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대화모임

home > 교육센터 > 수요대화모임

42차 수요대화모임(06.06.28) 정리 (하) - 정태인(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8 10:09
조회
333
한미FTA의 음모와 위험 (하)
- 한미FTA로 경제, 정치, 외교안보 모두 위험

060710web01.jpg



* 인권연대는 제42차 수요대화모임 강사로 온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의 강의 내용을 2회에 걸쳐 지상중계합니다. 2회에는 NAFTA 이후 멕시코의 실상과 우리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알아 봅니다.

 

얼마 전 멕시코에 다녀왔다. NAFTA를 맺은지 12년이 지난 멕시코에는 그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고 있다. NAFTA를 맺을 당시의 대통령은 살리나스다. 살리나스는 NAFTA를 맺으며 수출과 투자가 늘어 경제성장률이 좋아지고, 결국 가난한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 양극화가 없어질 것이라는 세 가지 약속을 했다. 지금 우리정부가 똑같은 약속을 하고 있다. 그런데 살리나스는 지금 멕시코에서 살지 못하고 미국으로 망명을 가 있는 미국 경제학 박사다. 멕시코에서 살리나스에 대한 원성은 대단히 높다.
멕시코 ‘마킬라도라’ 신화의 거품

실제로 12년 동안 멕시코는 수출이 네 배정도 늘어 약 2천억달러 정도에 이른다. 한국이 오랜 시간동안 수출을 키운 결과가 약 2천8백억달러인데 멕시코는 아주 짧은 기간에 도달했다. 수출과 투자가 늘 것이라는 것은 맞았다. 특히 투자에서는 외국인 직접투자가 굉장히 많이 늘어 연간 약 1백80억달러의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은 60억달러 수준이다. 수출과 투자가 늘었으니까 경제가 크게 좋아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12년동안 멕시코 국민소득 증가율은 평균 1.43%로 미미하다. 희한한 일이다.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는 기계산업단지라는 뜻의 ‘마킬라도라’가 있다. 원래 마킬라도라는 미국과 멕시코가 생산공조를 위해 65년부터 시작한 프로그램의 이름이다. 이것이 실제로 활발하게 커진 것은 NAFTA 이후다. 마킬라도라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전기전자, 섬유의류 3가지 산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킬라도라에 많은 기업들이 들어가면서 투자가 늘었다.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는 현대를 제외하고 지엠, 크라이슬러, 혼다, 폭스바겐 등 자동차 6대 메이커가 다 들어가 있을 정도다. 전기전자도 산요, 소니, 삼성, LG 등 세계적 가전제품 기업이 모두 들어가 있다. 그리고 여기서 생산된 물건의 90%가 미국으로 수출되면서 수출도 늘었다. 농업국가였던 멕시코가 제조업이 급상승하면서 산업고도화가 이루어졌다. 살리나스가 얘기한 두 가지는 다 지켜졌다. 우리정부에서도 좋은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다 이루어진 셈이다.

그런데 왜 국민소득은 안 늘어났을까. 마킬라도라에서는 부품의 95%를 미국에서 수입해서 이를 멕시코 노동자들이 조립해 다시 미국으로 수출한다. 결국 수입도 증가했다. 멕시코가 공급하는 부품은 3%에 불과하다. 이런 현상을 산업연관이 끊어졌다고 한다. 수출이 늘어 수출기업은 좋은데, 내수기업은 잘 안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일어날 현상이다. 사실 마킬라도라는 멕시코 경제과 별 관계 없이 돌아가고, 이익을 보는 것은 초국적 기업들이다. 멕시코에 남는 건 고용뿐이다. 한때 고용이 180만명까지 이루어졌다가 지금은 150만명으로 줄었는데, 이들이 받은 임금만 멕시코에 남는다. 그런데 그 임금도 12시간 노동에 고작 20-40만원 정도다. 멕시코 노동자들의 삶은 비참하기 이를데 없다. 우리의 7-80년대 가리봉동의 벌집보다 훨씬 못한 곳에서 물도 전기도 없이 살고 있다. 멕시코에 남은 것은 이런 비참한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임금뿐이다.
내수와 주곡산업도 붕괴

이게 끝이 아니다. 멕시코로 나오는 마킬라도라의 상품 일부 때문에 멕시코의 내수산업이 무너지고 있다. 멕시코시티에 가면 현대를 제외한 모든 자동차가 시장에 나와 있다. 삼성전자도 있다. 기존 멕시코 기업의 제품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멕시코는 94년 페소화 위기를 맞는다. 우리의 IMF와 같은 위기인데, 이 때 긴축정책으로 이자율이 30%대까지 오른다. 우리는 그나마 이자율이 금방 떨어졌지만 멕시코는 고이자가 계속됐다. 문제는 마킬라도라에 있는 초국적 기업들이야 자국이나 월스트리트에서 자금을 조달하면 됐지만 멕시코에 있는 기업들은 30%라는 높은 이자를 주고 대출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데 있다. 그래서 결국 기업들이 붕괴되었다. 결국 마킬라도라로 외국인 투자는 증가했지만 국내 투자는 감소했고, 국내 기업이 붕괴하면서 늘어난 투자의 양이 상쇄된 것이다.

멕시코는 주곡산업도 붕괴했다. 멕시코는 옥수수가 주곡이고 원산지다. 그런데 멕시코의 옥수수가 미국의 옥수수 때문에 무너졌다. 원래 멕시코는 우리의 쌀처럼 옥수수 수입을 금지했다. 그런데 NAFTA를 통해 옥수수시장을 개방했고, 초기에는 쿼터를 정해서 제한을 했지만 쿼터는 곧 무너졌다. 농업보조금을 받은 미국의 값싼 옥수수가 쏟아져 들어왔지만 멕시코는 농업을 현대화한다며 보조금조차 없애버렸다. 결국 옥수수 농가가 몰락하게됐다.

이런 현상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옥수수 값이 떨어졌으니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생길 것이라고 얘기할 것이다. 그러나 멕시코에서는 그 옥수수로 만든 또띠야(만두피 같은 것으로 쇠고기, 돼지고기 등을 넣고 싸먹는 것)값이 올라갔다. 미국의 옥수수 수출은 ‘카길’이라고 하는 다국적기업이 하고 있다. 멕시코에서의 옥수수 공급은 우리의 농수산물유통공사 같은 곳에서 담당했는데, 공기업 민영화를 통해 유통공사가 민영화되자 카길과 이 유통회사가 담합을 한다. 싸게 수입한 옥수수를 또띠야 공장에 비싸게 공급을 하게 되면서 또띠야 값은 올라가게 되었다. 농민에게 싸게 사서 도시민에게 비싸게 팔아 그 이익을 미국의 다국적기업과 멕시코의 독점기업이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런 얘기를 하니까 멕시코의 경제관료가 자기네 농업수출도 증가한 것이 있다고 자랑을 했다. 맞는 말이다. 미국과의 국경지역에서 열대과일을 생산하는데 마이애미에서 전체 소비하는 토마토의 2/3를 공급한다. 그런데 이런 작물들은 많은 노동력을 투입해 생산하는 물품이고 극히 일부지역에 한정되어 있다. 그 외 전체 멕시코 농업은 몰락했다. 한국의 경제관료나 멕시코의 경제관료나 하는 것을 보면 생각은 워싱턴 컨센서스이고, 지식은 미국 경제학으로 똑같다.

이렇게 자기의 삶을 잃은 멕시코 농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세 가지다. 하나는 멕시코의 전설적인 영웅 사파타의 후예들이라는 뜻의 ‘사파티스타’라고 하는 농민반란군이다.

두 번째 부류는 도시빈민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70년대에 많이 일어났던 상황이다. 우리나라 명동에 해당하는 멕시코 구도심에 가면 노점상이 너무 많아 차가 못다닐 지경이다. 아이들도 장사를 하고 있다.

세 번째 부류는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 가고 있다. 국경을 넘다 총에 맞는 수가 한 해에 몇백명에 이르고 천명이 넘을 때도 있다. NAFTA 이후에 국경을 넘은 수만 1천6백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 중에 불법 이민이 3백50만명이다. 살리나스의 말처럼 수출과 투자는 증가했지만 양극화는 심화됐다.
NAFTA로 공공서비스도 붕괴

멕시코 현실에서 또 하나 주목할 것은 공기업 민영화다. 공기업은 미국의 기업이 아닌 멕시코 재벌들이 차지했는데, 83년부터 94년까지 1차, 94년 이후 2차 민영화가 이루어졌다. 민영화의 결과는 이용료의 폭력적인 인상이다. 한 대학 학자는 전화료가 5천배 올랐다고 논문에서 주장하고 있다. 민영화 이후 멕시코는 먼 구간에 있는 지역의 철도가 끊겨 있다. 멀리갈수록 타는 사람이 줄어드니까 멀리 안간다. 수도나 전기도 마찬가지다. 이런 걸 망(네트워크)산업이라고 한다. 망산업을 민영화하면 구석구석까지 가지 않게 되어 있다. 멀리 보낼수록 손해가 나기 때문에 이익이 남는데까지만 보낸다. 멀리까지 보낼 수 있도록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것을 ‘교차보조’라고 한다. 그런데 민영화가 되면 교차보조가 없어진다.

망산업은 독점의 위험도 가지고 있다. 독점이 이루어지면 경쟁없이 가격을 올릴 수 있다. 결국 공공서비스의 가격은 높아지고 가난한 사람들은 공공서비스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한 예로 볼리비아는 물을 민영화했는데, 이 결과로 가난한 사람들이 물을 먹지 못해 호수에서 물을 길다가 아이들이 악어에 물려죽는 불행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얘기를 하니까 대통령이 언론이 FTA를 왜곡하고 있다고 했다. 또 멕시코와 한국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맞다. 기술도 다르고 산업도 다르다. 그런데 왜 멕시코의 예를 들며 FTA를 하겠다고 했나. 한국은 FTA를 해도 수출이나 외국인 직접투자가 늘지 않는다. 마킬라도라가 멕시코에는 생겼지만 캐나다에는 생기지 않았다. 캐나다의 임금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에는 전기전자건 자동차건 오지 않는다. 멕시코는 미국과 국경을 같이 하고 있지만 우리는 태평양이 있다. 물류비용이 늘어나는데 올 이유가 없다. 그게 한국과 멕시코의 차이다. 같은 점은 미국이 워싱턴 컨센서스를 관철시켰듯이 한국도 그럴 것이라는 점이다.
도대체 무엇이 는다는 건가

정부는 수출이 늘 것이라며 자동차의 예를 든다. 이는 정부가 얼마나 준비를 안했는지를 증명해주는 것이다. 미국의 승용차 관세는 2.5%다. 이를 없애기 위해 보통 15년이 걸리는데 우리는 5년 내에 줄인다고 한다. 소나타가 2만달러정도니까 5년 동안 2.5%를 줄인다면 1년에 0.5%이고 10만원 정도다. 그런데 문제는 가격이 10만원 떨어진다고 일제자동차를 타는 사람이 한국자동차로 바꾸겠는가하는 점이다. 국내에서 자동차를 선택할 때도 10만원 차이로 A를 B로 바꾸지 않는다. 이 얘기를 했더니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한미FTA를 하면 픽업과 SUV에서의 수출이 늘 것이라고 발표를 했다. 픽업과 SUV는 관세가 20%다. 그 이유는 미국이 지난 10년동안 SUV 시장을 키우기 위해 20%로 관세를 올린 것이다. SUV는 레저용 대형차인데 지금은 그것 때문에 망했다. 관세를 높게 하고 열심히 생산해서 잘 만들 수 있게는 되었는데, 석유값이 많이 올랐다. 80년대에도 미국이 대형차를 많이 만들어서 망한 적이 있다. 79년에 석유파동으로 유가가 오르자 일본에서 생산된 소형차를 선택하게 되었다. 다시 유가가 급등하면서 미국사람들이 선호하고 있는 것은 CUV다.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투산 등은 SUV가 아니라 CUV다. 우리나라는 SUV나 픽업을 생산하지 않는다. 정부는 생산하지도 않는 것에서 수출이 는다고 하고 있다. 그 정도로 준비가 안되어 있다. 이 얘기를 했더니 다시 김종훈 수석대표가 이제 라인을 깐다고 하더라. 이건 정말 산업을 모르는 사람들이 주먹구구식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라인을 깔고 생산을 하면서 품질이 좋아지고, 이러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국내에서 팔다가 수출이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이 10년은 걸린다. 이 얘기를 마치 당장 수출이 늘 것처럼 하고 있다.

전기전자도 늘 것이 없다. 우리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반도체는 이미 무관세에 현지생산을 한다. 냉장고도 이미 마킬라도라에서 값싸게 생산하고 있는데 왜 한국에서 생산하겠는가. 얻을게 없다.

섬유의류도 마찬가지다. 마킬라도라에 있는 섬유의류도 중국산에 밀려서 무너지고 있다. 중국산은 관세를 아무리 붙여도 싸다. 더구나 얀포워드(yarn forward)라는게 있다. 원산지 규정을 말하는데, 옷을 만들 때 들어간 원사를 생산한 나라를 원산지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내가 입고 있는 옷도 원산지가 중국일 확률이 90%다. 한국에서 디자인을 하고 한국에서 만들어도 미국관세청이 보기에는 중국산이다. 그래서 원사가 중국산이면 우리나라에서 아무리 잘 만들어서 소용이 없다. 때문에 섬유의류도 늘 것이 없다.

마찬가지 논리로 외국인 직접투자도 늘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에 수출하려면 마킬라도라로 들어가면 그만이다. 다만 캐나다에서 그랬던 것처럼 일부 서비스 시장에는 진출할 것이다. 방법은 인수합병이다. 그건 우리가 이미 봤듯이 IMF 이후 금융산업이 구조조정된다는 것은 결국 외국 자본에 의한 인수합병이다. 정부는 인수합병해서 생산성이 높아지고, 그 다음에 고용이 늘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97년부터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했는데 고용은 줄었다. 지금은 조금 늘었는지 모르지만 원상태까지는 한참 멀었다. 서비스업은 구조상 고용이 많이 느는 산업이 아니다. 서비스업이 고용의 효과가 크다는 것은 유통이라든가 식료, 숙박 등이지 고급 서비스 산업에서 고용이 많이 느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인수합병 형식으로 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고용이 오히려 줄어들 것이다. 한미FTA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실리는 아무 것도 없다.
한미FTA는 사법권도 침해

한미FTA는 정치적인 문제도 가지고 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NAFTA 11장은 투자에 관한 조항이다. 투자와 수용의 정의, 내국민 대우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조항의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가 정부를 제소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다. 그리고 제3의 민간기구(ISCID나 UNCITRAL)에 의해서 판결이 난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기업만 캐나다 정부나 멕시코 정부를 제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반대도 있다. 미국도 난리가 났던 적이 있다.

캐나다의 로우언이라고 하는 장례회사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 발단은 로우언이 미국의 장례회사를 다 합병해버리자 미시시피정부가 반독점법에 걸린다는 이유로 제소를 했다. 미국의 사법부에서는 당연히 미시시피정부의 손을 들었다. 문제는 로우언이 NAFTA 11장을 들어 수용과 유사한 간접적인 수용이라고 제소를 한 것이다. 물론 결과는 로우언이 졌지만 이 사건은 미국의 사법부에 충격을 주었다. 독점인지 아닌지에 대해 미국의 법원이 판단을 해야지 왜 제3의 민간기구가 판단을 하느냐라는 것이다. 미국 연방법원 판사인 산드라 오코너는 “우리의 헌법 3조는 연방법원에 각 사건과 논란에 관한 결론을 내릴 권력을 부여하고 있다”며 NAFTA 11장이 미국헌법 제3조의 위반이라고 얘기한다. 미국의 사법권이 무시된 것이라는 판단인 것이다.

그러면 미국의 기업은 어떨까. NAFTA 12년 동안 42건의 제소가 있었고, 그 중 11건이 해결됐다. 11건 중에 5건은 기업이 이겼고 6건은 정부가 이겼다. 기업이 이긴 5건은 전부 미국의 기업이 이긴 것이다. 6건 중에 3건은 미국 정부가, 3건은 멕시코 정부가 이겼다. 기업이 이긴 것은 모두 미국 기업이고, 미국정부는 아직까지 한번도 지지 않았다. 문제는 편파적이라는데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나라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일들이 제3의 민간기구에서 판단된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그 나라의 사법부는 그 나라의 경제나 민심이나 사회를 생각하면서 판단을 하는데, 이 기구들은 오직 NAFTA의 조항만 가지고 판단을 한다.

42건 중 압도적으로 많은 1/3정도가 환경에 관한 것인데, 기업이 이기면 그 환경규제는 없어지는 것이다. 미국의 메탈클레드라고 하는 쓰레기처리회사가 있다. 멕시코의 쓰레기 처리를 유치했고, 쓰레기장 확대 인허가를 냈는데, 멕시코의 시정부가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쓰레기장에서 발생한 침출수가 상수원을 오염시켜서 암발생률이 높아졌고 곡물이 자라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이를 농민들이 조사해 알아냈고, 농민들의 반대로 시정부가 인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아예 지역을 ‘생물종다양성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버렸다. 그런데 간접적 수용이라고 제소를 해서 이겼고, 메탈클레드는 멕시코 정부로부터 1천6백50만달러를 받았다. 기업이 주변을 오염시키면 당연히 벌금을 내게 해서 주민들에게 보상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오염을 시키고 정부로부터 돈도 받았다. 미국의 에틸컴퍼니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캐나다에 MMT라는 신경유독물질을 반입하려고 하다 캐나다 정부가 반입하지 못하게 하자 제소를 해서 이겼다. 캐나다 정부는 1천3백만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면 정부는 스스로 제소를 두려워 해 규제를 완화시키게 된다.
FTA는 미국 어거지 관철협정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UPS 케이스다. UPS는 TNT, DHL 등과 함께 세계 4대 특송업체다. 이 특송업체가 캐나다의 우체국을 상대로 NAFTA 11장 위반 혐의로 1억6천만달러의 ‘보상’을 요구하는 제소를 했다. 망산업에서 설명했듯이 우체국은 전국에 우체국 지부가 있어서 산골까지 소포를 배달할 수 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정부 보조금을 통한 교차보조를 받기 때문인데 이것이 불공정경쟁이라는 것이다. 이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인데, 만약 UPS가 이기면 망산업은 전부 제소대상이 될 것이다. UPS가 이기면 다른 특송업체도 가만 있을리 없고, 캐나다에서 이기면 한국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또 42건 중에 6건은 캐나다의 침엽수림에 대한 것이다. 이 문제는 사실 미국와 캐나다의 오래된 문제이다. 캐나다는 기본적으로 국유림이고 미국은 사유림이다. 그래서 캐나다는 목재생산자들이 묙재를 생산하는데 별도의 돈을 지불하지 않지만 미국의 생산자들은 지주에게 돈을 지불해야 한다. 결국 목재값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국은 캐나다에 덤핑을 때리고 상계관세를 물리고 있다. 캐나다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는 일이다.

미국의 어거지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미국은 캐나다로부터 석유 수입도 많이 한다. 캐나다에서는 모레에 석유가 붙어있는 ‘샌드오일’이 많이 난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미국은 NAFTA에 현재의 수출비율을 위기시에도 지켜야 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즉, 캐나다 전체 생산의 1/3을 수출한다면 위기시에도 1/3을 지켜야한다는 조항이다. 유가가 급등하거나 자연재해로 인해 석유생산이 줄어 캐나다 내수도 부족해도 1/3은 수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생검역도 중요한 쟁점 중 하나다. 미국은 다른나라의 위생검역 수준을 낮추라고 한다. 그렇지만 자신들의 위생검역은 굉장히 자의적이다. 멕시코 한 기업이 우유를 수출했는데 박테리아가 검출돼 부적격 판정이 났다. 그러자 그 멕시코 기업이 미국 우유를 수입해서 재수출했는데 또 다시 박테리아가 검출됐다. 그런 사례가 너무 많다.


060710web03.jpg


한미FTA는 안보도 위협


미국의 공언에 따르면 한미FTA 7장은 NAFTA 11장보다 훨씬 강력하다. 아직 내용을 모르지만 정부가 쟁점이라고 얘기하지 않은 것을 보면 이미 다 들어가 있다는 얘기다. 이것은 첫째, 우리나라 사법권을 초국적 기업에게 양도하는 것이고, 둘째, 그 내용이 환경과 건강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헌법이 보장하는 우리 국민의 사회경제적 권리, 즉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침해하는 것이다.

셋째, 외교안보적으로도 대단히 위험하다. 전략적 유연성도 2월, 한미FTA도 2월이다. 전략적 유연성은 평택으로 이전한 미국 공군이 동아시아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폭격을 위해 기동한다는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은 대만과 중국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위험이 코 밑으로 다가온 것이다.

더구나 한미FTA를 시작하면서 김종훈 본부장이 외교안보 동맹에 이어 경제적 동맹을 맺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결국 중국을 포위한다는 얘기다. 원래 참여정부의 동북아 구상은 ‘엄정중립’이었다. 한 때는 ‘동북아 균형자’라고 강하게 표현되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캐스팅보드’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중국과 미국이 대립하면 한국은 양쪽 다 동맹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안마다 힘을 실어주는 쪽이 이기게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실리도 유지할 수 있고, 명분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침략으로부터도 안전해진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군사적, 경제적으로 완전히 미국에 치우쳐 있다.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다.

결국 한미FTA는 경제적으로 도움이 안될 뿐만 아니라 피해를 볼 부분은 확실하다. 정치적으로도 우리의 사법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 외교안보적으로도 대단히 위험한 선택이다. 따라서 한미FTA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정리=허창영/인권연대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