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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차 수요대화모임(2011.11.23) 정리- 김비(소설가)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8 11:08
조회
601
제90차 수요대화모임 지상 중계

‘조금은 다른 삶, 그러나 똑같은 사람’

인권연대 편집부



인권에 대한 이야기는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냥 자기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다. 수요대화모임의 90번째 초대 손님, 소설가 김비 씨는 담담하게 자기 이야기를 이어갔다.

트랜스젠더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나는 남자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받았다. 아기가 태어나면 성을 구분하는데, 그것은 그 사람의 정체성이 아니라, 생식기가 무엇인지에 따라 결정된다. 세상은 생식기와는 다른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걸 좀체 인정하지 않는다.

주변 친구들은 중성(中性)이라고 놀렸고, 교련시간에 하는 제식훈련은 당황스러웠다. 다른 남자 아이들과는 다른 나를 인식했고, 그게 싫어서 더 남자가 되려고 애썼다. 혼란스러웠고 힘들었다. 만약 그때 단 한 명의 선생님이라도 자신을 사랑하는 법, 성정체성에 대한 이해를 가르쳐 주셨다면 그렇게까지 괴로운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텐데 싶다. 하지만, 그런 선생님은 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에 와서도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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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성애자들과도 또 달랐다. 우연히 [그것이 알고 싶다]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나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심한 우울증에 빠졌지만, 도움받을 만한 손길은 없었다. 마음을 터 놓아도 이해해주는 친구들은 없었다. 정말 우연히 성전환수술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병원을 찾아 호르몬 검사와 심리 검사를 했다. 의사는 여성 호르몬이 많다고 했다. 나는 생애 첫 빛을 본 사람처럼 신이 났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평생을 살았던 모습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준비도 필요했다. 누군가 같은 고민을 이야기한다면, 성전환수술 하기 전에 2년 정도는 다른 성으로 살아보길 권하고 싶다. 나는 드디어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무렵 글쓰기도 시작했다.

성전환수술은 선물처럼 다가왔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병원24시]의 피디가 애초 출연하기로 했던 사람이 촬영을 거부했다며 무조건 도와달라고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렇게 성전환수술을 했고, 호적도 고쳤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까지 두루 경험했다.

아직 트렌스젠더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어떻게 바꿔야 할지 모르겠다.