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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기 대학생 인권학교 후기> 인권학교. 벨 에포크(La belle époque)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9 11:21
조회
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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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환/ 가톨릭대학교 학생

자고 있던 어느 날, 인권연대에서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저번에 다녀오셨던 인권학교에 대해서 후기 좀 써주실 수 있나요?’ 별 생각 없이 몽롱한 와중에, 알았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잊고 살다가, 며칠이 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부랴부랴 키보드를 마주했다. 뭘 했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마땅히 쓸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 날 때까지 곰곰이 생각하다, 문득 깨달았다 “아,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배웠구나.”

오마이스쿨에서의 3일. 이름은 <대학생 인권학교>였지만 돌이켜 보면 거긴 나 같은 애들의 무릉도원이었다. 좋은 잠자리, 발품 팔아 가며 들어야 했던 명사 분들이 강연을 해주시고, 밥은 맛있으며, 자기 전에는 적절한 알코올 흡입, 마지막으로 좋은 사람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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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뒤범벅이 되어서 생각해보면, 너무 좋은 기억들만 있어서, 나는 인권 랜드에서 놀다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홍세화 선생님의 명강도, 하종강 선생님의 피 냄새와 땀 냄새가 배어있는 싸움의 기록, 다 좋았지만, 무엇이 그 3일을 ‘인권학교’로 만들었을까.

문득, 인권에 대한 오창익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생각난다 “그렇다면 성매매 여성의 인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몰라요, 아무 생각 없어요.” 무심한 듯한 표정에서 나온 그 말 한마디가, 그 무수한 명강연중 가장 확실하게 내 마음을 두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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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인간으로서 당연히 갖는 권리. 항상 그게 무엇인지 돌이켜 보면 알지 못했지만, 안다고 믿고, 그런 체 했다. 그래서 공허하던 마음을 그 한마디에서 알았다. 그러고 나서, 비로소 하종강 선생님의 강연이 들리고, 홍세화 선생님의 강연이 제대로 들렸다. 몰랐고, 모르고, 앞으로도 인권을 만족스럽게 정의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어쩌면 그걸 정의할 수 있다는 게 미친 소리인지도 모르고. 하지만, 되든 안 되는 별 상관없었다. 아주 이기적인 이유로, 아아, 기분이 좋았다. 이 좋은 자리에서, 이 좋은 사람들과, 앞으로 채워나가고 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이, 그 채워나가야 하는 빈 공간을 알게 된 것이. 기분이 좋았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 그 하나를 확실하게 배웠던 그 3일은 나에게 영영 좋았던 시절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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