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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차 수요대화모임(09.05.27) 정리- 임종인(전 국회의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8 10:46
조회
318
2MB 시대, 반대를 넘어 대안으로

임종인/ 변호사, 전 국회의원



서거하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이다. 내가 노 전 대통령과 처음 만난 것은 92년 5월 민변 수련회였고, 93년부터는 ‘해마루 법률사무소’에서 노 전 대통령을 모시고 함께 일했다. 이미 80년대 후반에 청문회 스타로 유명해진 분인데도 참 소탈한 분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행보는 잘 아실 것이다. ‘바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낙선을 거듭하면서도 우직하게 자기 길을 걸었다. 2002년 대선 승리는 그런 정치행보에 대한 평가의 결과였다.
노 전 대통령 추모 열기는 2MB에 대한 분노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은 진보가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이념, 세대, 지역’을 아우르며 수구세력의 압박을 돌파했다는 의미가 있다.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대중의 열망이 노무현이라는 인물을 통해 결집된 것이다. 색깔론과 보수언론의 공세를 넘어선 것은 그 자체로 한국 사회의 성역과 금기를 깨뜨린 사건이며 민주주의의 확장이었다. 이후 개혁진보세력이 더 이상 색깔론과 보수언론의 공세를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경제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양극화로 인해 서민들은 더 먹고 살기 힘들게 되었고, 4대 입법으로 대표되는 개혁입법도 실패했으며, 경제문제를 교묘하게 파고 든 수구세력의 거듭된 공세 등으로 인해 지지층이 무너졌다. 2004년 총선 이후 재보선에 연달아 패했고, 대연정을 주장하기도 했다. 한미FTA 추진, 비정규직 법률안의 통과로 지지층은 완전히 사분오열 되었다. 열린우리당은 끝내 붕괴되었고, 참여정부의 좌절과 실패는 결국 이명박 정부의 탄생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해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적 반감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만 봐도 알 수 있다.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진영이 승리하고 4월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것도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의 의미였다. 이명박이 싫은 사람들이 투표소에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반대에 그쳐서는 안 된다. 반대만으로는 진보를 이룰 수도, 좋은 세상으로 나갈 수도 없고, 무엇보다도 이명박 정권을 궁극적으로 심판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집권전망을 핵심으로 하는 정치적 대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래야만 이 슬픔과 분노의 에너지가 흩어지지 않고, 좋은 의미에서 ‘정치화’될 수 있다. 새로운 희망을 만들고 정치적 대안을 만들기 위해서 야권이 대단결해야 하고, 시민사회와 하나 되어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치적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당장 세 가지를 극복해야 한다. 먼저 모든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 지금은 작은 기득권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 둘째로 시장만능주의를 폐기하고 서민들의 구체적인 삶에서 출발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진보정당들이 독자적 정체성을 유지하되 연합정치를 통해 실질적인 힘을 키워나가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숙제를 풀어가면서, 민주화시대 이후 시민들과 함께 변화를 주도해나갈 새로운 중심세력을 결집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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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을 가능케 할 정치 대안을 마련해야

어쩌면 노 대통령이 자신을 내던지면서, 다시 한 번 국민들이 모두 하나가 되고, 새로운 희망을 찾아 나서길 바란다는 뜻을 우리에게 남겼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그는 떠났고 그가 남긴 꿈들은 남은 사람들의 몫이 되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당장은 온통 어두움뿐이지만 이 어둠을 넘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다시 한 번 힘을 모아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