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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정말 범죄피해자의 수호천사였는가(서보학)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6-08-24 11:10
조회
390
서보학/ 인권연대 운영위원
지난 7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개정으로 검사의 직접수사권에 이어 보완수사권도 사실상 폐지되면서,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72년 만에 수사와 기소가 제도적으로 완전히 분리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유독 반복되는 비판이 있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없애면 범죄피해자를 보호할 마지막 장치가 사라진다는 주장이다. 검찰과 일부 언론은 검사의 수사 권한이 축소되면 피해자들이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될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개정 법률의 실제 내용과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 검찰이 그동안 범죄피해자와 사회적 약자를 일관되게 보호해 왔는지부터 되물을 필요가 있다.
피해자 보호 장치는 오히려 강화되었다
이번 개정안은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대신, 피해자와 고소·고발인의 절차적 권리를 강화했다.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할 경우 피해자 등에게 불송치 사유와 함께 이의신청 서식을 반드시 보내야 한다. 수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6개월 이상 지연되거나 고소인 등의 권리가 침해되면 수사기관의 장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수사기관의 장은 14일 이내에 담당자 교체 여부, 향후 수사계획, 권리보호 대책 등을 통지해야 한다. 수사 진행 상황을 확인할 통로도 마련된다. 고소인 등은 수사관계 기록의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고, 검찰에 송치된 뒤에는 피해자가 검사에게 직접 면담을 신청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여성 대상 성폭력범죄, 장애인·아동 학대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7대 범죄에 대해서는 관련 특별법 개정을 통해 전건송치 의무도 도입될 예정이다. 검사의 보완수사요구 절차 역시 더욱 엄격해진다. 검사는 보완수사를 요구할 때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적어 서면으로 요구해야 한다. 사건번호를 유지하면서 보완수사의 이행 여부를 관리해야 하고, 경찰은 원칙적으로 한 달 이내에 보완수사를 마쳐야 한다. 필요한 경우 검사는 상급 수사관서나 다른 수사기관을 지정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도 있다.
결국 이번 개정으로 사라지는 것은 검사가 사건에 직접 개입해 증거를 추가하고 사건의 범위를 재구성할 수 있는 수사 권한이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절차적 장치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피해자와 고소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장치는 이전보다 구체화했고, 강화되었다. 물론 이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보지 않도록 인격과 명예를 보호받아야 하고, 자신의 주장을 충실히 진술하고 관철할 수 있어야 한다. 검찰 송치 이후에도 공소권을 가진 검사 앞에서 의견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재판절차에서도 피해자는 단순한 심문의 객체가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질문하고, 유리한 증거를 제출할 수 있는 절차적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번 개정안은 완성된 제도가 아니다. 그러나 피해자의 지위를 강화하면서도 피의자와 피고인의 방어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도록 수사와 기소의 권한을 분리한다는 방향 자체는 타당하다. 이는 피해자 보호와 피의자 인권 보장을 함께 추구해 온 각국 형사절차 개혁의 흐름과도 부합한다.
검찰이 수호천사를 자처할 자격이 있는가
검찰은 오랫동안 자신을 부패와 거악으로부터 사회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묘사해 왔다. 검찰이 정치·경제 권력의 부패를 막지 못하면 사회 전체가 부패에 잠식될 것이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지난 윤석열 정부 시기 검찰의 행적은 이와 거리가 있었다. 검찰은 야당 대표를 겨냥한 표적수사와 별건수사, 무리한 기소를 반복하였다. 반면 살아 있는 권력인 윤석열·김건희 일가와 주변 인사들의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소극적이거나 편파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디올 백 수수 의혹,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대통령의 수사외압 의혹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이들 사건에서 무혐의 또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이후 특검 수사를 통해 기존 수사의 부실과 문제점이 드러났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검찰의 무혐의 처분 이후 특검 재수사를 거쳐 기소되었고, 항소심에서 유죄가 선고되었다.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에 대해서는 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포함한 12명을 재판에 넘겼다. 디올 백 수수 의혹 역시 특검 수사와 기소로 이어져 김건희에 대한 1심 유죄 판결이 선고되었다. 거악을 척결하겠다던 검찰이 정작 최고 권력자와 그 주변의 중대한 의혹에는 소극적이거나 편파적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제 검찰은 간판을 바꾸어 사회적 약자와 범죄피해자의 수호천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 새로운 간판 역시 검찰의 실제 행적 앞에서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검찰이 실제로 강자보다 약자의 편에 섰는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검찰은 늘 강자, 권력자, 가진 자의 편에 서 왔다. 1조 6천억 원대의 피해를 낳은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에서는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들이 가해자들을 변호하고 고액의 수임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수사 검사들이 사건 관계자들로부터 향응을 받았다는 구체적 정황이 드러났지만, 검찰은 직무관련성을 부정하거나 접대액을 축소해 '봐주기 처분'을 하였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 접대·성폭력 의혹 사건에서는 경찰이 증거를 수집해 특수강간 혐의로 송치했음에도 검찰이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동영상 속 인물을 특정하기 어렵다거나 피해자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오히려 피해를 주장한 여성들이 무고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검찰의 부실수사와 피해자 진술에 대한 편견이 강하게 비판받았고, 법원도 당시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가해자를 감싸고 피해자를 사지로 몰아넣은 대표적 사례다.
검찰 내부의 성범죄 사건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처남인 진동균 전 검사가 후배 여검사들을 성추행한 사건에서 검찰은 제대로 된 수사와 징계 대신 사표를 수리해 사건을 덮으려 했다. 사건은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 이후에야 다시 조명되었고,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 재판에 넘겨졌다. 결국 대법원에서 징역 10개월의 실형이 확정되었다.
최근 청주에서 발생한 최영중 전 청주시의원의 미성년자 성 착취 의혹 사건에서도 검찰의 대응은 논란이 되었다. 경찰이 추가 피해자와 추가 범죄를 확인하기 위해 신청한 통신사실확인 영장을 검찰이 별건수사라는 이유로 반려했고, 구속영장 신청이 검찰과의 협의 과정에서 철회되는 일도 있었다. 정치적 배후와 검찰 출신 인사들의 영향력이 경찰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법무부 장관이 감찰 가능성을 언급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물론 이 마지막 사건에서 제기된 의혹의 사실관계는 별도의 감찰과 수사를 통해 엄정하게 확인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사례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사회적 약자와 범죄피해자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주장이 얼마나 공허한지 드러난다.

MBC 스트레이트 영상 갈무리
보완수사권은 진실을 밝히기도, 가리기도 한다
경찰 수사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할 필요가 있는 경우는 분명히 존재한다. 최근 광주 장윤기 사건을 비롯한 일부 사건은 보완수사의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각인시켰다. 하지만 보완수사를 검사가 직접 수행해야 할 필연적인 이유는 없다. 검찰은 경찰에 구체적인 보완수사를 요구함으로써 필요한 수사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보완수사요구가 형식에 그치지 않도록 요구 이유의 서면 기재, 이행 기간, 사건 관리 절차 등을 마련하고 있다.
오히려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하면 사건의 실체를 왜곡하거나 수사 범위를 부당하게 확대할 위험이 존재한다.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사실상 모두 장악할 경우, 검찰의 판단을 사후적·객관적으로 통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김학의 사건은 검찰의 편파적인 보완수사가 어떻게 가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를 고립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반대로 검사의 보완수사가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면서 사건을 과도하게 확대할 가능성도있다. 이재명 전 성남시장에 대한 성남FC 제삼자 뇌물 사건이 그 예로 거론된다. 경찰이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했던 사건이, 고발인 이의신청과 검찰의 거듭된 보완수사 요구·검찰의 직접 보완수사를 거치며 점차 확대되어 결국 기소로 이어졌다. 이 사건의 최종적인 법적 평가는 법원의 몫이지만, 이 사례는 보완수사권이 실체를 밝히는 데 쓰일 수도, 반대로 수사·기소의 범위를 부당하게 확대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과 수원 노숙소녀 살인사건에서도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자백과 진술이 왜곡되거나 조작되어 억울한 범인이 만들어졌다. 검찰의 확증편향과 강압적 수사 방식이 결합해 오히려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만들어낸 사례들이다. 일단 기소되면 피고인은 몇 년씩 법정을 오가며 시간과 비용을 소진하고, 그 과정에서 사회적 평판과 경제적 기반이 무너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편,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흔히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중상해 사건이 강간살인미수 사건으로 밝혀진 사례로 소개된다. 그러나 이를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가 피해자를 구한 대표 사례라고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경찰은 처음 사건을 중상해 혐의로 송치했고, 검찰은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피해자 측은 가해자에게 성적 목적이 있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항소심 과정에서는 재판부의 지휘에 따라 추가 증거조사가 이루어졌고, 피해자의 의류에 대한 DNA 재감정 등을 통해 성범죄 정황이 확인되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공소장을 변경했고, 항소심은 강간살인미수죄를 인정해 형을 높였다. 따라서 이 사건은 피해자 측의 끈질긴 문제 제기, 항소심 재판부의 증거조사와 추가 증거 확보, 검찰의 공소장 변경이 결합해 실체가 밝혀진 사건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를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권이 피해자를 구한 사례라고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 보호와 수사·기소 분리는 함께 갈 수 있다
형사소송법의 본래 목적은 억울한 시민이 국가 형벌권에 의해 부당하게 처벌받지 않도록 피의자와 피고인의 인권과 방어권을 보장하는 데 있다. 최근 각국이 이 틀 안에서 피해자의 절차적 지위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피해자 보호가 피의자의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거나, 한 기관에 수사와 기소 권한을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 보호와 수사·기소 분리는 서로 충돌하는 가치가 아니다. 검사는 사실확인권과 보완수사요구권, 기소권을 가지고도 충분히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 따라서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이유로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이 범죄피해자의 권리를 외면했다고 비판하는 것은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피해자 보호를 포기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수사와 기소를 한 기관이 독점하지 못하도록 권한을 재배치하는 데 있다.
10월 2일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 검찰과 경찰은 새로운 협력관계 속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 제도가 바뀐다고 저절로 좋은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찰의 부실수사와 검찰의 부당한 개입을 모두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상호견제와 협력도 제도화되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검찰이 폐지된 권한을 되찾기 위해 피해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는 일이 아니다. 새로운 체제에서 피해자의 목소리가 실제 수사와 재판에 반영되도록 절차와 실무를 정비하는 일이다.
검찰은 과연 범죄피해자의 수호천사였는가. 그동안의 행적은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게 한다. 이제 피해자 보호는 특정 기관의 선의나 자기찬양에 맡길 일이 아니다. 투명한 절차와 상호견제, 피해자와 피의자의 권리를 함께 보장하는 제도 위에서 비로소 실질적으로 달성되어야 한다.
서보학 의원은 현재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