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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정치의 민낯(정범구)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6-02-23 13:42
조회
422

정범구/ 장발장은행장


 

최근 독일 언론은 독일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 내부의 정실 인사 난맥상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독일대안당이 강세를 보이는 동부 지역 작센-안할트주의 한 주 의원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직원 여러 명을 주 의회 보좌관 등으로 등록하여 임금을 편취하는가 하면 다른 몇몇 의원은 자신의 부인이나 심지어 부모를 연방의회나 주 의회, 또는 주 정당 지부 직원으로 채용하게 하는 등의 비리가 드러났다. 이런 정실 인사는 독일대안당 지도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독일대안당의 공동 대표를 맡은 연방의원(국회의원) 티노 크루팔라(Tino Chrupalla)는 작센주 의원인 로버트 쿠너트의 부인을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 직원으로 채용하고 있고, 서남부의 부유한 주인 바덴-뷔템베르크주 총리 후보로 나선 마르쿠스 후론마이어는 자신의 부인을 동료 국회의원인 요한 마르텔의 보좌관으로 채용케 했다.

이 문제가 특별히 독일 정가에 불거진 이유는 올해 독일 내 4개 주에서 주 의회 선거가 예정돼 있는데, 주 정부 단위에서는 처음으로 독일대안당의 단독 집권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많은 정실인사 비리가 밝혀진 작센-안할트주는 올해 9월 의회 선거를 앞두고 현재 여론조사에서 독일대안당이 39~40% 지지율을 보여, 제1당이 될 가능성이 큰 곳이다. 만일 독일대안당이 이 지역에서 의회 내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한다면 독일연방공화국 역사상 최초의 극우 주 총리와 정부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연방 총선(2025.3)에서 20.8% 득표율로 제2당의 지위에까지 오른 독일대안당은 다른 모든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서는 거부되어, 현재 독일 정부는 제1당인 기민당(CDU)과 제3당인 사민당(SPD) 간 연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 단위에서도 독일대안당은 연정 기피 대상이어서 어느 주 정부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만일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한다면 독자적으로 정부 구성을 할 수 있게 된다.

바덴-뷔템베르크주 독일대안당 주 총리 후보인 후론마이어도 당장 3월 6일로 다가온 선거를 지휘하여야 하는데, 자기 아내를 동료의원 보좌관으로 보냈다는 정실인사 논란에 휩싸여 이것이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덴-뷔템베르크주는 독일에서 유일하게 녹색당 출신 주 총리가 집권하던 곳인데 여기에서 독일대안당은 15~20% 지지율로 기존 정치권을 위협하고 있다.

현행 독일 의원법(Abgeordentengesetz)에 따르면 자신의 친족을 자기 사무실에 고용하지 않는 한, 지인의 친인척을 채용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독일대안당이 보여준 정실인사는 그러나 투명하고 공정한 고용 절차를 무너뜨리고 권력을 사유화하여 끼리끼리 나눠 먹는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런데 여론 동향도 재미있다. 독일대안당이 내놓는 각종 공격적 구호에는 점차 둔감해졌지만, 이런 인사 비리에는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인사 비리들이 다가오는 선거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이 사건으로 극우가 ‘깨끗하지는 않다’, ‘끼리끼리 해 먹는다’라는 인식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흔히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라고 말한다. 그와 관련해 우리도 많은 경험이 있다. 과거 독재 정권 시절 독재자들이 꿰찼던 ‘딴 주머니’에는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 있었던가? 그런데 부패한 보수의 또 다른 특성은 ‘뻔뻔하다’라는 것이다. 정실 인사를 비판하는 여론을 향해 독일대안당은 “불법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항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독일에서 2002년에 있었던 ‘마일리지 항공권 사용 논란’이 떠오른다. 당시 한 일간지가 독일 국회의원들이 공무 출장에서 취득한 마일리지를 사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두 9명의 국회의원 이름이 거명되었고, 그중 두 명이 의원직을 사퇴했다. 당시 좌파당 대표이며 베를린시 정부 장관을 지내고 있던 기지(Gregor Gysi)와 녹색당 소속 의원 한 명이었다. 당시 현행법으로는 마일리지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게 불법은 아니었으나 도덕적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그러나 해당 9명 의원 중 7명은 끝내 의원직을 유지했다. 뻔뻔하게 버텼던 것이다. 상대적으로 도덕적 강박감이 강했던 좌파 정치인들만이 옷을 벗었다. 우리 현실과 비교할 때 묘한 기시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사진 출처


 

극우는 독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다.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언어로 기존 정치권과 제도를 공격하면서 자신들이 책임지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트럼프도 그 언저리를 아슬아슬하게 맴돈다.

우리나라에서는 극우가 기존 ‘보수’ 정당을 숙주로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다. 제1야당이 헌정 파괴범 윤석열과 절연하지 못하고 그 대표부터가 ‘윤 어게인’에 동조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다. 가짜 뉴스 수준이었던 ‘부정선거론’을 거의 신앙고백처럼 내뱉고 있는 극우 인사들과 아직도 절연하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 힘’을 보면 우리 사회 보수의 실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최근 부동산 양도세 중과 유예기간 폐지를 두고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논란을 통해 새삼 우리 ‘보수’의 실력을 보는 것 같다. “무주택자, 청년, 신혼 세대들의 원활한 집 장만을 위해서라도 다주택자들이 주택시장에 집을 내놓도록 해야 한다”라는 정부 입장에, “다주택자를 모두 범죄자로 본다”라는 국민의 힘 주장은 뭔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 같다. ‘주택은 투기용이 아니라 주거용이어야 한다’는 원론적 견해는 접어 두더라도 다주택자가 이로 인해 얻는 막대한 소득에, 그에 맞는 세금을 징수한다는 게 시장 원리에도 맞는 것 아닌가? 아니면 부동산값 폭등에 대해 야당으로서의 대안을 내놓던지.

“살지도 않으면서 여러 채 가지고 있는 집 좀 내놓아라.”라는 요구에 뜬금없이 “불효자는 웁니다”라고 대꾸하며, 6채의 집 중에 굳이 시골 노모가 산다는 허름한 집을 보여주는 국힘당 대표는 우리 사회 ‘보수’의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관심 없고 그 손가락만을 물어뜯으려 하는 모습에서 ‘보수’가 과연 한국 사회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독일의 극우 정치인들 이야기를 하려다가 어떻게 이야기가 여기까지 흘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