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익의 인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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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후보의 위험한 혐오 선동(경향신문, 2022.02.04)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2-02-07 16:07
조회
652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설연휴가 한창이던 지난 일요일. 윤석열 후보는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 해결”이라는 새로운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외국인 직장가입자 중 다수 피부양자 등록 상위 10인은 무려 7~10명을 등록했다”라고 지적하며 외국인 건강보험 급여 지급 상위 10명 중 8명은 중국이며, 이 중 6명이 피부양자라고 했다. 또한 “어떤 중국인은 피부양자 자격으로 약 33억원의 건보급여를 받았지만, 약 10%만 본인이 부담”했다며 “우리 국민이 느끼는 불공정과 허탈감을 해소할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했다. 국민이 애써 만든 건강보험 체계가 중국인들의 ‘숟가락 얹기’ 때문에 허물어지고 있으니 바로잡겠다는 거다.


윤 후보는 대놓고 중국인 등 국내 거주 외국인들을 비난했지만, 실제 내용은 왜곡하거나 극단적으로 과장했다. 먼저 외국인 보험가입자의 피부양자가 많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2019년 12월 기준으로 내국인 직장 가입자는 1812만명에 피부양자가 1910만명으로 1인당 피부양자 수는 1.05명이다. 외국인 직장 가입자는 51만명에 피부양자가 20만명으로 1인당 피부양자는 0.39명이다. 외국인 피부양자가 내국인보다 2.7배나 적다. 그런데 피부양자를 많이 등록한 10명만 꼽아서 일반적인 사실인 것처럼 왜곡했다.


중국인을 꼽은 것도 지나친 과장이다. 국내 거주 외국인 중에서 절반쯤은 예전에 ‘조선족’이라 부르던 중국 교포를 포함한 중국인들이다. 다른 어느나라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게다가 중국 교포들은 50대 이상이 많기에 병원 진료가 잦을 수밖에 없다. 50세 이상 전체 외국인에서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65%나 된다. 건강보험 지급 순위에서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혈우병이라는 희소병을 앓아 많은 급여를 지급했던 사례를 두드러지게 보여주면서 외국인이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사실은 온통 거꾸로다. 외국인 처지에선 건강보험 가입이 불리하기 짝이 없다. 내국인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내야 하고 자격도 까다롭게 따진다. 내국인을 상대로 한 건강보험은 늘 적자투성이지만, 외국인 대상 건강보험은 언제나 엄청난 흑자를 기록했다. 흑자 폭은 2019년 7월부터 외국인 건강보험 의무가입제도를 시행하면서 부쩍 늘어났다. 2018년엔 2251억원이던 흑자가 2020년엔 5715억원으로 늘었다. 2020년 한 해 동안 외국인들은 1조4915억원의 보험료를 냈지만, 이들에게 지급한 급여는 9200억원뿐이었다. 2015년부터 6년 동안에만 외국인 상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거둔 흑자가 2조원이 넘는다. 엄청나게 수지맞는 장사를 한 셈이다.


2020년 국민건강보험의 적자는 2531억원이었다. 외국인이 아니었다면, 적자는 9000억원대가 되었을 거다. 외국인의 곤궁한 처지를 악용해 떼돈을 벌었다고, 내국인에게 쓰는 급여비용을 외국인에게 떠넘긴 셈이다. 숟가락을 얹은 건, 외국인이 아니라 내국인이라고 비난해도 뭐라 변명할 말이 없다.


사실 윤 후보가 제기한 문제는 국회에서도 논란이 되었던 사안이라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나 기사 검색만으로 간단하게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의 적자를 외국인들이 메워주고 있는데도, 아주 극단적인 단 하나의 사례, 또는 10명의 사례만을 꼽아서 국내 거주 중국인들 때문에 우리 국민이 불공정한 상황에서 불이익을 당해 허탈하다고 선동을 했다.


중국 교포를 포함한 국내 거주 중국인 대다수는 내국인이 피하는 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일에 종사하면서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도 못하며 살고 있다. 게다가 외국인이란 이유만으로 건강보험료도 훨씬 많이 내야 하는데, 거꾸로 유력 대선 후보에 의해 이런 모략까지 당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의 이번 공약은 누군가를 미워하라고 손가락질하며 나머지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뻔한 행태다. 그 누군가는 매번 약자 또는 소수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다. 약한 사람들을 골라 갈라치기를 하면서 혐오를 선동하는 거다. 고전적인 파시스트 수법이다. 문제는 이런 메시지가 반복적이라는 거다. 여성가족부 해체, 멸공 놀이, 죽창가 운운하는 것도 비슷한 차원이다. 선거전략으로 일부러 그러는 거다. 2022년 대선에서 인종차별적 혐오를 선동하는 후보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세상은 이렇게 만만하지 않다.


아무리 대선 승리가 중요해도 거짓말을 반복하며 반인권적 인종차별을 부추겨선 안 된다. 정말이지 나라의 앞날이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