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통신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발자국통신

‘발자국통신은’인권연대 운영위원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발자국통신’에는 강국진(서울신문 기자), 김희교(광운대학교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 염운옥(경희대 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 교수), 오항녕(전주대 교수), 이찬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 임아연(당진시대 기자), 장경욱(변호사), 정범구(전 주독일 대사), 최낙영(도서출판 밭 주간)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지방소멸시대(임아연)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1-04-28 17:49
조회
1498

임아연/ 인권연대 운영위원


 우리나라 5000만 인구 가운데 2600만이 서울과 인천, 그리고 경기도에 산다. 우리나라 전체 면적 중 고작 11.8%에 인구 절반이 모여 사는 것이다.


 여기에 대전, 대구, 울산, 부산, 광주 등 수도권 외 지역의 대도시(광역시) 인구까지 고려하면 흔히 도시 사람들이 ‘시골’이라고 부르는 지역 소도시의 인구는 매우 적다. 충청도·전라도·경상도·강원도, 그리고 세종시와 제주도의 인구를 합쳐도 1600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국토의 대부분인 85% 면적에, 수도권과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제외한 30% 사람들만이 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이 넘지 않는 지자체가 87곳에 달했다.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105곳이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228개 지자체 중 절반 수준이 앞으로 없어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수도권 인구 밀집과 지역의 인구감소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진부한 이야기가 수십 년째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정부청사 및 공공기관·공기업 등이 지방 이전을 추진했지만 그 효과는 거의 미미하다. 2019년과 2020년 사이 단 한 해 동안 소멸위험 지역은 8곳이나 늘었다.



2019년 전국 읍면동 소멸위험지수 지도
사진 출처- 통계청


 인구가 한 곳으로 집중되면서 발생하는 여러 사회문제만큼이나 인구가 크게 줄면서 나타나는 지역의 문제도 심각하다. 대부분의 사람이 지역의 인구가 줄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재정자립도가 낮아지는 등 경제적 측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우려하지만, 그것만이 문제라면 인근 지역과 통폐합을 통해 해결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지역의 인구가 줄고 소멸하는 것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적 다양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지역이 소멸된다는 것은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역사와 이를 바탕으로 형성된 고유한 문화 공동체가 없어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70년대부터 이촌향도 현상이 가속화되고 사회의 문제로 깊어지기까지 국가는 정책적으로 이를 뒷받침하고 문제를 방임해왔다. 몇몇 지역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며 아파트를 건립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학교와 병원을 유치했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각종 기관과 시설이 도시에 모였다.


 반면 지역은 빈집이 늘고, 아이들은 줄면서 학교가 폐교됐다. 병원조차 수익성이 없다며 입주를 거부했다. 소방인력과 경찰인력도 줄어 여러 개의 읍·면을 하나의 119안전센터나 파출소가 감당하게 됐다. 지역주민들은 서울과 대도시에 살지 않고 지역에 남아있다는 이유만으로 교육·의료 서비스를 충분히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도시민들에 비해 신속하게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지역주민들은 대도시로부터 밀려난 열패감을 느끼며 끊임없이 소외되고 있다. 대도시에는 결코 지을 수 없는 대형 석탄화력발전소나 산업폐기물처리장 등 환경저해 시설이 밀려 들어와 환경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만 한다.


 심지어 당진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송전하는 과정에서 당진지역 노선은 대부분 고압송전탑을 건설해 가공선로로 지나지만, 바다를 건너 경기도 평택부터는 땅속으로 연결하는 지중화를 한다고 하니 지역적 차별이라고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서울로 대학을 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며 지역은 떠나야 할 곳으로 인식시키면서 어떻게 지역의 인구감소를 막고 지방소멸을 해결하겠다는 것인가. 정치권과 언론, 학계 등에서 지역의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에 대해 수도 없이 거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다. 지역을 소외시키고 지역주민들을 외면하면서 어떻게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겠는가.



임아연 위원은 현재 당진시대 편집부장으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