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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토론] 불심검문 불응시 처벌(세계일보, 2004.08.24)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9 10:44
조회
420

[지상토론]불심검문 불응시 처벌



최근 경찰은 불심검문에 응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처벌을 골자로 하는 강력범죄 대책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범죄예방을 위해 필요하다는 경찰측 주장과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다. 양측의 입장을 들어본다.정리=이성대기자

[贊]강력범죄 예방 최소한의 조치

이종화 경찰대학 경찰학과 교수



경찰은 불심검문시 신원을 밝히지 못하는 자에 대한 처벌을 골자로 하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의견수렴 중이다. 결론적으로 개정안은 강력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이해된다.

현재 경찰은 불심검문 불응자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번 개정안을 통해 불응시 일정한 제재를 하려는 것이다. 원래 처벌조항이 없었기 때문에 일각에서 말하는 ‘처벌 강화’라는 비판은 말이 안 된다.



불심검문은 무엇보다 범죄예방 효과가 크다. 범죄학 이론을 보면 대부분 사후대책보다 사전예방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번 연쇄살인사건을 보자. 사건이 일어나 몇 명이 죽은 뒤 용의자를 잡아봐야 무슨 소용이 있나. 범인을 잡아 죄를 묻는 것보다 범인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범죄예방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은 바로 순찰이다. 따라서 순찰중 의심스러운 사람의 신분을 확인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일부에서는 불심검문이 범죄예방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며 경찰 수사력을 키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범죄예방 활동에 경찰 고유의 수사력이 기여하는 부분은 미미하다. 통상적으로 수사의 70% 이상은 시민의 제보에 의해 이뤄진다. 다시 말해 시민의 도움 없이 순수 경찰력만으로는 범죄해결은커녕 예방도 힘들다는 것이다. 이미 다양한 연구사례도 있다. 결국 범죄예방을 위해 경찰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을 잘 모르는 소리다.

오히려 범죄환경이 바뀌면서 불심검문의 실효성은 더 커졌다. 이미 한국은 국제적 테러위험에 노출된 상태라 국내 외국인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도 현재 국내 불법체류자가 15만명이고 밀입국자가 2만5000명 정도나 된다. 만약 이들 중 테러 용의자가 한국인 행세를 하면 어떻게 잡아낼 것인가. 이들을 확인, 단속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신원확인뿐이다. 하지만 지금같이 처벌조항이 없는 경우 경찰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이론적으로 오사마 빈 라덴이 한국에서 활보해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범죄환경이 바뀐 상황에서 불심검문을 더 강화해야 한다.

인권침해라는 목소리도 있는데 너무 확대된 주장이다. 불심검문은 단순한 신원확인 절차일 뿐이다. 물론 전·의경의 무분별한 불심검문은 당연히 개선돼야 한다. 하지만 제도 자체를 없애는 건 말이 안 된다. 운영을 제대로 하면 될 일이다. 강조하지만 불심검문은 무차별적으로 실시하는 게 아니라 경찰이 볼 때 상당한 의심이 가는 사람만 골라서 하는 것이다. 범죄예방을 위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 정도는 응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국도 범죄예방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미국의 애국법을 보라. 얼마나 많은 인권침해 요소가 있나. 공항의 엄격한 검문검색이나 개인 이메일을 영장 없이 열람해도 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 신분확인을 거부하는 사람은 4시간 동안 임의동행이 가능하다. 인권 선진국이란 나라들도 이 정도다. 선진국들도 적어도 신분확인 절차는 보장해 준다. 남북대치 상황에 테러 위협까지 가중되는 우리나라가 신분확인 절차를 더 강화는 못할지언정 불심검문 불응시 처벌도 못하면 어떻게 되겠나.

한편 공권력 위상강화를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다. 아무런 제재가 없으니 이제 대부분의 시민들이 불심검문을 무시해 버린다. 일부는 경찰을 비난하고 우습게 여겨 업무에 지장이 많다. 이렇게 되면 경찰이 치안유지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고 궁극적으로 민생치안이 불안해진다. 결국 시민들의 비협조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되돌아가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反]헌법이 보장한 신체자유 제약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경찰의 불심검문 등 강력범죄 근절 대책은 자신들의 수사력 한계 책임을 무고한 시민들에게 돌리는 태도일 뿐이다.

우선 불심검문은 수사와는 구분되는 행정활동이다. 행정활동의 경우 시민은 협조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다시 말해 불심검문에 불응한다고 처벌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다. 또 1988년 개정된 주민등록법에 따르면 주민증을 의무적으로 갖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개정안대로라면 신분증을 안 갖고 다니는 사람들은 신원을 밝히지 못해 걸릴 수 있다. 경찰 일부에는 과거 군사정권에서 멋대로 불심검문을 했던 향수가 남아 있어 아예 법적 제도를 확실히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이번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는 인권침해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특히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를 제약한다. 경찰관직무집행법 3조를 보면 “수상한 거동 기타 주위의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어떠한 죄를 범하였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대해 불심검문을 한다고 돼있다. 하지만 이는 너무 주관적이다.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경찰 마음대로 누구나 검문할 수 있다. 단지 경찰의 주관만으로 시민의 신체적 자유가 억압되는 것은 문제다. 따라서 불심검문 불응을 처벌하는 것은 위헌 가능성이 있다.

한편 개정안에서 신원을 밝히지 못한 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는 국가형벌권의 남용이다. 영장도 없이 시민을 임의동행하거나 구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개정안에서 불응자에 대해 벌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했는데 이 발상도 이해할 수 없다. 벌금형 자체가 형법에 나오는 처벌이다. 행정활동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형사처벌한다는 게 말이 되나.

설사 형사처벌에 포함되지 않는 과태료라고 해도 문제다. 불심검문 제도안에 내가 누군지 말하고 싶지 않은데도 강제로 밝히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국민 누구나가 자신의 의사에 반해 신원을 밝힐 필요가 없는 민주국가다.

경찰은 불심검문이 강력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따지면 불심검문이 만연했던 80년대는 범죄 없는 살기좋은 사회였나. 지금까지 불심검문을 하고도 범죄 용의자를 놓치는 경우도 많았다. 예를 들어 최근의 연쇄살인이나 경관 살해 같은 강력범죄가 발생한 데는 불심검문을 안 해서가 아니라 경찰력이나 수사력이 약해서 그런 것이다.

우리나라 경찰이 내근 비율이 가장 높다고 한다. 정말 범죄를 예방하고 싶으면 내근직을 외근으로 돌려 순찰을 강화하고 현장에서 뛰면 될 것이다. 핵심은 건드리지 않고 전·의경 시켜서 불심검문만 해봐야 얼마나 효과 있겠나.

또 군복무중인 전·의경은 경찰이 아니다. 이들이 얼마나 객관적으로 경찰관직무집행법을 숙지하고 있겠는가. 당연히 불심검문하는 인력의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저 넥타이를 매지 않은, 학생처럼 보이는 사람만 골라 실시한다. 이러면 결국 범인검거나 범죄예방 효과도 떨어진다. 아울러 예방효과는 정확한 데이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근본적인 경찰수사력을 강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불심검문에만 매달리니 답답하다. 편의주의적 조치만 생각하는 것 같다.

한편 이번 개정안은 경찰 혁신자문기구인 경찰혁신위원회에서 이미 반대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경찰은 혁신위 의견을 무시하고 개정안을 공론화시켰다. 따라서 경찰청이 범죄예방보다 자신들의 권한 강화에만 관심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민주사회의 경찰이라면 당연히 시민들과 호흡해야 한다. 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며 그 위에 군림하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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