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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차 수요대화모임(06.02.22) 정리- 고병헌 교수(성공회대 교양학부)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8 10:02
조회
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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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제를 고민하는 많은 이들이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곤 한다. 이 질문에 대해 ‘교육이란 삶을 잘 살게 하는 것이다’라고 대답한다. 이러한 대답은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두 가지 핵심적인 질문을 던지게 하는데 ‘무엇이 잘 사는 것이냐’와 ‘잘 살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란 질문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잘 살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교육운동, 철학의 부재

누구나 우리의 현행 교육체제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여러 가지 교육운동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교육운동의 접근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진다. 가치, 신념의 변화와 같이 개인의 행동을 변화시키려면 변화의 동인이 궁극적으로 그 자신에게서 비롯되어야 가능하다는 입장인 ‘개혁적 접근’, 개혁적 접근에 비해 법과 제도의 변혁 등과 같이 더욱 구조적인 시스템적 접근을 강조하는 ‘재건주의적 접근’, 가치와 제도의 동반 변혁을 주장하는 ‘변혁적 접근’이 있다. 오늘은 변혁적 접근법을 통해서 앞으로의 교육운동의 방향에 대해 애기해 보자.

흔히 교육의 진정한 주체가 누구냐는 질문에 대부분은 ‘학생’ ‘교사’ ‘학교 등의 교육기관’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교육체제를 결정짓고 운영하는 가장 중요한 주체는 ‘가치’ 즉, ‘교육이념’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교육이념이란 ‘교육을 통해 실현하려는 가치’이다. 따라서 기존의 제도권 교육의 잘못됨을 말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 ‘가치’를 주목해야 한다. 한 사회가 어떤 교육의 가치를 설정하느냐에 따라 이에 적합한 교육체제가 형성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태껏 우리 교육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운동은 교육가치에 대한 접근이 아닌, 국정 교육과정과 단위학교 교육과정, 교육 일선의 교칙이나 교육방법, 교과서 등의 차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즉 교육체제 전반의 관계방향과 질을 결정하는 교육가치(철학)에 교육개혁 움직임의 초점이 맞춰지지 않고, 교육방법 등의 방법론적 수준에만 머물러 있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제도권 교육운동의 문제점으로 ‘철학의 부재’를 지적할 수 있다.

철학의 부재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적 교육철학으로서 ‘평화’를 설정해야 한다고 본다. 다시 말해 ‘평화교육’을 교육운동의 철학적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평화라는 가치는 어떤 것일까’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평화의 가치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인간으로서 여겨지지 않는 존재들까지도 우리 사회 속에서 인간에게 적용되는 도덕률을 적용하며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즉, 나무 한그루, 작은 개미 한 마리도 사랑하며 나와 마찬가지로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생명이란 가치를 영위하는 존재로서 생각하게끔 교육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평화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때 ‘개만도 못한 인간’과 같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흔히 쓰이는 반인권적이고 비평화적인 말들이 자연히 사라져갈 수 있을 것이다.
교육운동의 철학적 기반

평화교육을 교육운동의 철학적 기반으로 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고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기존에 우리교육을 지배하고 있던 ‘1을 열 번 더하면 10(1+1+1+1+1+1+1+1+1+1=10)’이라는 식의 서구 중심의 분석적 사고방식에서 ‘10은 2와 8의 합으로도 나타낼 수 있고 5와 5의 합으로도 나타낼 수 있다(10=1+1+1+1+1+1+1+1+1+1)’는 식의 세계를 총체적이고 유기체적인 관계 속에서 파악하는 동양적 사고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끝없이 전체를 해체하고 점점 더 세분화하여 분석하고 증명하는 서구의 자연과학적 사고가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하나의 숨 쉬는 생명체임을, 그래서 그 속에 여러 다양한 구성체들의 존재가 지켜질 수 있을 때 세상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동양적인 무아(無我)의 사고방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교육을 받는 주체가 앎을 받아들임에 있어서 냉철한 머리가 아닌 궁극적으로는 따뜻한 가슴으로 체득할 수 있도록 사고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말이다. 결국 평화교육이란 우리의 아이들이 ‘눈물을 흘릴 수 있게 만드는 것’ 즉 ‘감동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오기 위해서 우리들은 어떻게 교육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할까? 학교 울타리 안의 갇힌 사고와 경험을 넘어서 다양한 세상을 직접 접하며 ‘평화’라는 가치에 대한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안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를 가르치는 입장인 우리 자신에 대한 성찰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과연 지금 내가 가르치기 위해 뱉는 말이 내 자신을 먼저 감동시켰는가, 그래서 내 삶 속에서 실천으로 옮겨지고 있는가’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아이들을 감동시키고 이를 통해 그들의 사고나 행동 방식을 변화시키고 진정한 ‘평화교육’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가르치고자 하는 가치를 직접 살아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천으로 가치를 보여줘야

이제 마지막으로 지식 정보사회에서의 ‘평화교육’의 필요성을 말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미래사회에서 삶의 수준이나 모습을 결정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물질이나 육체적인 힘이 아니라 지적 능력이 될 것임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동의한다. 그리고 정보화 사회에서의 개인간의 지적 능력의 격차는 사회적 문화적 자본의 불평등의 차원에서 ‘개인간의 양극화’를 야기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격차의 해소는 정보화의 진전으로 말미암아 첨단 정보기기나 시설물, 정보 자체에 대한 접근이나 활용의 가능성 차원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그것을 어떻게 삶의 이기로서 지혜롭게 수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달려있다. 즉, 변화된 환경 속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지식의 양적 차원을 넘어서 지식을 창조적으로 창출하고 활용할 수 있는 ‘지혜’를 길러줘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앞서 논의했던 사고방식의 전환을 이뤄야 한다. 1을 열 번 더하면 10이라는 서구적 관점에서 벗어나 유기적인 어우러짐과 협동이 단순한 부분의 합을 능가하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가장 중요하고 현실적인 방법이 세상 속의 여러 구성체들에 대한 생명적 감수성을 키워주는 ‘평화교육’인 것이다. ‘평화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평화로운 가치를 꿈꿀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 이것이 우리 아이들로 하여금 정보화 시대의 양극화 문제를 극복하고, 지구라는 하나된 생명체 속에서 진정으로 삶을 ‘잘’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우리의 역할이고 우리 자신의 미래를 열어가는 열쇠이다.

정리=박성옥/ 인권연대 인턴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