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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께 드리는 100가지 질문(김희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5-05-07 17:04
조회
1037
김희교/인권연대 운영위원
조희대 대법원장님. 저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 명의 시민입니다.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일을 주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한 명의 시민으로서 대법원장님이 주도하신 이번 이재명 후보 선거법 위반 사건 판결에 대해 따져 묻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묻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100가지도 넘습니다. 대개 저는 너무 많을 때 100이라는 숫자를 사용합니다.

저는 국제 문제를 다루는 연구자라 가급적이면 국내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법원장님의 판결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날 대법원장님이 손을 떨고 낭독한 판결에 대해 저는 존재론적 분노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저라는 존재 자체가 부인당할 때 느끼는 분노입니다. 대개 평생을 믿어 왔던 상식이 어긋날 때 느끼곤 합니다. 그날이 그런 분노가 치미는 날이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때도 그런 분노가 치밀었었는데 그날도 저에게는 그런 수준의 분노를 일으켰습니다.
시국이 시국이라 요즘은 방송을 자주 듣습니다. 계엄을 해제하는 날 밤을 꼬박 세우며 방송을 보았고, 파면이 되는 날은 한 시간 전부터 유튜브를 켜 놓았었습니다. 그러나 그날은 방송을 제 시간에 틀지도 않았습니다. 한 치의 긴장도 없었습니다. 너무도 뻔한 결론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보수적 성향의 대법관이 많은 대법원이었지만 저는 상식을 믿었습니다. 지인이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문자를 보내기 전까지 그랬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장님은 제 상식과 너무 다른 결론을 내리고 계시더군요. 그 판결은 또 하나의 쿠데타였습니다. 힘을 가진 자들이 국민 일반의 상식을 뒤집고 자신들의 뜻대로 국가를 운영하려는 준동을 쿠데타라고 하지요.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군대를 동원하여 쿠데타를 시도했습니다만 대법원장님은 법을 동원하여 쿠데타를 시도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나라를 끌어가는 것을 민주주의라 부릅니다. 그날 판결은 그 민주주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판결이었습니다.
민주주의라는 말이 나왔으니 제 첫 번째 질문은 이것입니다. 대법원장님은 그날 판결이 한국 민주주의를 짓밟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보신 적은 있으신가요? 아마도 안 해보셨으니 그런 판결을 하셨겠지요. 그날 대법원장님은 범죄자 이재명을 단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절대 다수가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를 날린 겁니다. 민주주의를 절단낸 것이지요.
국민들은 당신들이 생각하듯 그런 무지랭이들이 아닙니다. 대법원장님이 유죄라고 단정한 그 사건들은 웬만한 국민들은 당신들만큼 다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도 다수의 국민은 그것이 이재명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될 사유는 아니라고 판단하여 그를 그 자리까지 끌어올린 겁니다. 대법원장님은 그 판단은 국민이 아니라 당신들이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지요. 그래서 당신은 민주주의자가 아닙니다. 독재자이거나 엘리트주의자이지요.
두 번째 질문은 대법원장님은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다수의 국민을 맹목적인 ‘개딸’이라고 생각하시지요? 이재명 후보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신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대법원장님. 그정도 지위에 계시면 가끔씩이라도 돌아가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처럼 낮은 곳에 임해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좀 들어보세요. 지금 시민들은 웬만한 법리들은 줄줄 꿰고 있을만큼 ‘계몽’되어 있습니다. 조작한 사진을 조작했다고 말한 것을 두고 온갖 해괴한 법리를 가져와 사실을 왜곡한다고 속아 넘어가지 않아요. 그들은 ‘개딸’이 아니라 당신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민주주의 2.0 시대의 시민들입니다. 그들은 매일을 새로운 공부와 연대로 당신들보다 앞서 나가고 있어요. 당신들 같은 비민주주의자들이 이끌고 가기에는 이제 너무 버거울 겁니다.
아마도 당신은 법은 다수의 상식과 상관없이 법이 정한대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할 겁니다. 그것이 법치주의라고 말하시겠지요. 그러나 저는 대법원장님이 법치주의자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 하나의 판결에서도 수많은 탈법치주의적인 조치들이 저질러졌기 때문입니다. 소부에 배정된 판결문을 이미 읽으셨다고요? 대법원장님은 그걸 읽을 권리가 없잖아요. 고등법원 판결문을 정말 읽으셨나요? 그랬다면 대법원장님의 능력은 신의 경지에 이르셨지요. 관심법으로 판결하신건 아닌가요?
알아들으실지 모르겠지만 법도 해석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법조항에 해당되는 텍스트 뿐만 아니라 법을 제정한 철학인 콘텍스트를 제대로 이해해야 제대로된 민주적 판결이 나옵니다. 800원 횡령했다고 한 노동자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판결 같은 것이 대표적인 법정신을 이해하지 못한 판결이지요. 대법원은 텍스트의 사실 여부를 따지는 데가 아니라 그런 판결이 법정신에 맞는 지를 따지는 곳입니다. 그날 판결은 콘텍스트에 대한 판단은 없고 텍스트에 대한 자신들의 주장만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하급법원이 해야 할 일을 당신들이 한 겁니다.
선거법의 기본정신은 불법을 저지르고 당선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는 당선자에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불법을 저지른 비당선자에게는 선거법이 아니라 일반법으로 다스리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들은 비당선자인 이재명 후보에게 선거법의 가장 엄밀한 잣대를 적용했습니다. 법치주의자로 선거법을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지요. 선거법을 지키려는 목적이었다면 벌써 윤석열 전 대통령부터 입건했어야 합니다. 그는 이재명 후보 건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의 선거법 위반을 저질렀습니다.
대법원장님이시니 대통령 후보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체포나 구금을 할 수 없다는 법을 알고 계시지요? 아마도 대법원장이시니 그런 법을 정한 법철학은 알고 계실 겁니다. 국민들이 대통령 후보로 선택했다면 법원이 끼어들어 국민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말라는 것이 그 법의 법철학입니다. 그런데 지금 대법원장님은 그런 법철학을 지키고 계시나요? 선거기간에 이재명 후보 관련 재판을 4개나 진행하시더군요. 고등법원은 선거기간 중인 5월 15일 재판을 여는 것에서 나아가 ‘집달관송달촉탁’까지 사용하고 있더군요. 선거법정신 위반이지요. 그래서 당신들이 하고 있는 것을 쿠데타라고 부르는 겁니다.
쿠데타를 시도했으면 한 이유가 있겠지요. 그래서 묻습니다. 왜 이번 재판을 직권으로 갑자기 전원합의체로 넘기셨나요? 처음에 저는 좋게 생각했습니다. 다수로부터 좀더 정확한 판단을 하기 위한 대법원장님의 용단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아니었더군요. 대법원장님. 처음 배정된 소부에 소속되어 있던 오경미 대법관님이 이재명 후보의 유죄 판결에 동의하시지 않으리라고 판단하고 계셨던건 아닌가요? 그래서 그렇게 급하게 전원합의체로 넘기신 것 아닙니까?
그래서 더 의문이 생깁니다. 대법원장님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9분의 대법관은 이미 일찍부터 이재명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는 합의를 어떤 형태로든 공감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요? 이미 재판도 시작하기 전에 당신들은 이미 판결을 내려놓은 것 아닌가요? 그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그렇게 짧은 기간 내에, 그렇게 많은 양의 고등법원 재판자료를 읽고, 그렇게 단합하여 일치된 의견을 낼 수 있을까요?
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뭅니다. 지면 관계상 못다 채운 나머지 질문은 이제 다른 시민들이 들풀처럼 들고 일어나 대법원장님께 던질겁니다. 이번에는 대법원장님이 실수 하신겁니다. 당신들 손으로 당신들의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습니다.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정치의 한 복판에 나서지 않았다면 아마도 당신들의 기득권은 좀 더 오래갔을 수도 있습니다만 이제 당신들은 내란 잔당 취급을 받을 겁니다. 틀림없이 민주 시민들은 당신들이 해 온 수많은 일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할 겁니다. 당신들 간의 은밀한 거래들이 이제 수없이 수면 위로 올라올 겁니다. 당신들이 한 이상한 판결들이 들추어질 겁니다.
당신들이 착각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민주 시민들이 법비들이 휘두르는 협박에 굴할 것이라는 착각은 접어두는 게 좋았습니다. 그런 방식으로 당신들의 기득권을 지켜나가는 시대는 이미 끝났습니다. 아마 대법원장님도 한번이라도 광장에 나와 광장의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면 그들은 이미 다른 세계에 가 있음을 알았을 겁니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국회 앞으로 달려가 총을 든 군인들과 맞선 자들입니다. 일상을 다 팽개치고 눈이 쏟아지는 한남동에서 내란에 저항한 세력입니다. 그들이 당신들이 휘두를 칼춤에 감옥살이를 하는 것을 두려워 할 것 같습니까?
지금은 당신들과 같은 비민주주의 세력들이 휘두르는 채찍에 콧방귀를 뀔 시민들이 우리 역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해 있습니다. 또 다른 세계는 이미 와 있습니다. 당신들이 이재명 하나를 무너뜨린다고 그런 세상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재명은 이미 고유명사가 아니라 시민 민주주의의 일반명사입니다. 다수의 국민은 이미 이재명과 공조화되어 있습니다. 이재명을 “이렇게까지 지지할 생각은 없었는데” 지금은 이재명과 한 몸이 된 사람들이 대법원장님 때문에 더 늘어날 것입니다. 이재명은 그들의 대행일 뿐입니다. 이미 그런 시대는 와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역사의 진보라고 부릅니다. 당신들만 모를 뿐입니다. 아마도 대법원장님은 앞으로도 계속 두려움에 손을 떨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