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인권학교

home > 교육센터 > 청년인권학교

<3기 대학생 인권학교> 뜨거운 배움의 현장을 다녀오다!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9 11:16
조회
492

김준호/ 인권연대 인턴활동가



숨 가쁘게 보낸 2박 3일이었다. 7월 15일부터 17일까지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진행된 제 3기 인권연대 대학생 인권학교엔 뜨거운 열정의 분위기가 내내 감돌았다. 지난 인권학교와는 달리 도심을 벗어나 푸른 논과 들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캠프형식으로 진행된 세 번째 인권학교는 서로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었다.
이번 대학생 인권학교는 ‘인권을 배우자, 그리고 행복해지자!’라는 제목 하에 총 6명의 강사와 35명의 학생, 그리고 7명의 사무국 인원이 모여 함께 호흡을 맞췄다. 길어 보이던 2박 3일은 총 여섯 편의 강의와 모둠활동, 둘째 날 저녁에 열린 연대의 밤 행사, 그리고 강화도의 짧은 밤을 달래는 뒤풀이를 하는 사이 훌쩍 지나갔다.

뜨거운 열기와 함께한 강연
먼저 학생들을 열광시킨 것은 초호화 강사진이었다. 캠프에 참가한 많은 학생들은 한국 사회에서 극소수인 비판적 지식인, 양심을 세우고 현장을 뛰고 있는 활동가, 그리고 종교와 예술의 분야에서 인권의 가치를 져버리지 않고 사유하고 행동하는 이들을 한 자리에 모은 것이 참가를 결심하게 만든 가장 결정적인 이유였다고 전했다.
강화도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아 첫 강의를 시작한 분은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이었다. 그는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라는 주제로 “우리들의 의식세계가 바로 한국사회의 반영물”임을 짚어내고, 이미 형성되어 있는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을 버리기 위해 “나 자신의 의식세계를 점검해나가는 게 중요”함을 강조했다. 또, 그는 흔들리는 젊은이들에게 “양보는 있을 수 있되, 포기는 하지 말라. 언제나 긴장하고 노력해야한다”고 북돋아 주었다.

저녁을 먹은 후에는 성공회대 겸임교수이자 가수로 활동하는 이지상 교수의 매력적인 음색의 노래들이 버무려진 강연(‘우리는 사람이 사는 마을로 간다’)이 이어졌다. 과정과 결과, 희망과 집착, 진정성과 효율성의 구도가 일방적으로 기울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야기한 그는 그의 곡 ‘폐지 줍는 노인’과 안도현 시인의 ‘가을엽서’를 이야기하며 “사랑은 낮은 곳에 있다”고 강조했다.
두 강연이 끝나고 이어진 모둠활동 시간을 끝으로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둘째 날,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의 강연(‘노동하는 인간, 인간적인 노동’)은 간밤의 피곤기가 사라질 만큼 열정적이고 힘이 넘쳤다. 그는 파업을 비롯한 노동권에 대해 심각한 억압을 가하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의 분위기를 짚어내고 다른 나라들과의 비교를 통해 섬뜩하리만큼 반노동적인 이 사회의 노동관에 문제를 제기했다. 또, 뜨거운 현안인 ‘비정규직법 논란’에 대한 깔끔한 정리를 도와 학생들의 의문점을 해결해주기도 했다.
점심 식사 후에는 장경욱 변호사의 ‘법치주의와 인권’ 강의가 이어졌다. 오랜 기간 변호사로서 현장을 누빈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법치주의가 무엇인지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법치주의의 의의와 그 한계에 대한 개념들을 정리해나갔다.
다섯 번째로 강연을 맡은 이찬수 종교문화연구원장은 ‘인간다움을 고민한다’는 제목을 걸고 ‘종교적 인간론과 인권’에 대해 깊은 연구를 바탕으로 종교와 인권의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스스로의 권리를 위하는 ‘자권(自權)’과 남의 권리를 찾아주는 것이 의무로 그치는 게 아닌, 자신의 적극적인 권리가 됨을 지칭하는 ‘타권(他權)’을 개념화하며 ‘타권’으로서의 인권을 강조했고, 이 과정에서 종교적 가치가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말했다.

090722web04.jpg




저녁식사를 한 후, 여섯 번째 마지막 강의는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이 맡았다. 오창익 국장은 ‘인권은 실천이다’의 강연 동안 “인권은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권리”임을 강조했고, “역사적으로 볼 때 모든 권리는 투쟁으로 얻어냈음을 기억하기 바란다”며 실천의 자세를 견지하며 살아갈 것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품고 있는지
35명의 학생들은 2박 3일 동안 옹기종기 모여앉아 강연을 들었다. 대체로 강의가 주가 되었던 일정 속에서 학생들은 강의 중간 중간, 그리고 강의가 끝나고도 서슴지 않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열의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학생들의 참여하고자 하는 열기가 식지 않았다. 둘째 날 저녁의 ‘연대의 밤’ 행사를 위해 각 조의 조원들은 식사 후에도, 강의 사이에 잠깐의 휴식시간에도 모여앉아 서로의 의견을 내가며 준비를 했다.

090722web15.jpg


둘째 날 밤, 모든 강연이 끝나고 드디어 ‘연대의 밤’ 행사를 시작했다. 조별로 나와 그간 준비한 연극이나 율동 혹은 노래를 발표할 시간이었다. 준비가 미흡하다며 아우성을 치던 학생들과 일정상 여력이 없어 아쉬워하던 스텝들 모두 놀랐다. 공식적으로 주어진 모둠활동 시간이 약 두 시간 가량밖에 되지 않았지만, 젊은 감수성과 뜨거운 열정이 만나 두 세 시간으로는 도저히 짜낼 수 없는 만큼의 양질의 공연과 율동 그리고 노래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함께 스스로 참여해서 만들어낸 공연과 노래, 율동은 학생들에게 뿌듯함을 안겨주었고, 지난 이틀 동안 수준 높고 알찬 강의들과 함께 했다는 점, 그리고 바로 옆에는 고민을 함께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느낀 학생들은 강화도의 맑고 푸른 밤 내내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만남과 이해를 통해 행복을 만들어내기
한국 사회에서 인권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구체적인 현안들에 대해서 함께 고민해볼 수 있었던 2박 3일간의 대학생 인권학교는 일종의 짧은 꿈이었다. 많은 고민과 경제적·심리적 어려움에 허덕이고 있는 대학생들이지만, 어디 한 곳 마음 편히 둘 곳조차 사라져가고 있기에 이들이 체감하는 삶의 팍팍함은 대책 없이 늘어가고만 있다. 게다가 인간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들이 너무나 손쉽게 짓밟히고 있는 이 시대에 대학생들의 양심과 날 선 고민은 혼자 감당해내기에는 가슴 뻐근한 아픔이 되고 있다. 작고, 짧고, 힘없는 존재들이 모여 강한 것을 이기듯, 이번 대학생 인권학교가 남긴 작지만 따뜻한 이해와 소통의 경험을 통해 많은 이들이 더 많은 고민을 나누고, 또 이를 넘어서는 더 많은 긍정과 웃음을 바탕으로 모두 함께 행복해질 날을 기대해본다.

090722web0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