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3호] 매일 같은 밥을 먹는 사람들

권기석/ 국민일보 기자

 <매일 같은 밥을 먹는 사람들>(북콤마)은 국민일보 기자 4명이 쓴 탐사보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책입니다. 기자들은 2021년 9~10월 국민일보 이슈&탐사2팀 소속으로 일하면서 ‘빈자의 식탁 – 한국의 저소득층은 무엇을 먹고 사나’라는 제목의 시리즈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시리즈는 음식을 다룬 콘텐츠였지만 최근 유행하는 ‘먹방’(먹는 방송) ‘쿡방’(요리 방송) 등 여러 미디어에 나온 것과 정반대의 음식 콘텐츠였습니다.

기자들은 기사에서 다룬 빈자의 밥 이야기를 좀 더 깊고 진지하게 다루기 위해 책을 썼습니다. 기사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와 현장의 풍경을 책에 자세하고 풍성하게 담았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사는가

 이 책에서 기자들이 말하려는 것은 ‘식사의 선택권’입니다. 이 권리가 보편적인 인권과 어떻게 닿아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식사의 선택권이라는 주제를 명확히 정해놓고 취재를 시작한 것도 아닙니다. 처음에는 시리즈 부제대로 한국의 저소득층이 무엇을 먹고사는지 있는 그대로 독자에게 보여주자는 목표를 갖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저소득층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고 무료급식 현장을 방문하면서 기자들은 식사 빈곤의 문제가 기본적인 욕구 충족의 단계에서 선택권 차원의 문제로 넘어가고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에서 굶어 죽는 사람은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다양하게 먹지 못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문제는 단지 가난한 사람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스스로 가난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식사 선택의 문제에 부닥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책에는 식사의 선택 문제를 안고 사는 여러 사람의 스토리가 들어 있습니다. 질병 탓에 매 끼니 식사를 복지관 도시락에 의존해야 하는 여성, 식사 사진의 3분의 2가 라면인 남성, 여름에는 매일 설탕국수를 먹는다는 임대아파트 거주 남성 등의 이야기입니다. 식비를 줄이는 삶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혼자서 먹는 가난한 밥상

 책은 그들이 왜 식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지도 다뤘습니다. 나라에서 지원금을 더 준다면 식비에 더 돈을 쓰겠느냐는 질문에 기자들이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들은 밥보다 병원비에, 밥보다 주거비에 돈을 더 쓰겠다고 했습니다. 밥 먹는 데 가장 마지막으로 지갑을 여는 사람들. 잘 못 먹으니까 아프게 되고, 아프니까 일을 못 해 또 제대로 못 먹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있었습니다.

 빈자의 식탁 취재의 핵심은 저소득층 당사자들이 찍은 본인의 식사 사진이었습니다. 책을 쓰는 과정에서야 발견한 사실인데, 13명의 식사 사진 129장 가운데 수저가 두벌인 사진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모두 혼자 밥을 먹고 있었던 것입니다. 책에는 이런 ‘혼밥’ 현실과 이에 대한 기자들의 시각도 들어 있습니다. 식사 선택권의 문제를 개선하려면 어떤 인식의 변화와 노력이 필요한지도 책에 담았습니다. 이 책이 식사 선택권 문제에 관한 우리 사회의 공감을 넓히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