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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기 대학생 인권학교 후기> 인권에 대한 화두를 던지다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9 11:19
조회
660
인권에 대한 화두를 던지다
-제4기 대학생 인권학교에 다녀와서

임아연/ 4기 대학생 인권학교 참가 학생



"저는 인권에 그렇게 큰 관심은 없었지만…", "전 인권과 관련된 학과는 아닌데…"

지난 2월 3일(수) 강화도 '오마이스쿨'에 모인 마흔 명 남짓한 청춘들의 데면데면한 첫 인사였다. 그 중에 몇몇은 나름대로 사회운동을 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곧 대학에 입학할 예비 10학번부터, 아직 교복을 벗지 않은 고등학생도 있었다. 또 언제 대학을 졸업했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선배님(?)들까지 '대학생 인권학교'라기엔 꽤나 폭넓은 연령대가 함께 했다. 그렇다한들 아무렴 어떤가? 모두가 '인권을 배우고 행복해지자'는데.

그러나 일정은 녹록치 않았다. 2박 3일 동안 무려 7개의 강의를 듣는 건 꽤나 많은 인내심과 집중력과 열정을 필요로 했다. 아침 9시부터 밤 10시, 혹은 그 이상까지 강의는 계속됐는데 놀랍게도 누구도 짜증내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수업종료 5분 전부터 술렁이기 시작하는 기존의 학교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더구나 "자신의 관심 밖 영역은 거들떠도 안 본다"고 흔히 불리는 20대의 모습이라기엔 다들 너무나 진지했다. 그만큼 강의 내용은 우리 주변의 이야기, 혹은 나의 이야기였고 '인권' 역시 우리와는 동떨어진 저 먼 세상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화장실 옆 칸에서 '푸드득'하고 소리가 나는데도 맨 끝 칸 구석에서 김치 씹는 소리마저 내지 못하고 점심을 먹어야 하는 대학의 청소용역직원은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평범한 우리의 어머니다. 이제는 너무나 진부해서 마음이 무뎌져버린 여성 인권, 또 너무나 특별해서 '별나게'만 느껴지는 동성애자 인권 모두 우리가 관심 갖고 보듬어야할,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이야기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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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아는 것은 힘'이다. 캠프를 마친 다음 날, 사촌동생과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동생이 한 도너츠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담을 말했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법한 제법 큰 그 도너츠 회사는 아르바이트생에게 매일 밥으로 달디 단 도너츠와 커피를 줬다고 했다.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한국 사람이 밥 때에 밥을 먹어야 하는데 도너츠를 준다고? 그것도 매일매일? 동생이 1년을 그곳에서 일했으니 1년 내내 그렇게 도너츠를 밥 대신 먹은 것이었다(나중엔 결국 밥을 따로 사먹었지만). 사실 그 이전에도 피자집에서 밥으로 피자를 주고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 준다는 얘길 많이 들어는 봤는데 조금 놀랄 뿐이었다. 그런데 인권학교에 참여한 이후, 평소에 사소하게 생각했던 그 일이 얼마나 사람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일인지 알고 분노할 수 있게 됐다. 대한민국 수 만 명의 알바생 중 단 몇 명이라도 "동물에게 사료 주듯 하지 말고 밥을 먹게 해달라"고 요구했다면 과연 바뀌지 않았을까 씁쓸하기도 하고. 이렇게 우리에겐 더 많은 앎이 필요하고 더 널리 알게 하는 게 절실한 것 같다.

때때로 사람들은 "인권'이 밥 먹여주냐?"고 묻는데, '밥을 먹는 것' 자체가 인권을 지키는 일이라는 사실은 모르나보다. 사실 개발독재 아래서 주거권, 재산권 같은 건 발아래 두고 오로지 경제 성장만 외쳐온 분들에겐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개인주의가 이기주의로 치환되고, 공동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덕목으로 삼는 것을 무비판적으로 주입 당해온 우리는 이젠 불편한 진실들을 마주해야 한다. 때론 너무나 혼란스럽고 어려운 일일지언정 계속해서 나의 생각을 흔들어 자극하는 일이야말로 보다 건강하고 발전된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어가는, 결국엔 나의 삶의 질이 더 향상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인권학교는 우리에게 해답을 안겨줬다기보다 화두를 던진 게 아닌가 싶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고 했다. 우리는 어떤 생각으로 살아야 하는지 치열하게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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