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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상황에 통합 교육의 인권 가치가 흔들린다(김형수)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1-09-15 14:43
조회
876

김형수/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사무총장


 얼마 전 장애 학생의 돌봄교실 참여를 거부하는 노동조합과 인천시교육청의 교섭요구안이 노조 소식지를 통해 공개되어 비판이 일었다. 일면 어느 노조의 일탈로 볼 수 있으나 이것은 어떤 차별과 혐오의 역사가 코로나 시대라는 배경에서 구체적인 사건으로 터져 나온 어느 특이점일 수도 있다.


 코로나 시대 이전부터 대학교를 제외한 유.초.중.고등학교는 한국 사회에서 국가가 국민에게 의무화한 체계적이고 공적인 사회화와 교류를 위한 사람들이 모이는 유일한 공동체이다. 한국은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전통적인 사회 공동체가 무자비한 신자유주의 경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고 혈연 중심의 공동체 문화도 엄청난 속도로 사라지게 되었다.


 초저출산과 초노령화, 이런 요인과 잔인한 개인 능력주의 경쟁은 결과적으로 늦은 출산과 노인 인구의 증가를 가져왔고 그것은 장애인 인구의 비율이 높이고 장애 상태를 심화시켰다.


 UN과 OECD의 가입으로 한국의 장애인 교육은 통합 교육에 대한 국제 기준을 따르고 UN의 장애인 권리협약에도 참여함으로써, 관련 예산과 제도가 비약적으로 개선되었으나 장애인의 통합 교육을 통해서 장애인의 사회 통합을 만들고자 하는 사회 정책과 사회 구성의 인식 변화의 효과를 보기도 전에 급격한 인구 변화의 추세 속에서 학교 공동체가 물리적으로 해체되고 코로나는 학교 공동체의 해체속도를 몇 배로 증가시킨 나쁜 촉매였다.



교섭요구안에는‘돌봄교실에 특수지도가 필요한 학생의 입반을 지양하고, 부득이 입반할 경우 정원을 1/2로 축소하고 상시 지원인력을 교육청 예산으로 채용한다’는 문구가 실렸다. 이에 대한 인천시교육청의 답변은 일부 수정된 내용으로 ‘수용’한다고 실려 있다. 초등돌봄전담사 소식지 캡처


 한국 정부가 장애인 교육을 통합 교육으로 방향을 정했으면 특수교육을 지원하는 학급 설치와 전문 교원의 확보와 같은 물리적 인프라의 확충과 함께 통합 교육을 완성하는 근본적인 교육 ‘차별의 철폐’와 ‘혐오 금지’를 위한 기존 교육 사회의 철학과 문화를 꾸준히 창달해야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동안 한국의 교육 사회 구성원, 관료들이 통합 교육의 제도와 철학이 완전히 실패했음을 보여주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학교의 방과 후 돌봄 수요가 크게 늘어나자 교사를 제외한 관련 노동자와 노조들이 공식적으로 장애인 학생의 배제를 단체 협약에서 요구하고 소식지를 통해 이런 혐오와 차별 인식을 구성원들이 공유한 사건은 주류 사회와 언론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교육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왜냐하면 한국은 이미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으로 형식적으로는 특히 장애인 교육 차별을 강력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반드시 지켜야할 교육 공무원들과 교육 공무직 노조과 단체 협약이라는 공적인 자리에서 공적인 문서에 장애인 학생을 어떻게 하면 교실에서 내쫓을 것인가? 전문가들이 어떻게 하면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인가를 논의했다는 것 자체가 큰 인권 유린 문제이다. 이것은 개인의 실수나 해프닝이 아니다.


 이미 이런 노동 협약을 요구하는 노조는 이미 과거에 장애인 학생을 지원하는 일은 ‘더럽고 위험하다’고 표현하는 일이 여러 번 반복되었고 공개적인 사과도 반복되었었다.


 오히려 장애인 학생을 배제하는 요구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어려워진 노동자의 지지를 얻는 정치적 수단이 되었고 장애인 학생의 권리는 교섭 도구의 인질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아무도 이러한 장애인 학생의 차별과 혐오를 막지 않고 교육 관료들이 방치하고 회의록에 기록함으로써 교육 당국과 정부가 장애인 학생의 배제를 동의한다는 메시지를 우리 전체에게 퍼뜨리고 있다. 장애인 학생이 학교와 교실에서 필요하고 함께 해야 할 소중한 학생이 아니라 귀찮고 위험하다는 인식을 사회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는 이런 장애인 혐오와 차별을 더 이상 억제하지 못하고 공적인 요구와 의견으로 표출되고 국가와 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제지하기는커녕 이를 조장하고 동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에 언급한 인구 변화와 장애의 중증화, 장애인 차별금지법으로도 근절 못 한 교육 사회의 심한 장애인 차별과 혐오를 이유로 교육 당국은 그동안의 통합 교육 방향을 버리고 많은 수의 특수 학교 설립을 발표하여 결국 한국도 분리교육으로 방향 전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왜냐하면 코로나로 시작된 비대면 교육과 장애인 학생만 일방적으로 대면 교육을 시작한 상황에서 물리적인 조건의 통합 교육조차도 장애인 학생은 완전히 배제되어 지역 사회 학교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가 없는 심각한 상태이다.


 IT를 활용한 비대면 교육은 그동안 무시되던 장애인 학생의 IT 접근권을 이슈화하고 일부 투자를 이끌어 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비대면 수업에서도 증증의 장애인 학생을 위한 인적 지원은 여전히 필요했고 인터넷 환경이 어려운 장애인 학생도 많았다. 이런 문제는 소수의 장애인 학생이 학교 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을 때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비대면으로 각자의 집에서 개별화 되었을 때는 문제가 심각하다.


 왜냐하면 공적인 영역에서 학교는 부족했지만, 장애인 학생에게 교육에서의 이용과 참여, 지원을 보장했지만 정작 장애인 학생이 사는 집 주위에 사적인 학원, 도서실, 체육관 등은 대부분은 장애인 차별금지법 적용도 받지 않아 기본적인 접근조차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의 한국 통합 교육이 진정한 장애인 사회 통합에 실패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특히 교사의 권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역사적으로 교사로 진입하는 장애인 거부와 차별이 심해서 의무적으로 10년 넘게 국립 교육 대학에서 장애인 교원을 선발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음에도 학생 선발 권력을 가진 담당자가 조직적으로 오랫동안 교사를 지원하는 장애인 학생의 성적을 의도적으로 조작하여 탈락시켜 온 사건이 내부 고발로 드러났다.


 사실 한국은 1994년 OECD 가입 당시 장애인 고등교육의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아서 1995년부터 장애인 학생의 대학 입학을 우대하는 제도를 시행했으나 대부분 사립 대학 위주였고 특히 국공립 교육 대학에서 장애인은 금기에 가까웠다.


 그래서 한국은 1995년부터 장애인을 의무교육으로 받아들이고 특수교육 대상자 제도를 만드는 등 형식적으로는 교육 사회가 학생으로서 장애인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였지만 교육 사회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로서는 전혀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 교육 사회에서 고위직이나 실무직, 교사조차도 장애인 수가 아주 극소수이며 대학 교수진출은 더욱더 어렵다. 특히나 의학이나 법학에서 전문가로 진출하기 위해 교육계가 교육 과정을 대학원 중심으로 더욱 고도화하면서 장애인 학생에 대한 진입 장벽을 더욱 높여 버렸다.


 요컨대 코로나 사태는 그동안 숨어 있던 통합 교육의 실패, 오랫동안 이어져 온 차별과 혐오가 개인 영역이 아니라 공적인 영역으로 드러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모든 학생 중 한 명으로서 당연한 권리, 지원과 참여를 누려워할 장애인을 ‘학생’으로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위험하고 귀찮은 존재로서 코로나 위기를 가중하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폭로했다. 코로나 위기는 장애인 학생의 교육권을 교육 관료들이, 구성원들이 자기 이익, 감정, 윤리에 따라 자의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만든 것에 있다. 이에 정책 결정 과정에서 장애인 교육권이 필수로 보호받고 지원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정책 결정에서 늘 장애인 학생 문제를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가 장애인 단체의 거센 항의를 받고서야 뒤늦게 이루어졌다.


 정부는 이렇게 반강제적으로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사회적 거리를 두게 함으로써 바이러스를 널리 퍼뜨릴 위험은 줄이는 대신 감염의 위험은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코로나는 한국이 장애인 교육 문제에 있어 얼마나 시혜적이며 단지 교육권을 정부의 윤리 악세사리처럼 다루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장애인 교육권 침해에 대한 징벌의 강화와 인권교육이 필요하고 코로나 관련 정책을 결정하고 진행하는데 통합 교육의 원칙을 최우선 원칙으로 하는 기준을 국가와 정부가 사회구성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서 통합 교육의 가치를 사회적 가치로 세우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