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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자신의 폭력을 기억하고 밝혀야"- 김희수 상임위원 인터뷰(오마이뉴스, 2004.07.15)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9 10:04
조회
422

"국가는 자신의 폭력을 기억하고 밝혀야"


 [인터뷰] 김희수 의문사위 제1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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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탄핵국면 당시 공무원 신분으로 '탄핵반대 시국선언'을 주도한 김희수 의문사위 제1상임위원.
ⓒ 오마이뉴스 남소연


그래서인지 김 위원은 올초 노무현 대통령 탄핵국면에서 국가공무원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의문사위 직원 43명을 모아 '탄핵반대 시국선언'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그는 이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됐고 14일 첫 재판을 받았다.

김 위원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어디까지인가'를 둘러싸고 사법부와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재판을 앞두고 지난 13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탄핵반대 시국선언과 관련 "양심에 어긋난 행위를 한 적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김 위원은 "3·15 부정선거나 12·12사태 등에 대해 공무원이 침묵하는 게 합당한 처사인가"라고 되물으면서 "이번 재판을 통해 공무원들의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사법부의 의견을 받아볼 생각"이라고 재판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 위원은 특히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우리나라가 이라크 전쟁 같은 침략전쟁의 한축을 맡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공무원들도 이라크 파병 반대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런 발언은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위원은 최근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비전향 장기수 3명의 민주화운동 인정'과 관련 "위원회의 결정은 정당하다"며 "빨치산과 남파간첩도 인간임을 인정한 결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은 이어 "하지만 일부 언론들은 사실관계를 자의적으로 재구성해 왜곡했다"며 "위원회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해서는 한마디 없이 빨치산을 민주인사로 둔갑시켰다는 이분법적 여론몰이만 자행했다"고 일부 보수언론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김 위원은 2기 위원회 활동에 대해 "진실을 발견하고 규명하는 일이 얼마나 험난한 여정인가를 많이 깨달았다"며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장준하·이철규·박창수 사건 등을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해 국민들께 죄송스럽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이어 ▲예산확보 ▲조사관수 증원 ▲위증 처벌 ▲조사 불응시 형사처벌 ▲비협조기관에 대한 징계 등을 요구한 뒤 "3기 위원회가 구성된다면 국가기관들의 비협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청와대가 적극 나서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 위원은 관계기관들의 비협조와 관련 "국가는 자신의 폭력을 기억하고 그것을 밝힐 의무가 있다"며 "안보와 관련있는 비밀자료도 아닌데도 협조하지 않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희수 위원과의 인터뷰 전문.

"공무원이라도 국가기관 오류 지적하는 발언은 보호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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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 지난 탄핵국면 때 공무원 신분으로 '탄핵반대 시국성명'를 주도했다가 검찰에 불구속 기소돼 첫재판을 앞두고 있는데.
"검찰조사를 받으면서 담당검사와 실랑이를 했다. 검사는 (시국성명서 낸 것이) 잘못한 일임을 인정하라고 했다. 제가 시국성명을 주도했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제가 양심에 어긋난 행위를 한 적은 없다. 무조건 침묵해야 공무원의 품위에 맞고 복종의 의무에 맞다고 하는데 이게 과연 옳은 것인가.

예를 들어 3·15 부정선거와 4·19혁명, 12·12사태, 5·18 민중항쟁, 6·10항쟁 등의 상황에서 공무원이 침묵하는 게 합당한 처사인가. 공무원들의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인가. 이번 재판을 통해 그에 대한 사법부의 의견을 받아볼 예정이다. 이렇게 공무원들에게 재갈을 물리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사법부의 판단이 끝나면 공무원법을 개정해서 바로잡아야 한다."

-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어디까지라고 생각하나.
"정치적 중립성의 요체는 정파적 이익을 대변하지 말라는 것이다. 공공성 혹은 공익성을 띄는 발언은 보호받아야 한다. 국가기관의 오류를 지적하는, 즉 사익이 아니라 공익을 위한 표현의 자유라면 널리 허용돼야 한다." 


- 그렇다면 공무원의 신분을 유지한 채 이라크 파병반대를 주장할 수 있나.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얘기하겠다. 전 그럴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현 정부의 고민을 이해한다. 약소국이기 때문에 겪는 서러움도 이해한다. 하지만 어렵고 힘들수록 정도와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이라크전쟁은 아주 짧은 시간에 침략전쟁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그런 침략전쟁의 한축이 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무원이) 그에 대한 의사표현(파병반대-편집자 주)을 한다면 그것은 보호돼야 한다."

- 최근 노 대통령의 개혁성이 후퇴하고 있는데 당시 탄핵반대 성명을 낸 것이 후회스럽지는 않나.
"(노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은) 국민의 열망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들여다보길 바란다. 왜 국민들이 길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는지. 왜 압도적 표차로 열린우리당을 밀어줬는지. 과연 열린우리당과 청와대는 국민들이 바람에 맞게 행동하고 있는가. 그들은 국민들에게 엄청난 빚을 졌다. 그 빚을 갚아야 한다."

"의문사위의 결정은 빨치산도 인간임을 인정한 것"

- '비전향 장기수 민주화운동 인정'의 초점이 '남파간첩과 빨치산을 민주인사로 둔갑시켰다'로 변질돼 버렸다. 아직도 3명의 비전향 장기수들이 민주화운동과의 관련성이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위원회 결정은 정당하다. 민주화운동이란 권위주의 통치에 항거해 민주헌정질서에 기여하는 걸 말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권위주의 통치에 항거했나. 위원회를 폄하하는 사람들도 그들이 야만적 국가폭력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되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바늘로 온몸을 찌른다고 상상해 보라. 자신의 동맥을 잘라 '전향 강요하지 말라'는 혈서를 쓰고 자결했다고 생각해보라. 상상할 수 없는 폭력이다. 사상전향공작은 중정과 법무부, 교도소 등 국가기관이 총동원돼 사상·양심·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였다. 그들은 거기에 항거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죽음을 통해 민주헌정질서에 기여했나. 당시 그들의 죽음으로 인해 사상전향공작이 일시 중단됐고 전향제도 결국 폐지됐다. 결국 국민의 기본권을 신장시킨 것이다. 그들은 죽음으로써 신체의 자유와 생명권이 소중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물론 '국민'의 한사람으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이 있다. 그들은 국적법상 대한민국 국민이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국민이 아니라는 것은 궤변일 뿐이다."

- 김삼웅 주필은 비전향 장기수들을 민주화운동자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는데.
"반공·냉전이데올로기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편협한 시야에서 벗어나야 한다. 평화·인권·공생을 얘기하는 21세기에 그런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다."

- 개혁진영이 의문사위에 힘을 실어주어야 하는데 아직은 약한 것 같다.
"우리 위원회의 결정은 한마디로 얘기하면 빨치산도 인간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인간임을 인정한 것이다. (개혁진영이) 사실관계를 잘 모르고 있든지 아니면 냉전이데올로기 속에 머물러 있든지…."

- 의문사위 활동에 대한 각 신문별 반응과 논조 등이 달랐다. 그동안 언론보도에 대한 소감을 얘기한다면?
"언론은 기본적으로 사실관계에 충실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언론들은 사실관계를 자의적으로 재구성해 왜곡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의적 판단을 일삼아왔다. 이런 보도태도는 시정돼야 한다. 사상전향공작에 항거하다가 희생된 것을 놓고 일부 언론들이 보인 태도는 참으로 비열했다. 위원회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얘기는 한마디 없이 빨치산를 민주인사를 둔갑시켰다는 이분법적 여론몰이를 했다.언론은 다시 태어나야 한다."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싶다면 당신들만의 전체주의 국가를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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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 최근 일부 우익단체에서 한상범 위원장을 비롯해 6명의 상임위원에 대한 체포조를 결성했다는 첩보가 입수돼 위원회를 긴장시킨 바 있다. 비전향장기수들의 민주화운동 관련성 인정 이후 협박전화를 받은 적 있나.
"있다. 이메일을 통해서도 왔다. 그들이 자유민주질서를 옹호하는 사람인지 의심스럽다. 대한민국을 떠나서 북한으로 가라고 하는데, 그렇게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인정할 수 없다면 오히려 그들만이 모여 사는 전체주의 국가를 만들어서 그들끼리 살라고 얘기하고 싶다."

- 지난 6월 30일로 2기 위원회 조사활동 시한이 만료됐는데 1년간 조사활동의 소회를 밝힌다면?
"심정은 착잡하다. 진실을 발견하고 규명하는 일이 얼마나 험난한 여정인가를 많이 깨달았다. 우리는 '민주화사회'를 얘기하고 있지만 조사과정에서 우리나라 민주화의 현주소가 이 정도 수준인가 하는 점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오히려 독재정권 아래에서 하수인의 역할을 했던 국가기관들이 진실규명에 앞장서지 않고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 이것 자체가 현 민주화의 주소이자 자화상 아닌가."

- 2기 위원회 활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상당한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주요 관심사건들이 '조사불능' 판단을 받아 성적표가 초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동감한다. 국민적 관심 높았던 장준하·이철규·박창수 사건 등을 속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했다. 2기 위원회가 출발할 때 저는 징검다리 하나라도 놓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태생적 한계를 잘 알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속시원하게 밝혀내지 못해 국민들에게 죄송스럽다." 


- 작년에 노 대통령이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권력기관이 자료를 내놓지 않으면 청와대가 직접 가져와서 내가 직접 전해주겠다"고 했는데 실제 그런 경우가 있었나.
"사실 대통령의 탄핵사태가 없었다면 우리는 충분히 그렇게 요구했을 것이다. 탄핵사태 때문에 대통령에게 뭔가 요청하는 기회를 가질 수 없었다. 또 헌재의 결정을 통해 대통령직에 복귀한 후에는 조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이어서 더 이상 관계기관의 협조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안보관련 비밀자료도 아닌데 협조하지 않는 것은 납득할 수 없어"

- 최근 의문사위의 활동에 대해 오히려 노 대통령과 청와대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앞으로 3기 위원회가 구성된다면 각 국가기관들의 비협조 문제 등이 해결될 수 있도록 청와대가 적극 나서주기를 바랄 뿐이다."

- 2기 위원회가 얻은 성과가 있다면?
"전노협과 민주노총 출발의 모태가 됐던 박창수 사건의 경우 죽음 직전에 동행자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고, 장준하 사건의 경우도 최소한 추락사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또한 최근 논란이 됐던 사상전향사건의 민주화운동 인정은 민주공화국이 수호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졌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일부 언론들이 우리가 마치 남파간첩과 빨치산을 미화한 것처럼 냉전적인 이분법 논리로 여론몰이를 한 데 대해 슬픔을 느낀다."

- 국정원과 기무사, 국방부 등 핵심권력기관의 조사 비협조 문제가 위원회 활동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 것인가.
"위법한 국가권력이 개입됐다고 의심되는 사건은 국가가 스스로 밝힐 의무가 있다. 유엔보고서를 보면 '국가는 기억할 의무가 있다'는 말이 있다. 국가가 저지른 폭력을 기억하고 그것을 밝힐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근거를 가지고 자료제출을 요구하는데 협조하지 않는 것은 유감스럽다. 국가기관이 가지고 있다고 의심되는 자료는 안보와 관련있는 비밀자료가 아니다. 과거에 국민을 탄압하고 미행·감시한 불법자료다. 그런데도 협조하지 않은 것은 납득할 수 없다."

- 3기 위원회가 제대로 활동하기 위해선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의문사위가 강제조사권은 가질 수 없다고 본다. 일단 예산이 확보되어야 한다. 조사관들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20~30년 된 사건을 조사하는데 한명이 매달리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또 청문회 등의 절차를 통해 위증 처벌 조항이 있어야 하고 관계기관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해임·교체 등 징계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할 수 있는 조항도 확보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1·2기 위원회 한계를 미흡하나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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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11일 국군기무사령부에 대한 의문사진상위의 현지조사가 무산된 가운데 11일 오전 기무사 정문앞에서 김희수 상임위원이 '이것이 국민의 군대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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