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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선생 "미 압력 때문에 파병한다면, 대통령 집어치워!"(한겨레 2004.07.16)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9 10:08
조회
498

남북 이산가족 상봉, 군사 고위급 회담 등으로 남북관계가 무르익어가는 요즈음, 통일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정치인들도, 일반 시민들도 통일의 당위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지난 50여년간 통일운동을 고민해 왔고, 몸소 통일문제연구소를 이끌어 왔던 백기완 소장. 비가 내리는 날이면 군부독재 시절 받았던 고문 후유증으로 온몸이 쑤셔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는 그를 15일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연구소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책 읽기와 글쓰기로 보내고 있다며 특유의 미소을 짓는다.


그는 이날 역시 “영화잡지 창간호 축하글 의뢰를 받았다”며 깨알 같은 글씨로 원고지를 채워 나가고 있었다.


아무렇게나 흩날리는 곱슬머리와 개량한복을 차려입는 그의 외모와 목소리는 일흔이 넘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청년’ 같았다. 특히 통일에 대한 생각을 풀어놓을 때는 힘이 넘쳤다. 이날 화제 역시 통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됐다.


그는 “너도나도 통일을 성취하지 않으면 안될 명제라고 떠들어대지만 과연 통일의 의미와 과정,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며 “통일은 노동자, 농민, 도시의 소시민이 주도하는 통일이 되어야만 의미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 “박정희가 장모 앞에서 부른 ‘으악새 슬피우니~’가 젊은이들에게 인기라구?”


그는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박정희 동영상’에 관한 이야기로 운을 뗐다. 화난다고 했다. 그 동영상을 공개한 홈페이지가 다운될 정도로 인기를 끄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동영상은 국립영상간행물제작소의 국가기록영상관 인터넷 홈페이지(film.ktv.go.kr)에 게재돼 있던 것을 최근 네티즌들이 돌려보기 시작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으악새가 어떤 새인데…. 민중의 상징이자 사람, 삶의 상징인데. '으악새 슬피우니~'라는 노래는 군부독재시절 감옥에 있던 사람들이 부르던 노래거든. 박정희가 그런 노래를 불렀다고 해서 ‘사람’이 되나? 가슴이 찢어져. 그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독재정권에 항거한 민주인사를 때리거나 죽이지도 않았겠지.”


그는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박정희가 우상화되고, 신격화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랬잖아. 박정희 기념관에 200억원을 지원하면서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점을 볼 때 더이상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구. 하지만 그는 많은 사람을 죽였고, 고통 속에 빠뜨린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해.”


◇ “미국의 압력 때문에 이라크를 침략한다면, 대통령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


“이라크에 군대를 파병한다구? 이런 말은 잘못된 말이야. 언론용 용어에 불과해. 이라크를 침략한다가 맞지. 요새는 그러대. ‘미국의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파병해야 한다고’. 만약 그렇다면 노무현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야지. 주권국가인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의 압력 때문에 파병한다니…. 주권을 파는 행위이고, 주권을 팔아 넘긴 대통령이 스스로 자리를 내놓아야지.”


파병에 대한 그의 생각은 단호했다. ‘파병반대, 아니 침략전쟁 동참 불가’다. 이 때문에 그는 고 김선일씨 피살사건을 계기로 불거진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에 맞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누가 불러준 것도 아냐. 참여하고 싶어서 그 자리에 있었지. 요새는 신기남도 그런 얘기를 하더군. ‘무조건 반미를 외칠 것이 아니라 국익에 맞는 반미를 해야 한다고’. 그 사람이 생각하는 국익이 뭔지 묻고 싶어. 그가 말하는 국익은 몇 사람의 부패한 기득권 세력만을 위한 국익 아니냔 말야. 노동자, 농민들에게는 어떤 이익이 오겠나. 파병을 안한다고 해서 그들에게 오는 불이익은 또 뭐고. 나쁜 사람들이지. 정치판? 한마디로 사기꾼집단(정치인)이 벌이는 도박장이야.”


◇ 통일이란…‘노나메기(사전에선 노느메기)’ 세상 만드는 것


그는 ‘노나메기’라는 말을 즐겨 썼다. ‘같이 일하고 같이 잘살되, 올바로 잘사는 세상’을 뜻하는 이 말을 따 계간지 ‘노나메기’를 발행하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출판사 역시 ‘노나메기’다.


“1년 동안 야구장에서 응원하는 사람이 3백만영이 안된다고 하는데, 골프 인구가 1500만명이라고 하더라구. 절대빈곤층이 20%가 넘는 상황에서 통일되면 과연 누구를 위한 통일이겠어. 잘사는 사람, 가진자를 위한 통일이지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한 통일은 아니지.”


그는 노동자, 농민, 도시의 소시민이 주도하는 통일, 즉 ‘노나메기’ 세상을 이룰 수 있을 때에만 통일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바라는 것 또한 이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런 점에서 송두율 교수가 간첩으로 몰리는 것도 안타까워. 남쪽, 북쪽이 뭐가 중요해. 이쪽도 저쪽도 고향이고, 우리 땅인데. 국가보안법부터 없어져야지.”


그러면서 그는 1988년 독일에서 작곡가 고 윤이상씨를 만났을 때의 일화를 들려줬다. “윤이상 선생 집에 초대를 받아 갔더니 뜰 한켠에 진달래가 피어 있었어. 그때 난 ‘북쪽에 다녀오셨군요?’라고 물었지. 선생님께서 ‘북쪽은 아니고, 고향에 다녀왔어’라고 말씀하시는데 큰 충격을 받았지. 바로 그거야. 통일의 시작은 이렇게 시작되어야 하지 않겠어?”


◇ 인터뷰에서 못한 말


그가 살고 있는 통일문제연구소는 대학로의 한 골목 끝에 위치해 있었다. 허름한 2층 양옥집으로 담쟁이가 넝쿨을 이루고 있어서인지 운치가 있었다. 집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은 책장에 꽂혀진 책들과 신문, 원고지 뿐이었다.


-어떻게 지내세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살지. 우리같은 사람이야.


-건강은 어떠세요? 정신적, 육체적으로요.


=건강하지. 다만 육체적 건강은 좋지 않아. 고문 후유증 때문이지. 비오는 날이면 들쑤시고 잠을 못자. 그렇다고 미안하다고 하는 사람 하나 없고. 같이 술 먹자는 사람 하나 없어. 슈퍼에서 450원짜리 소주 한 병 사서 맹물을 안주삼아 마시지. 취기가 조금 오르면 노래도 부르고, 시도 읊고. 그렇게 지내.


그는 요즘 그의 인권이 심각하게 유린되고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시대의 양심을 자부하며, 평생을 독재에 항거하고, 민주화를 위해 싸워왔는데 그의 이런 노력을 아무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는 서운함 때문일 것이다.


=60여년간 통일을 말했지만 아무 소용 없어.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하기 보다는 덮어버리고. 나를 취재해 가더라도 결국 다 짤리더라구. 이산가족도 만나고, 남북교류도 하고, 통일의 당위성도 말하는데, 그 과정에서 내 역할은 모두 묻히고 있어.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나랑 친했던 정치인 역시 나한테 밥 한 번 먹자고도 안하고. 이번에도 인터뷰 해놓고 자르는 것 아냐?


-아닙니다.


=요즘은 ‘웰빙’이라고 하던가? 실은 ‘넉넉살이(행복하게 사는 것)’가 맞아. 어쨌든 육체적 건강만 많이 따지는 것 같아. 민족의 현실을 망가뜨린 민족반역자, 사람으로서 용납되지 않는 범죄꾼도 너도 나도 ‘건강’을 말하지. 잘못됐어. 범죄꾼이 건강을 말하는 것은, 결국 같은 범죄를 계속 저지르겠다는 뜻이잖아.


그는 지난 5월 ‘장산곶매 이야기’라는 책을 펴냈다. 그러나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했다. “직접 영업할 형편도 못되고, 좋은 책인데. 하나 사가. 주변에도 많이 알리고.”


“네. 그렇지 않아도 사가려고 했어요. 두권이네요?”


결국 난 백기완 선생님의 친필 서명이 있는 두꺼운 책 두 권을 받아 들고서야 인터뷰를 마칠 수 있었다. 인터뷰라기 보다는 1시간여 동안 재미있고 유익한 강의를 들었다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때로는 웃어가며, 때로는 꾸지람도 들어가면서 말이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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