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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의 식탁’ 읽고 57만원 모아 식품 기부한 청년들(국민일보, 2021.10.4)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1-10-05 15:36
조회
657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관악구 대학동 ‘참소중한… 센터’에 대학생 최문영(25·여)·이태건(24)씨가 찾아왔다. 두 사람의 양손에는 즉석밥 카레 짜장 등 식품 약 57만원어치가 들려 있었다. 참소중한 센터는 옛 고시촌인 대학동에서 독거 중장년층을 지원하는 천주교 사회복지시설이다.

이들의 식품 기부는 국민일보 이슈&탐사2팀이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1일까지 보도한 ‘빈자(貧者)의 식탁’ 시리즈에서 비롯됐다. 최씨는 지난달 14일 취재팀에 이메일을 보내 “기사에 실린 최상헌(가명·38)씨에게 음식을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시리즈 2회에서 대부분 식사를 라면으로 먹는다고 소개된 인물이다. 취재팀이 최상헌씨에게 기부 의사를 전했으나 정중한 거절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지금 (무료) 도시락을 (일주일에 두 차례) 받고 있으니 다른 부분은 스스로 노력하겠다. 정말 감사하다고 전해 달라”고 했다.

최문영씨는 그러자 시리즈 2회와 3회에 나온 장용기(가명·59)씨에게 식품을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일주일 식사 사진 14장 중 빵 또는 라면이 10번 등장했던 남성이다. 장씨가 뜻을 받아들이자 최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모금 활동을 시작했다. ‘추석 맞이 기부를 하려고 합니다. 기부 대상은 서울 관악구 고시원에 거주하는 저소득층 중장년층과 독거노인입니다.’




대학생 최문영씨가 지난달 17일 서울 대학동 독거 중장년층을 위한 모금 활동을 벌인 뒤 기부 내역 설명을 위해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이번 기부는 국민일보 '빈자의 식탁' 기사를 보고 시작하게 됐다'고 적혀 있다. 최문영씨 제공


모금 기간은 딱 하루였다. 17일 오전 11시까지 24시간 만에 57만100원이 모였다. 18명이 5000원, 1만원, 2만원, 5만원씩을 보탰다. 최씨는 그날 바로 이씨와 함께 마트에서 식품을 구매했다. 햇반 200개, 재래김 128봉, 즉석 카레(3종류) 35개, 즉석 짜장 8개, 검은콩두유 32팩, 라면(4종류) 108개와 과자(9종류) 18팩 등을 두 사람이 직접 센터로 옮겼다.

장용기씨에게는 발아현미밥, 호두곡물차, 간편식 죽 등을 별도 박스에 담아 전달했다. 최씨는 “당뇨 고혈압 고지혈 등을 앓고 있어 탄수화물과 나트륨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기사 내용을 보고 음식을 골랐다”고 말했다. 식품을 받은 장씨는 “젊은 학생들이 ‘택배로 보내면 추석 연휴 뒤에 올 것 같아서 직접 가지고 왔다’고 하더라”며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생 최문영·이태건씨가 서울 대학동 독거 중장년층에게 기부하기 위해 지난달 17일 마트에서 구입한 식품. 최문영씨 제공




대학생 최문영씨 계좌에 입금된 후원액. 최씨는 "24시간 만에 57만원이 모였다"고 밝혔다. 최문영씨 제공


최씨와 이씨는 평소 저소득층의 식사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빈곤청년 지원단체 ‘십시일밥’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1년에 한번 정도 일시 모금을 통한 기부를 해왔는데 언론 기사를 보고 기부를 결심한 건 처음이다. 이번에 전달한 식품 가운데는 식사류 외에 과자 9종류와 사탕 5종류 등 간식거리가 포함됐다. 최씨는 “사람이라면 매일 똑같은 걸 먹고 싶지는 않을 것 같았어요. 약간은 사치처럼 느껴질 수 있는 물품을 드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간식을 골랐습니다”고 말했다.

시리즈에서 비롯된 온정은 또 있었다. 지난달 13일 한 여성 독자가 편집국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기사를 읽고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오민정(가명·41·여)씨에게 과일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오씨는 시리즈 1·2회 기사에서 매일 같은 반찬을 먹는다고 소개된 인물이다. 변이형 협심증과 여러 합병증을 앓고 있는 오씨는 인터뷰에서 “5년 전 초복에 먹은 수박이 마지막 과일”이라고 말했었다. 독자는 직접 지원을 원했고, 얼마 뒤 오씨 집으로 사과와 배, 오렌지가 담긴 박스가 두 개 도착했다. 오씨는 “덕분에 과일을 실컷 먹었다. 더 어려운 분도 많은데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시리즈 2회에서 저소득층 식사 사진 85장의 영양소 분석을 실시한 윤지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대학동에서 학생들과 함께 전문성을 활용한 봉사 활동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제 연구실에서 과거 탈북 학생을 위한 밑반찬 조리 봉사를 한 적이 있다”며 “식사 메뉴를 짜더라도 전문성 있게 짜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학계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꼭 읽어봐야 할 기사’라는 호평이 이어졌다. 윤 교수는 “시리즈 3회가 나간 뒤 김상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과 문자를 주고받았는데 ‘우리가 만날 토론회하는 것보다 이런 기사가 중요하다’ ‘제각각 기사에 협조했지만 같은 목적을 이룬 것 같아 좋았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지난달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리즈 1회 인터랙티브 기사 링크를 공유하고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사는지 살폈다”며 “슬픈, 그러나 고마운 기사”라고 말했다. 2회 기사가 보도된 14일에도 “가난한 사람들은 뭘 먹고 사는지에 대한 탐사보도. 아프지만, 그럴수록 꼭 읽어봐야 할 기사”라고 했다.




서울 관악구 한 고시원에 사는 50대 남성의 식탁. 지난 8월 취재팀이 찾아갔을 때 그는 의자에 플라스틱판을 얹어 만든 식탁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최종학 선임기자


국회 언론중재법 협의체에 외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필성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문제는 식사 자체보다 ‘메뉴를 선택할 수 없는 사람들의 삶’”이라며 “생각할 거리를 주는 공들인 기사다. 일독을 권한다”고 했다. 홍순언 상지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겸임교수는 “대선을 둘러싼 정쟁의 한가운데서 꼭 읽어봐야 하는 기사”라고 평가했다.

포털사이트로 전송된 기사에는 시리즈 대부분 회차에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런 분들에게 세금을 더 써야 한다’ 등 기사에 공감하는 댓글이 많았지만 차가운 반응도 적지 않았다. 일부 댓글에서는 ‘세금으로 나보다 반찬 잘 먹겠다는 거냐’ ‘수급비 받으면서도 불만만 많아 반찬 타령한다’ 등 가난한 사람에 대한 혐오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빈부 격차 심화로 불안이 커지고 있는 한국사회의 단면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누구나 한 번 실수로 경제적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불안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오창익 사무국장은 “사는 게 너무 힘든 사람들이 많다 보니 자신보다 약하거나 만만한 계층을 혐오 대상으로 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빈곤해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품위를 지키며 살 수 있게 하는 정책 성공 사례가 공유된다면 혐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슈&탐사2팀 권기석 양민철 방극렬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6327158&code=61121111&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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