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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차 수요대화모임(2011.04.27) 정리 - 이창근(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8 11:02
조회
348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이 인간다운 세상 앞당기는 마중물 되길”

인권연대 편집부



4월 <수요대화모임> 초대 손님은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이었다. 그는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죽음, 쌍용차만이 아니다”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하지만 그는 ‘쌍용차’ 해고자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능교육 등 다른 장기투쟁사업장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누구나 제 몫의 십자가가 무겁다는데도 그는 남의 고통에 대해 연대하려고 했다. 이창근 실장은 이런 강의가 처음이었다지만, 투쟁하는 노동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성숙한 안목을 갖고 있었다. 그를 통해 세상을 정직하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배웠다.

이창근 기획실장은 강의에서 몇 가지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가 스마트 폰으로 촬영한 영상에는 노동자들의 ‘거리 선전’에도 불구하고 분주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시민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었다. 그는 무관심하게 지나치는 사람들의 뒷모습에서 희망을 찾았다. 이웃의 호소에 귀 기울이지 않고 제 갈 길만 재촉하는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찾는다는 것은 역설적인 일이다. 그가 찾은 희망의 근거는 바로 자신에게 있었다.

이창근 실장은 쌍용자동차 관련 싸움을 하면서도, 굳이 짬을 내 재능교육 농성장이나, 동희오토 농성장들을 찾았다. 한사람의 연대가 아쉽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의 무심함이 아쉬워, 자신이라도 고초를 겪는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싶었단다. 연대와 지원의 손길이 절실하기에 자신이 먼저 연대의 손실을 내밀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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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이창근 기획실장


쌍용자동차 사태(2009년)의 결과는 참담했다. 그동안 14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월간 <인권연대> 인쇄를 맡기는 날에도 또 한명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그래서 이젠 15명이 되었다.

이창근 실장은 어떤 배우의 죽음, 잇따르는 카이스트 학생의 죽음, 또는 어떤 농민의 죽음 등 우리 사회 곳곳에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죽음들은 별개의 죽음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쌍용자동차도 마찬가지였다. 2년 전 노동자들은 이미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경쟁에서 밀려나면 끝이라는 게 노동자들의 생각이었다. 그랬다. 사회보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회에서 해고는 가계 부채의 증가, 빈곤층으로의 전락, 그리고 가정의 파괴로 이어졌고, 죽음은 마치 예정된 수순인 것처럼 따라 붙었다.

만약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평택 공장이 아니라도 가족들과 함께 가정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다른 직장을 구할 수 있었다면, 다른 회사들이 쌍용자동자 출신 노동자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보장해서 취업의 기회를 막지 않았다면, 만약 우리 사회가 실업 상태에서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며 살아갈 수 있을 만큼 안전한 사회였다면,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죽음은 막을 수 있었다.

비슷한 일은 곳곳에서 반복된다. 그래서 이창근 실장이 고른 강연 제목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죽음, 쌍용차만이 아니다”는 너무 정확한 현실의 반영이었다.

오늘은 쌍용차 노동자들의 생존권, 곧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지만, 내일은 또 다른 사업장에서 같은 일이 반복될 거다. 정부나 정치지도자들의 역할에 기댈 게 별로 없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시민과 함께하는 건강한 투쟁 말고 다른 대안은 없다는 것을 투쟁하는 노동자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