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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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 이전의 논리(신종환)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6-07-01 09:43
조회
215

신종환/ 공무원


 

동생이 집을 나갔다. 별로 글로 쓰고 싶지 않았는데, 온 정신이 이 일뿐이라서 이것 말고는 쓸 것이 없었다. 동생은 대학생 때 집을 나갔다가 1년 뒤 발견된 뒤, 조현병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가족과 생활해 왔다. 처음에 비하면 많은 것이 나아졌기에 우리는 이런 상황이 올 거라고 전혀 예상치 못했고, 이미 등록장애인이거나 특별한 조건이 부여된 가족이 아닌 이상 성인이 사라진 사건은 실종신고를 해도 찾지 못할 수도, 그냥 떠날 수도 있다는 걸 알기에, 미치고 싶어도 아직은 미칠 수 없다는 심정으로 온갖 정황증거와 숨기고 싶던 이력을 모아 경찰에 제출했다.

우리와 대화를 나눈 경찰관은 친절했으나 대화의 마무리는 예상대로 동생을 못 찾을 수도 있고, 찾더라도 본인이 돌아오기를 원치 않는다면 데려올 수도 없으며 위치도 알려줄 수 없다는 미사여구를 곁들인 통보였다.

어쨌든 일상은 돌아가야 하기에 꾸역꾸역 사는데 자꾸 예전에 동참하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웠던 일들이 생각났다. 가령 평범한 사람들이었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다 같이 뭉쳐 목숨을 걸고 사회적 언어를 만들고 활동을 이어나가는 일. 그들과 같을 수는 없지만, 동생이 사라지고 온갖 제도나 방법을 뒤져보고 나서 우리 가족의 상황이 사회 보장망의 완전한 밖에 놓였다는 사실 자체에서 일어나는 감정이 동생에 대한 여러 생각과 뒤섞이면서 그들의 일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에겐 살아있는 매 순간이 부당한 상실에서 오는 고통뿐이고, 고통의 원인인 부당한 세상을 뜯어고치려는 순간만이 잠시나마 상실한 사람을 위하며 그들과 연결되는 살아있는 순간이었을 것만 같다.


필자 제공 이미지


 

동생이 없는 나날을 보내며 세상 소식을 들으면 아무 감정이 들지 않아 낯설다. 오뉴월에 은박담요를 덮고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는 사람들과 코스피의 격랑에서 비켜나서 일희일비하는 사람들, 대기업에 들어가고 이번에 서울에 9억 원에 육박하는 집을 마련하고 나서는 오세훈을 뽑지 않을 수 없었다는 친구까지. 가능성에 대한 의존을 내려놓으면 어떤 감각은 선명해지는데, 그런 감각은 결국 주동적이든 피동적이든 발생하는 고립에서 나온다. 그러니 우둔한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겠지. 그리고 그런 생각을 스스로 잘 보존해야 김지하가 말한 ‘죽음의 굿판’의 충동이 아니라 최인훈 선생이 『바다의 편지』에서 말한 ‘글 위에서 죽겠다’라는 당위를 이해하는 실마리란 느낌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