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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로 선정된 김태민, 이서하, 전예원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칼럼니스트를 위해 안동환(서울신문), 안영춘(한겨레), 우성규(국민일보), 기자가 멘토 역할을 맡아 전문적인 도움을 줍니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하여(이서하)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2-08-03 14:10
조회
334

이서하/ 회원칼럼니스트


 해가 지날수록 여름이 점차 더워지고 있다. 매년 여름을 앞두고 등장하는 “올해 여름은 평년보다 덥다”는 기사도 그렇지만 우리가 직접 느끼기에도 다를 바가 없는 듯싶다. 선풍기로는 모자라 에어컨을 트는 일도 일부에게는 일상이 되었고, 여름철 냉방수요가 높은 탓에 전력 위기로 정전마저 종종 발생한다.


 전력은 화석연료를 태워 생산한다. 이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2)는 기온 상승을 야기한다. 이산화탄소는 여러 온실가스 중에서도 가장 배출량이 많은 종류로 현재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인 기후위기의 주범 중 하나다.


 기후위기는 갑작스럽게 생겨난 개념도,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진 개념도 아니다. 인간이 개발을 시작하고 환경을 파괴한 이래 우리의 삶에 늘 함께했던 개념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이미 1992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 환경개발회의는 이를 의식하여 유엔기후변화협약을 채택한 바 있다.


 빙하가 녹고 있다거나 오존층이 파괴되고 있다는 환경 보호 문구도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 오늘날의 지구는 빙하와 오존층을 딛고 내려와 더욱 가까운 곳에서 우리에게 경고장을 보낸다.


 올해 여름만 해도 영국을 위시한 유럽 대륙은 이상고온에 시달리고 있다. 각국 농경지에는 가뭄이 들었지만, 파키스탄 북부처럼 빙하가 있는 지역은 폭염으로 빙하가 녹아 홍수위기에 처했다. 대한민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기록적인 폭염과 길어지는 장마, 빈번해지는 산불이 그 증거다. 이상기후에 따른 재난과 피해는 기후위기가 현재진행형의 문제임을 증명한다.


출처 -  https://showyourstripes.info/s/globe
1850년부터 현재까지의 평균기온 대비 기온을 색으로 표현한 이미지.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기후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 ‘지속 불가능한 생산 및 소비’에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환경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긴급조치’가 필요하다는 사실 역시 언급했다. 요컨대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은 국가 전체, 나아가 세계 전체의 협력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올해 지방선거 때 기후정의서울지선공동행동, 기후위기대전시민행동 등의 각지 환경단체가 나서 후보들에게 기후정책을 제안하고 시행 여부를 질문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대한민국은 202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탄소중립위원회를 설치해 2050년까지 실질 탄소 배출량을 없애겠다는 의지를 선보였다. 이로써 세계에서 14번째로 탄소중립을 법제화한 나라가 된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분명 경제 및 사회 전체의 구조 전환을 요하는 어려운 과제지만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세상을 위하여 피할 수 없는 길이기도 하다.


 기후위기 대처 방안은 명확한 듯하면서도 복잡하다. 사회구조와 맞물려 돌아갈 수 있을 만큼 합리적인 방안임과 동시에 별도의 대체재를 찾지 못한 취약 계층과도 함께할 수 있는 포용성을 띠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에어컨을 틀지 못해 온열질환으로 사고를 당하는 이들, 출퇴근 대중교통 비용을 위하여 식비를 줄이는 이들을 생각하자면 개개인의 노력으로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말도 그리 완벽한 대책은 아닌 셈이다.


 한국은 제조업, 전자제품, 철강, 자동차 등의 산업을 경제 주력 업종으로 두고 있다. 이들은 에너지 특히 연료 연소가 많은 작업으로 국내 온실가스 순 배출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결국 한국의 탄소중립은 탄소배출 감축효과가 개인에 비해 10배 이상 큰 산업 부문에서의 에너지 전환 및 그에 기반한 산업구조의 전환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애플 사는 2020년 7월에 2030년까지 완전히 탄소 중립을 유지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 모건 체이스 역시 2021년 4월 기후 변화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에 기여하는 솔루션을 지원하기 위해 향후 10년 동안 2조 500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외에도 각국의 여러 기업들이 기후 변화에 맞설 대책을 내어놓고 있다.


 국내 기업들 역시도 이러한 변화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외국 기업들의 탄소 배출 규제를 따라가기 급급할 뿐 진정한 변화를 망설이는 이유는 지금껏 고수해 오던 방식을 바꾸는 데 많은 비용과 리스크가 발생하기 때문, 즉 이윤 때문이다.


 이윤의 중요성을 모르는 바 아니나 기업에게는 사회적 책임 역시 존재한다. 주주와 이해관계자 외에도 사회 전체의 이익 향상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을 살고자 내일을 버릴 수 없듯 우리는 탄소중립을 단순히 비용에 국한하여 보기보다는 기후위기에 맞설 기회로 보는 것이 옳다.


 이러한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서는 시민 개개인의 각성 역시 필요하다. 기후위기가 현실의 문제임을 인지하고, 주요 공기업과 재벌 기업들의 변화 및 정부 정책 등을 주시하며 꾸준히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역할일 것이다.


 미래의 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은 오늘 우리의 결정과 실천에 달려 있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하여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지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것. 바로 그것이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바꾼다고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