소로 전락했는지, 왜 재범률이 그렇게 높은지, 경찰의 수사 매커니즘은 어떻게 되는지 등 인권 관점에서 다룰 것은 너무나 많았다”고 아쉬워한다.

오 국장이 지적하는 또다른 문제는 “사스마와리 식의 인력운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상당한 시간을 경찰서 기자실에서 보내는 기자들이 막상 형사정책적 접근에는 너무나 취약하다”는 점이다. “모두가 경찰이 보내준 보도자료에 의존해 ‘껀’이 되는 기사만 좇으며 제대로 된 기자 양성을 하지 않은 탓”이라는 것이다.

그는 “기자의 생각이나 매체의 입장보다는 오히려 출입처의 생각과 입장이 단순하게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며 “불심검문 강화 관련 보도처럼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잘못된 내용까지 보도된다”고 비판한다. 그는 “기사는 많이 나오는데 기사를 쓰기 위해 들이는 공부는 부족한 것 같다”고 원인을 진단했다.

오 국장은 “기자들이 일단 인권에 대한 기초적인 공부를 하기를 바란다”는 말로 강의를 끝맺었다.

강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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