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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국가경찰위원회, 이대로 두면 안 된다(경향신문, 2021.05.28)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1-07-12 15:58
조회
351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7월1일부터 자치경찰제가 시행된다. 교육자치에 비해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경찰관서와 경찰관은 모두 국가경찰 체제인데 자치 사무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만 자치경찰위원회가 갖고 있다. 부족한 수준이지만, 그럴수록 자치경찰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자치경찰위원회는 시·도의회 2명, 국가경찰위원회 1명, 교육감 1명, 위원추천위원회 2명 등 추천받은 6명과 시·도지사가 지명한 1명을 합해 7명으로 구성한다. 법률은 특정 성(性)이 10분의 6을 넘지 않고, 적어도 한 명은 인권전문가를 임명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실상은 크게 다르다. 부산·대전·충남·경남·강원은 위원 전원이 남성이다. 나머지 지역도 구색 맞추기 식으로 여성을 한두 명 끼워넣었을 뿐이다. 유일하게 경북만이 남성 4명, 여성 3명으로 법률의 취지를 살렸다. 인권전문가는 어디서도 찾기 어려웠다. 전직 경찰관과 경찰행정학과 교수 등 경찰에 우호적인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위원회가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결국 자치경찰위원회도 국가경찰위원회처럼 알리바이형 위원회로 전락하게 될까 걱정이다.


자치경찰위원회 위원 추천권을 지닌 국가경찰위원회는 지난 3월 경찰청이 준 후보 명단을 ‘원안 의결’로 통과시켜버렸다. 추천 사유는 물론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언론보도를 좇아 한 명씩 찾아 확인한 위원 대부분은 전직 경찰관과 경찰행정학과 교수였다. 대부분 남성이었다. 인천 지역 위원 추천이 특히 그랬다. 국가경찰위원회는 2009년 용산참사의 진압 책임자였고 나중에 인천경찰청장을 지낸 사람을 추천했다. 경찰청장이 사과했던 사안이다. 그런데 추천권을 가진 국가경찰위원회 위원장은 사과는커녕 사안에 대한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문제가 불거져 다른 사람을 추천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국가경찰위원회는 다시 전직 경찰관을 추천했다.


1987년 6월항쟁은 대통령직선제만 요구하지 않았다. 경찰개혁의 목소리도 높았다. 경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박종철·이한열 같은 죽음도 막을 수 있고, 주권자에게 함부로 몽둥이를 휘두르는 백골단의 폭력도 멈출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조직이 국가경찰위원회다.


1991년 출범한 국가경찰위원회는 경찰청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기구가 아니라, 경찰청의 요구만 따르는 알리바이형 기구였다. 30년 동안 모두 2345건을 의결했지만, 이 중 부결은 3건에 불과했다. 겨우 0.1%, 곧 순도 99.9%의 어용조직이었다. 지난해 12월 경찰법 전면 개정 때도 국가경찰위원회는 그대로 두었다. 여당 입장에서는 어용위원회가 편할 거다. 6월항쟁의 성과로 출범한 국가경찰위원회가 30년 내내 경찰청의 자문기구만도 못한 엉터리로 전락한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 여당 의원 다수가 6월항쟁에 참여했다고 자랑하지만, 세상에 이렇게 역설적인 항쟁의 성과는 없었다.


관료들만의 행정을 넘어 민주적 정당성과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위원회 활동이 절실하다. 그러나 국가경찰위원회처럼 위원들이 해당 기관의 요구에만 부응하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관료들이 불편해할 만한 이야기는 삼가고, 위원회 활동을 통해 관료들과 연줄을 만들고, 관료들의 하위파트너가 되려는 사람도 많다. 위원회를 통해 행정관청을 통제하는 모델은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위원회들이 민주주의를 실질화하는 게 아니라 그저 근사한 시늉을 위한 방편이어선 곤란하다. 국가경찰위원회 같은 법률기구도 30년 내내 엉망이었던 데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위원회 실질화 방안이 제대로 논의되어야 한다. 기관장 맘대로 결정하는 위원 선임권도 시민사회 추천 등으로 다변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어떤 사람을 누가 왜 추천했는지도 밝혀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후원회장을 자치경찰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같은 배짱을 막을 수 있을 거다.


위원회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책무성을 요구하고 염치를 알라고 호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염치없는 짓을 하지 못하게 안전한 구조를 만드는 게 더 시급하다. 회의 방청을 통해 공개적으로 위원회를 운영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 등을 위해 부득이하게 회의를 공개하지 못할 때는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고, 그 사안만 비공개로 진행하면 된다. 회의록을 포함한 회의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법률 근거가 있는 위원회는 위원장의 국회 출석과 답변도 의무화해야 한다. 뭐가 되었든 제대로 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위원회 제도 자체에 대한 고민부터 다시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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