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통신
> 인권연대세상읽기 > 발자국통신
‘발자국통신’은 인권연대 운영위원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발자국통신’에는 강국진(서울신문 기자), 권혁용(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태중(병원장), 서보학(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항녕(전주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명예교수), 이재승(건국대학교 법전문대학원 교수), 장경욱(변호사), 정범구(장발장은행장) 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 글을 씁니다.
‘아파트’가 ‘아파트’가 아니라니! -2024년 12월, 젊음의 행진-(오항녕)
오항녕 / 인권연대 운영위원
1.
아침 세수를 하면서 ‘언흐흐흐흐 언흐흐흐흐, 기다리던 으흐 아파트’ 흥얼거리는 나를 알아챘다. 그러다 또 알게 된 건 ‘아파트, 아파트, 어흐흐흐 …’도 섞어가면서 불렀다는 거다. 이게 뭐지? 뒤범벅인데! 어디서 왔지?
1.
2024년 12월은 다음의 실제 겸 표상으로 구현된다. 응원봉, ‘다시만난세계’, ‘아파트’, 깃발, 남태령-우금치, 열어라-차빼라!, 난방 버스, 핫팩, 떡볶이-김밥, 선결제 … 거기에 ‘님을위한행진곡’, ‘상록수’ ….




[사진1: 젊은이들의 응원봉, 깃발…, 그리고 누군가 보낸 보온 버스. 이런 힘을 역사에서 본 적이 있는가!]
1.
난 소녀시대는 알았지만 ‘다시만난세계’는 첨 알았다. 여타 아이돌이나 심지어 BTS에 대해서도 아는 게 거의 없다. BTS 멤버는 물론 노래도 제대로 아는 게 없다. 학교 동료가 ‘정국’이를 좋아한다며 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여줄 때 난 ‘기생 오래비’ 운운하며 코웃음을 쳤다. 물론 그때 곁에 있던 학생의 싸늘한 눈길을 모를 정도로 둔감하지는 않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아무튼 다이너마이튼지 뭔지 하는 노래는 ‘다이너마이트’라는 말밖에 아는 가사가 없다.
특별히 알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젊은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치냐고? 공감과 학습이 가능하겠냐는 우려다. 그럴 듯한 걱정이지만 실은 바보 같은 질문이다. 세상에 얼마나 배우고 가르칠 게 많으며, 다르면서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이 얼마나 많은데!
1.
세월이 흐르면 사람도 세상도 변한다. 예순 넘은 내가 20대 학생들과 취미 또는 생각이 같거나 비슷하다면, 그리고 1979년과 2024년의 비상계엄이 같다면, 그건 나나 한국 사회가 내내 변치 않고 같다는 말이 된다. 허나 우주에 그런 일은 없다. 모든 게 변한다. 즉 달라진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말한다. “내 생각과 여러분 생각이 대부분 다른 것은 당연하다. 만일 같다면 그건 특수한 사건에 국한되거나, 나 또는 여러분이 뭔가에 갇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사진2: 남태령을 넘은 새로운 역사. 달리 표현하기 어려운 새로운 힘, 역사를 만들어가는 힘!]
1.
이 칼럼을 쓰던 중, ‘남태령 대첩(大捷)’이 일어났다. 대첩이란, 한산대첩, 행주대첩의 예에서 보듯 ‘싸워서 크게 이겼다’는 말이다. 농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과 구속을 요구하면서 트랙터를 몰고 서울로 올라왔는데, 전국농민회 총연맹 소속 농민들이었다. 이를 경찰이 사당동 넘어오는 남태령에서 막았다고 한다. 경찰은 경찰차로 차벽을 쳐서 농민들의 서울 진입을 막았다. 또 트랙터 유리창을 부수고 농민들을 연행하려 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이 달려가 농민을 보호하고 응원했다.
남태령에 1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였다고 한다. 아다시피 그날 밤은 매우 추웠다. 체감온도 영하 10도. 그곳에서 28시간을 버티며 결국 한남동 윤씨의 집으로 가는 길을 텄다. 나는 그 소식을 듣고 걱정만 했다. ‘많이 추울 텐데 … , 경찰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1.
나는 추워서 그 시간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동상 핑계만이 아니라, 여의도공원 4시간도 버거운 체력 때문이다. 늙은 거다. 그래서 밤새 저렇게 못하는 거다. 그 의미는? 그렇다, 역사를 만드는 데 기여할 힘이 적다는 거다.
객사 집회를 다녀온 작은 아이는 ‘서로 교대도 해요’라며 문자도 보여주었다. 새벽에 알아서 서로 교대도 했단다. 거기에는 ‘난방 버스’라는 거침없는 후원 방식도 큰 도움이 되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나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실천적이다.
1.
모든 미래가 그렇듯이 12.3 내란의 처리가 어떻게 흘러갈지 누구도 예언할 수 없다. 어떤 시나리오도 그대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불의와 정의를 말할 수 있을 것이고 그 달성을 위해 노력할 뿐이다. 응원봉을 들고 아파트를 부르고 댓글을 쓰고 걱정하거나 분노할 뿐이다.
그렇지만 이 거대한 혁명적 상황이 가져올 결과, 그 세상에 대해서는 조금은 희망을 가지고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의사당 앞 광장 바닥에서, 광화문, 한남동, 용산, 그리고 남태령 아스팔트 바닥에서 밤을 새는 저 젊은이들이 만들어갈 세상에 덜 방해가 되는 삶을 찾아보는 것이다. 혹시 작은 기여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물어보고 했으면 한다. 젊은이들이 권하지 않는 행동은 대개 나이 든 이들의 간섭이거나 자기만족을 벗어나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 이참에 다시 상기해본다. 그래도 이 난국을 이겨내고 새 세상을 만드는 데 끼어주면 좋겠다.
1.
아울러 미래를 위해 이렇게 실천할 것을 제안한다. 어머니/아버지, 할머니/할아버지께서 극우 또는 불의의 늪에 빠지셨는지 확인하고, ①단톡방 ‘나가기’를 해드리고, ②건강과 지성을 키울 단톡방이나 사이트를 안내하면 좋겠다.
[사진3: 겸재의 〈비 개인 인왕산〉. 12월 14일, 여의도공원에서 곁에 있거나 스쳤던 젊은이들에게서 저 그림이 떠올랐다. 1991년 지곡서당 유학 시절, 유홍준 선생이 특강 중 저 그림을 슬라이드로 보여주었다. 그림을 보던 나는 ‘자신만만하군…’이라고 중얼거렸다.]
오항녕 위원은 현재 전주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