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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차 수요대화모임(09.08.26) 정리 - 최문순(민주당 국회의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8 10:47
조회
315
언론자유 그리고 민주주의

최문순/ 민주당 국회의원



사이버모욕죄와 집시법 등 이른바 MB악법으로 불리는 법안들도 심각하지만, 미디어 관련법을 놓고 여야가 몸싸움까지 벌이고 대리투표, 일사부재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모르쇠로 치부하며 밀어붙이는 까닭이 무엇일까. 바로 불가역성(不可逆性) 때문이다.

앞서 말한 법안들의 문제점도 심각하지만, 그래도 좀 참았다가 정권이 바뀌면 다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방송법은 되돌릴 수 없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지금의 정치적 자산은 물론 미래의 정치적 자산까지 훼손하게 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신문과 방송의 경영상의 문제를 넘어 87년 체제를 둘러싼 투쟁이다. 미디어 악법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해체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유일한 민영방송이던 부산 MBC(김지태 사장)는 3.15 부정선거 규탄 과정에서 희생된 마산의 김주열 학생 사건을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등의 활약을 했다. 박정희가 MBC를 빼앗아 버렸고, 박정희와 육영수의 이름을 딴 ‘정수장학회’가 1961년부터 MBC를 소유하게 되었다. 지금도 지분의 30%는 정수장학회의 몫이다.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당시에 시민들에 의해 MBC 방송국이 불태워졌을 정도로 MBC는 정권의 충직한 대변자 역할을 해왔다. MBC 사원도 정수장학회에서 선발했고, 박정희의 뒤를 잇는 전두환의 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장이 직접 인터뷰에 나서는 등 무리한 짓도 서슴지 않았다.
피땀흘려 만들어 온 언론민주화

시민들이 관공서, 하다못해 경찰서도 그대로 두면서 방송국만 불태웠던 것은 방송이 전두환 정권의 가장 충직한 집권수단이었기 때문이다.

방송언론의 참담한 역사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였다. 박종철, 이한열 열사의 희생과 수많은 사람들의 투쟁이 언론민주화의 횃불이 되었다. 1988년 5월 최초의 국민 소유 신문사인 <한겨레>가 창간되었고, MBC가 정치권력에게서 독립했다.

박정희 일가가 소유한 주식의 70%를 KBS로 넘겨주고, KBS와 MBC가 공영방송으로 새출발을 한 것이다. MBC의 소유구조 등을 규정한 <방송문화진흥회법>의 제정에 따른 것인데, 이 역시 87년 체제의 성과물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하던 1998년에 방송개혁위원회가 출범하였고, 이는 방송위원회 구성으로 이어졌다. 방송이 더 이상 정권의 충견 노릇을 하지 않고, 국민을 위한 공익적 매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시대의 요구가 함께했기에 KBS는 국영에서 공영으로, MBC는 민영에서 공영으로, 곧 국민의 품으로 돌려보내질 수 있었다. 국민과 함께하는 언론매체들의 변화는 이후에도 이어졌다. 소유권이 공기업에게 넘어가면서, YTN이 공영방송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고, 한화그룹의 자회사였던 경향신문은 독립언론, 사원주주회사가 되었다. 권력과 자본에 종속되지 않는 독립언론의 출현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공고하게 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긍정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미디어 악법은 이와 같은 과거의 민주화 성과를 해체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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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 PP가 왜 문제인가

방송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리는 MBC, KBS, SBS 방송으로 드라마도 보고 스포츠도 보고, 음악도 듣고 뉴스도 시청한다. 이렇게 여러 종류의 방송을 한 채널에서 다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을 종합편성 PP(Program Provider·채널사용업자)라고 한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케이블처럼 한 채널이 한 종류의 방송을 내보내는 경우다. 뉴스만 보도하는 YTN방송이나 드라마만 볼 수 있는 ’MBC드라마넷‘ 등을 ’전문 편성 PP'라고 한다. 종합편성은 뉴스전문편성보다 훨씬 더 높은 뉴스 전달력을 갖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많이 보는 드라마와 연결된 뉴스를 제공하기에 시청률이 높고, 그만큼 영향력이 크다. 30% 정도의 시청률을 보이는 드라마 뒤에 어떤 뉴스가 방송되느냐에 따라 여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종합 편성 PP'가 생기면 우리나라 전체를 광고 전달지역으로 만들 수 있다. 현재 각 지역별로 방송사가 있지만 영세한 편이라 중앙 방송사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형편이고, 중앙 방송사의 영향을 받다보면 내보내는 방송의 내용도 중앙 방송사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지역의 특색은 사라지게 되고 중앙 중심의 내용만 방송될 것이다. 이러한 영향력을 가진 ‘종합편성PP’를 이윤창출이 목적인 시장 권력에 귀속시키려는 것이 ‘미디어법’의 주요 내용이다.

결국은 조중동의 방송진출이 관건

방송시장 진출을 노리는 조선, 중앙, 동아 입장에서 방송국을 만들만한 자본은 없지만, 대기업, 재벌과 연결해 방송허가를 받으려고 할 것이다. 이 때 정부의 힘이 작용하게 될 것도 물론이다.

이 미디어법은 결국 우리가 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힘겹게 만들었던 ‘한겨레 창간(88.5)’과 ‘MBC의 독립(88.12)’ 등 언론자유와 독립의 근간을 무너뜨릴 것이다. ‘땡전 뉴스’식의 여론 호도와 정권 찬양에만 열심히던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방송은 기본적으로 공공성을 지향해야 하며, 이 공공성은 언론의 독립을 통해서만 성취가 가능하다.

방송이 국가 권력과 대기업위주의 시장 권력, 또는 조중동 식의 수구언론에 귀속된다면 우리 국민의 알권리는 보장받기 어렵다. 한나라당이 미디어법 처리에 그토록 열을 올린 것은 그들의 정권 지배를 공고히 하고 장기화하기 위한 것이다. 국민을 위한 방송이 아니라, 그들의 입맛에 맞는, 안정적 정권재창출 나아가 장기집권을 위해 언론지형을 뒤흔들어버리자는 게 한나라당 정권의 속셈이다.

미디어법은 지방과 서민의 목소리가 아예 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 조선, 중앙, 동아 등과 소수의 대기업을 연결시켜, 그들만의 방송을 만들겠다는 거다.

이는 군사정권을 물리치고 언론의 독립을 위해 노력했던 우리의 과거를 해체하는 것이며, 지방과 서민의 목소리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기에 또한 우리의 미래를 해체하는 것이기도 하다.

김대중 대통령은 ‘행동하지 않은 양심은 악의 편’이라 말씀하셨다. 시민들의 힘을 모아 무엇이 문제인지 관찰하고 어떻게 실천해야하는 지를 깨달을 때이다. 미디어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10월에 있을 예정이며 현재 미디어법 원천무효 천만인 서명 운동이 진행 중이다.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