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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차 수요대화모임(09.04.22) 정리 - 이강택 피디(KBS)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8 10:45
조회
300
2MB, 왜 방송에 집착하나

이강택/ KBS PD



많은 사람들은 ‘언론’을 선험적으로 자유를 부여받은 신비한 집단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국가, 정권, 시장에 의해서 영향을 크게 받는 자본주의 사회의 집단 중 하나일 뿐이다. 특히 주류 언론사는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으로 존재하면서 하나의 위계 구조를 가지며, 그 구조는 위로 갈수록 더욱 철저한 통제구조 모습을 갖는다. 언론사의 이러한 통제 구조는 크게 2가지로 구성된다. 언론사 상층부는 자신들의 말에 잘 따르는 사람들만 채용할 수 있는 인사권과 자신들의 의도대로 방송을 구성하는 프로그램 편성권으로 언론을 통제해 나간다.

단지 내부적으로만 통제받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정부 언론장악에 맞서는 MBC는 MB정권 들어 수입의 대부분인 광고가 급감했다. 경제 불황 여파도 있겠지만 광고를 배분하는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중간에서 정부의 의도에 맞게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외부에도 통제가 어김없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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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를 위한 방송, 정권을 위한 방송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을 알기 위해서는 방송을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방송은 크게 사영, 공영, 국영, 대안(공동체)으로 구분된다. 그렇다면 도대체 다들 얘기하는 공영방송은 언론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공영방송의 역사는 1920년대로 거슬러 간다. 국가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방송을 자본에 맡길 수 없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국가권력도 맘대로 통제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생각해 낸 것이 바로 공영방송이다. 모든 이가 동등하게 참여하자는 취지에서 모든 청취자에게 동일하게 수신료를 걷어 자본으로부터 자유롭고 청취자를 위한 방송을 가능하게 했던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의 방송은 1927년에 일본에 의해서 시작되고 미국이 들어오면서부터는 KBS라는 이름이 만들어졌다. 분단 이후에는 정부가 관리하는 국영방송이 되었다. 이것이 우리나라 방송의 시작이다. 그러다 1973년에 공영방송으로 바뀌었으나, 이는 문화관광부 관리들의 철저한 감시·통제를 받는 무늬뿐인 공영방송이었다.

그리고 전두환 등 신군부세력에 의해 1980년도에 방송 통폐합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신군부세력은 언론사 내에 민주화를 외치는 사람들은 모두 내보내고, 방송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하였다. 이에 분노한 시청자들은 시청료 거부 운동으로 맞서기도 했다. 왜냐하면 방송은 자본이나 국가가 아닌 일반 시민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의 언론 정책에 대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들이 원하는 것은 공영방송 중심 체제를 사영방송 중심 체제로 바꾸려는 것이다. 공영방송 중심 구조를 해체하여 결국 사영방송과 국영방송만 남기려고 한다. 이로써 언론을 국민을 위한 방송이 아닌 기득권세력만을 위한 것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언론을 장악하면 사회 모든 곳에 정보원들(기자)을 심는 게 되고 자신의 의도대로 사실을 조작할 수 있다. 정부가 언론사를 장악하려는 의도는 정권의 재생산 또는 영구집권을 위한 것임이 자명하다. 이런 음모에 국민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강하게 뭉쳐 저항하지 않으면 이 싸움은 이기기 힘들다.

“비관할 필요는 없다.” 나는 요즘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우리는 그래도 정권을 10년 안에 교체할 수 있는 희망이 있다!” “지금 이 시기보다 더욱 힘들었던 일제강점기나 군사정권에는 훨씬 건강하고 적극적으로 저항했었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