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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차 수요대화모임(07.03.28) 정리 - 심상정 의원(민주노동당 비례대표)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8 10:22
조회
324
“싸워야 할 상대도 모르는 ‘사이비진보’”

심상정 의원/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얼마 전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문제는 진보가 아니라 ‘사이비진보’”라고 얘기했다. 사이비진보라는 것은 노무현 정부로 대변되는 진보개혁세력을 꼬집어 한 얘기다. 노무현 정부에 대해 매번 강하게 비판을 하니까 어떤 기자가 참여 정부가 좌절한 것이냐, 아니면 변절한 것이냐를 물었다.
정치적 주소도 모르는 ‘사이비진보’

노 대통령은 노동운동을 할 때 만나 개인적으로 잘 안다. 사실 노 대통령은 공약만큼은 실제로 지키고 싶었을 것이다. 민주노총 조합원조차 노무현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줬다. 권영길 후보보다 더 신뢰했기 때문이라기보다, 노 후보의 공약 중 노동관련 공약이 나름대로 진보적이었고, 당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집권 4개월 만에 이런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모든 개혁에는 반드시 손해를 보는 세력이 있다. 그 세력은 그동안 단 한 번도 손해를 본 경험이 없다. 그런데 참여정부는 개혁을 통해 손해를 볼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방법을 알지 못했다.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얘기로,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압승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지지기반이 누구인지,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한나라당이 가장 크게 적대시하는 것은 전교조다. 적대감도 노골적으로 표현하곤 한다. 참교육이 자신들의 지지기반을 무너뜨리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장외투쟁까지 나서면서 사립학교법 반대에 열을 올렸던 것도 지지 세력에 대한 철저한 관리차원이다. 앞에서는 LPG 특소세 폐지를 주장해 개인택시 기사들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내고, 뒤에서는 어물쩍 넘어간다.

반대로 열린우리당은 자신의 지지기반을 너무 모른다. LPG 특소세 같은 경우 회사택시 기사들을 잡을 수 있는 법안을 상정해서 맞불을 놔야하는데, 그냥 무기력하다. 정치적 주소조차 모른다.

이것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차이다. 한나라당은 자신의 정치적 주소를 잘 알고 철저하게 지지기반의 요구에 복무를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정치적 주소조차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
노무현 정부, 시대정신이 없다

노무현 정부에 대해 비판을 하면, 그래도 형식적 민주주의의 정착, 탈권위주의, 탈 지역주의는 이루지 않았느냐고 주장한다.

87년 민주화항쟁 이후 20년이 되었다. 87년 이후 10년은 권위주의 정권의 잔여세력이 국가를 운영했고, 이때 IMF를 맞았다. 이후 10년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로 대변되는 민주개혁세력이 집권했다. 그런데 이 10년 동안은 자본의 전면적인 자유, 신자유주의의 확장이 노골화된 시기였다.

물론 김대중 정부의 탈냉전과 노무현 정부의 탈권위주의는 하나의 성과라고 분명하게 평가한다. 그러나 적어도 진보로 자임하려면 사회적 약자들의 핵심적 고통과 요구가 무엇인지를 헤아려야 한다. 나는 이것을 ‘시대정신’이라고 말한다.

이미 87년 이후 김영삼, 김대중 정부를 거치면서 형식적 민주주의는 공고화 단계에 있었다. 국민들이 노무현을 선택하면서 한 요구는 형식적 민주주의를 넘어 다수 서민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해달라는 것이었다. 최장집 교수가 말한 소위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요구한 것이다. 다수 서민의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였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 들어 오히려 신자유주의는 확대되고, 양극화는 심화되고, 공동체의 해체는 뚜렷해지고 있다. 따라서 형식적 민주주의의 정착을 노무현 정부의 성과라고만 볼 수도 없고, 또 완전한 민주주의라고 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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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양극화에 가속 페달까지

지금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양극화 문제다. 상위 10%와 하위 10%의 소득격차가 17배 이상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바로 ‘자산’의 문제다. 자산 중 가장 큰 항목이 바로 토지다. 상위 10%가 95%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제만으로는 투기를 막지 못한다.

서울의 땅값이 지난 40년 동안 960배 올랐다. 지난 몇 년 동안 아파트값 상승분을 합치면 640-50조에 이른다. 같은 기간 국가재정과 비례한다. 그런데 이런 어마어마한 이익 중에 사회로 환원된 것은 8.8%에 불과하다. 바로 이런 자산주도형투기경제가 양극화를 부추기는 근원이다.

양극화를 부추기는 가장 큰 것 중 또 하나는 교육이다. 재산과 신분이 자식의 대학을 결정하고, 그 대학이 그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는 사회가 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사회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하는 한 양극화를 막을 수 없다고 본다.

사회양극화 문제는 IMF 이후 김대중 정부의 유산을 물려받은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물론 유산을 물려받은 측면도 있지만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가속페달을 밟은 것이다.

더 결정적인 것은 한미 FTA다. 우선 한미 FTA는 경제적으로 도저히 계산이 안 될 뿐만 아니라 계산도 안 해봤다. 그러니 협정이 체결됐을 때 어떤 경제적 영향이 있을지는 당연히 모른다. 그럼 안보는 어떤가. 미국과 중국이 동북아 정세를 좌우하는데 미국과 이런 협정을 맺게 됐을 때 중국과의 안보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원래 노무현 정부의 안보론은 ‘동북아 균형자론’이었는데, 한미 FTA에 의해 중국과 대립되는 위험을 떠안게 될 수도 있다. 그럼 정치적으로는 어떤가. 한미 FTA를 체결해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모두 한나라당 지지자들이다. 경제적, 안보적, 정치적으로도 이익이 되지 않는 것을 왜 추진하는지 정말 의아하다.

지금 현재 노 대통령 주위에는 대통령과 함께 시작한 사람이 경제 분야에는 한 명도 남아있지 않다. 모두 재경부 출신 관료로 바뀌었다. 친미 개방 외교론자들로 대통령이 포위돼있다. 심하게 말하면 ‘무식하면 용감’한 것처럼, 경제에 대해 잘 모르는 노 대통령이 재경부 출신 개방론자들에 실려서 가고 있는 것이다. 양극화 문제는 김대중 정부의 유산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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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정치적 뿌리부터 되찾아야

민주개혁세력을 자임하는 사람들, 진보를 위한 세력이라고 말하는 그들은 지금 자신의 정치적 뿌리가 어디인지부터 다시 파악해야 한다.

다수의 서민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표출할 수 있는 세력을 갈구하고 있다. 범여권이 다시 헤쳐모여 만들자고 하는 소위 ‘민주평화개혁세력’은 절대 대안이 될 수 없다. 새롭게 양극화의 한축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에 수 십 년 대한민국의 정치는 기득권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였는데, 이제는 다수 서민을 중심으로 하는 서민정치시대를 열어야 한다.

지금 다들 중도를 말하는데, 중도가 마치 실패한 자들의 부적처럼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진보 앞에 유연한 진보니 신진보니 하는 형용사를 붙인다. 사실 진보는 형용사가 필요 없다. 그냥 진보는 진보다. 진보는 진보다워야 하고, 보수는 보수다워야 한다.

이번 대선은 전환기의 한국사회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를 판가름하는 선거가 될 것이다. 그 핵심에는 첫째, 다수 서민정치시대라는 시대의 요구다. 둘째,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는 외교 안보적 측면보다 평화 경제적 측면으로 그 중심이 옮겨가 평화세력들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

그래서 이번 대선은 범한나라당 대 범민주노동당의 대결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민주노동당이 시대가 부르는 진보를 대표할 수 있는가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을 것이다. 많은 분들이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 또한 민주노동당은 당원들만의 정당을 넘어서 그간 지적되어온 민주노동당의 한계를 딛고 전체 서민의 당으로, 진보개혁세력에게 대안으로 거듭나야 한다.

한미 FTA는 민주노동당 대선 승리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서민경제를 지켜낼 수 있는 확고한 의지와 실력을 보여 줄 때 진정 서민을 위한 민주노동당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 길에 심상정도 전력투구할 것이다.

정리=허창영/ 인권연대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