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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점심 (김영미)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1-01-20 13:16
조회
968

김영미/ 인권연대 운영위원


따뜻한 밥 속에는 서로에 대한 걱정과 사랑이 있다.


- 따뜻한 밥이 되는 꿈 -


직업을 꿈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이시대의 아이들.....
자신의 존재가치를 발견할 틈도 없이
냉정한 경쟁의 장으로 내몰려
꿈꿀 기회조차 잃어버린 채
숨 가쁘게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자신만의 아름답고 소중한 꿈을 갖게 할 순 없을까요
배고픈 사람을 위해 따뜻한 밥이 되는 꿈...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자 없게 하라”라던
경주 최씨 가문의 가훈같은
거룩한 부담감으로 채워진 조금은 묵직한 꿈
- 정용수



                                                                   출처 Freepik


 매년 졸업식 날이면 꽃다발을 파는 상인들이 정문 앞에서 시끌벅적하고, 가족, 교사, 후배들의 축하를 받던 학교의 졸업식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서로의 얼굴도 화면을 통해서 볼 수 밖에 없는 온라인 졸업식 속에서 창이(가명)가 드디어 졸업(수료)을 했다.

 산업정보학교(일반고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업에 필요한 자격증-조리사, 제빵사, 미용사 등-을 취득할 수 있는 교육을 3학년의 1년 동안 실시하는 학교)를 졸업(수료)한 창이는 이곳에서 제빵사 과정을 졸업(수료)했다. 코로나가 유행되는 시기였기에 5월 초부터 고3 학생들은 철저한 방역 속에 실기와 이론 수업을 해야만 해서 12월 초까지 학교를 등교했다.


 처음 만난 창이는 팔과 다리 여러 곳에 심한 흉터와 상처가 있었는데, 오토바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했다. 부모의 이혼으로 지방 출장이 잦은 아버지와 사는 관계로 혼자서 지내는 적이 많다고 했다. 배달 중에 교통사고도 많이 나서 몸이 아프고 힘들지만 생계를 위한 배달 일을 하므로 좀처럼 병원은 갈 수 없었다. 팔다리의 통증보다 잠이 더 필요했고 치료를 하지 못한 상처는 두터운 흉터로 변해가고 있었다. 누구도 창이의 상처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 아픔조차 느낄 수 없는 창이에게 가슴으로 다가가서 위로해 주었지만, 오랜 학교생활 내내 비난받는 일에 익숙해진 창이는 자신에게 다가서는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으로 반항하거나 방어하고, 경계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창이와 비슷한 환경에 있는 많은 학생들을 보면서, 수업도 중요하지만, 편의점 음식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집밥 같은 점심식사로 따뜻한 밥을 주려고 부단히 노력해 우리의 마음을 전하고자 했다. 잦은 지각과 결석으로 교사들의 애를 태우던 창이도 지각을 하더라도 꼭 학교에서 점심식사를 해주기를 부탁하는 교사의 노력으로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는 덕분에(?) 무사히 졸업(수료)을 하게 되었다.


 늘 먹는 점심식사에 담긴 서로의 정성을 통해서 따뜻한 감정의 교류가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인권연대의 소년원 개혁 활동을 통해서 알게된, 소년원의 한 끼당 급식비가 1893원이란 사실에 매우 놀랐었다(2021년 현재 학생들의 무상급식비는 5천원 이상이다). 시장에서 먹는 잔치국수도 3000원이 넘는데, 2천원이 안 되는 급식비로 아이들이 과연 무엇을 먹을 수 있을까? 이마저도 소년보호혁신위원회 활동을 동해 9.9% 인상해 겨우 2000원 정도로 올랐다고 한다.


 어떠한 이유로든 차별 받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길은 서로의 아픔을 돌아보는 데서 시작됩니다. 때로는 따뜻한 말보다 따듯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밥 한 끼가 큰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